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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 폰팔이, 즐톡 성매매 먹고살기 위해선 뭐든 한다

가출 청소년들의 무한탈선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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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자식이 아니면 그만일까. 하지만 사회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 이른바 ‘가출팸’을 비롯한 가출 청소년의 숨겨진 삶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시한폭탄’이다. 그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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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아직 생일 안 지났으니 교도소는 안 가. 보호관찰이나 쉼터 위탁처분 정도 받겠다. 난 이번에 재판받으면 소년원 갈 거야. 재판 ‘제낄’까봐. 그럼 다음 재판기일 잡힐 때까지 일주일 벌 수 있으니 그동안 실컷 놀 수도 있고.”

“애들 말 들어보니 소년원이 생각보다 재미있대.”

어렵게 섭외해 만난 두 아이가 떡볶이 접시를 앞에 놓고 쉴 새 없이 재잘거린다. 짙은 화장으로도 감출 수 없는 앳되고 천진난만한 표정의 그들 입에서 나오는 소리라곤 믿기지 않는 거침없는 단어들. 재판기일, 소년원, 위탁처분….

대화 속 ‘생일이 안 지난’ 아이 연주(가명· 14)는 지난 4월 학교를 중퇴한 뒤 가출했다. 동급생을 폭행하고 담배를 피우다 ‘강제전학’ 조치를 당하자 “쪽팔려서 학교에 안 나갔다”고 했다. 연주는 현재 주거침입과 집단폭행, 절도와 사기로 재판을 받는다. 놀고 싶어 ‘재판을 제낄까’ 고민 중인 혜영(가명·16)에겐 닷새 사이 두 번의 재판이 기다린다. 폭행과 여러 건의 사기, 공갈, 절도 외에 가장 심각한 범죄 혐의는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혜영은 “후배(가출 청소년)가 제 발로 찾아와 성매매를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시켰는데 경찰에 가서 딴소리를 하며 배신을 때렸다”고 분개했다.

성폭행, 강제 성매매, 납치, 집단폭행, 살해, 시신훼손, 사체유기, 암매장에 이르기까지 5대 강력범죄 중 방화를 제외한 모든 범죄가 한 소녀를 상대로 저질러졌다. 가해자 중 또래 16세 여학생 3명이 포함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던졌다. 일명 ‘김해 여고생 살해사건’이다.

가해자인 여학생들은 그에 앞서 대전에서도 40대 남성 살해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고 여린 사춘기 소녀들의 얼굴 뒤에 감춰진 잔혹행위에 세인들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범죄”라며 경악했다. 하지만 가출 청소년과 부대끼며 그들이 처한 환경과 특성을 꿰뚫는 현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라 경고했다.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건”

여성가족부 추산에 따르면, 현재 학교와 집의 울타리를 벗어나 거리를 떠도는 가출 청소년은 20만 명을 헤아린다. 그중 가출 청소년 보호시설인 쉼터에서 보호받는 아이들은 한 곳당 일평균 10명 안팎. 전국 109개 쉼터에 머무는 아이들을 다 합치면 1000여 명, 쉼터 수용능력 최대치로 잡아도 1500명에 지나지 않는다. 대다수 가출 청소년이 제도 속으로 편입되지 못하고 거리를 전전하는 것이다.

가출 청소년이 부모 손길과 보살핌을 벗어나 거리에서 직면하는 가장 큰 문제는 ‘먹고사는 것’이다. 집 나온 지 1년 넘는 보라(가명·17)는 가출 초기 배가 고파 대형 마트나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쳤다. 절도 행각은 ‘먹을 것’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로 갈수록 대담해졌다. 보라는 “마음 맞는 친구끼리 두세 명 뭉쳐 다니면서 훔친다. 계획 세우고 그런 거 없다. 그냥 여럿 모여 있다 한 아이가 ‘갈래?’ 하면 가는 거다. 어떤 물건이 필요하기보단 닥치는 대로 집어서 나온다”고 했다.

