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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경제성, 작전능력 의문 첨단이 아니라 경제적 전폭기를!

산으로 가는 한국형전투기(KFX)사업을 고발한다

  • 이정훈 편집위원 │hoo@donga.com

경제성, 작전능력 의문 첨단이 아니라 경제적 전폭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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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 작전능력 의문 첨단이 아니라 경제적 전폭기를!
기재부 등은 처음엔 외국에서 전투기를 사오는 방안을 고려했다. 외국산 전투기를 직도입하면 개발비가 필요 없으니 돈이 훨씬 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산 전투기를 가져야 한다’는 열망이 너무 강해 포기했다. 그리고 단발기 개발을 의식했는데, 공군은 합참을 움직여 더 비싼 쌍발기로 나가버렸다.

‘돈줄’을 쥔 기재부의 기세가 만만치 않자 쌍발파는 대안 찾기에 나섰다. 한국은 KFX에 이어 중형 여객기를 개발하고자 한다. 이는 민수 산업이라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가 추진한다. 중형 여객기 개발에는 KFX를 통해 개발된 기술을 활용할 수 있기에, 공군(방사청)은 산자부도 돈을 내야 한다고 설득했다. 일리 있는 주장이기에 산자부는 KFX 개발비의 10% 정도를 부담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정부(기재부+산자부)가 60%, 국내외 업체가 20%, 공동개발에 참여할 다른 나라(현재는 인도네시아)가 20%를 대는 것으로 윤곽이 짜였다. 그러나 정부가 부담하는 60%가 8조5000억을 토대로 한 것인지 6조4000억을 근거로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기관 간에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防空 포기한 반대급부

우리 군은 오래전부터 방위력개선비 배분을 놓고 내부 다툼을 해왔다. 그러다 육·해·공군과 국방부 직속기관이 4 : 2 : 2 : 2로 나눈다는 구도를 만들었다. 이러한 묵시적 합의는 한국군이 앓는 대표적 ‘속병’으로 꼽힌다.



방위력개선비는 적의 해군이 강하면 우리 해군을, 적의 전차 전력이 막강하면 우리의 대(對)전차전 전력을 강화하는 식으로 사용해야 옳다. 그런데 고정 비율대로 배분하니, 한쪽은 돈이 남아 중요하지도 않은 사업을 하고, 다른 쪽에서는 핵심 전력을 증강하지 못해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해·공군은 비율을 정해놓지 않으면 ‘대군(大軍)’인 육군이 더 많이 가져간다는 피해의식이 있어 고정 비율제에 동의했다.

공군은 이 ‘속병 룰’을 원용하기로 했다. 2014년 우리 군의 방위력개선비는 11조 원 정도인데, 이를 위 비율대로 나누면 공군 몫은 약 2조2000억 원이 된다. 단발기 개발에는 8년 반이 걸리나, 쌍발기는 10년 반 걸릴 것으로 본다. 공군은 이 ‘10년 반