연주는 “처음엔 배가 고프니까 편의점에서 김밥이나 빵같이 먹는 걸 주로 훔쳤다. 한 명이 카운터 직원 붙잡고 물건을 사는 척하면서 시간을 ‘뽀개고’ 있으면 나머지 애들이 물건을 훔쳐 달아났다. 예전엔 ‘삥(금품 갈취)’도 뜯었다”고 했다.

오후 8시 넘은 시각, 부평역 주변과 더불어 인천 지역 가출 청소년 집결지로 꼽히는 부평문화의거리를 찾았다. 일찌감치 문 닫아 어두컴컴한 재래시장의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가자 눈부신 조명이 대낮처럼 불 밝힌 번화한 거리가 나타났다. 초입엔 두 동의 천막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었다. 가림막이 쳐진 오른쪽 천막에서 떠들썩한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매주 목요일 이곳에서 가출 청소년을 위한 아웃리치(Outreach·현장구호활동)를 벌이는 ‘한울타리’ 쉼터가 마련한 일명 ‘거리 밥차’였다. 출입구의 갈라진 틈새로 아이 예닐곱 명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성태봉 쉼터 소장은 “거리에서 만난 가출 청소년 중 가장 오래 밥을 굶은 아이가 ‘사흘’을 굶었다. 그 이상은 굶지 않고 끼니를 이어갈 수 있도록 최소한 일주일에 2회 밥차를 운영하고 싶지만 따로 지원되는 예산이 없어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성 소장에 따르면 매회 평균 50~70명이 이곳을 찾는다.

“쉼터가 집보다 즐겁다”

밥차 옆 천막에선 팔찌와 비누, 수세미 등을 팔고 있었다. 천연재료를 사용해 만든 각양각색의 수제 비누를 몇 개 골라 팔찌와 함께 구입하는 동안 말문을 튼 판매원은 가출 소녀 민지(가명·14)였다. 민지는 “비누공예를 배운 지 4개월 됐다. 여기 있는 물건은 모두 쉼터 선생님과 친구들이 함께 만든 것”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가족과의 갈등으로 지난해 12월 집을 나와 쉼터로 간 민지는 이후 가정으로 돌아갔다 또다시 가출했다. 아버지의 재혼으로 계모와 함께 살게 된 민지는 모진 구박과 차별을 견뎌야 했다. 계모는 자신이 데리고 온 두 자식만 감싸고돌며 민지를 학대했고 그때마다 아버지는 딸의 보호막이 돼주지 못했다.

민지는 “새엄마가 재산이 좀 있어서 아빠가 눈치를 많이 봤다. 집에 있을 땐 웃을 일이 없었고 우울했다. 쉼터가 집보다 밥도 맛있고 즐겁다”고 했다. 첫 가출 때 가끔씩 쉼터를 찾아와 용돈을 쥐여주던 아버지와는 두 번째 가출 이후 완전히 연락이 끊겼다.

밤 10시가 가까워오자 민지는 서둘러 가방을 챙겨 천막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공예 담당 선생님’ 조선미 씨(쉼터 소속)는 “근로기준법상 청소년은 야간근로(밤 10시~새벽 6시)가 금지돼 있어 먼저 쉼터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쉼터에 머무는 아이들의 경우 공예시간에 참여해 비누나 팔찌 등을 만들면 개당 200원씩 용돈을 받는다. 아이들이 한 번에 벌 수 있는 돈은 보통 2000~4000원. 판매 아르바이트에 자원할 경우 시간당 5000원의 보수를 준다. 조씨는 “공예품 만들기와 판매 아르바이트는 원하는 아이들만 하게 하는데 민지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가출 뒤에도 학교를 꾸준히 다녀 담임이 가출한지도 모를 정도였다. 지금 중학교 1학년인데 착하고 성실하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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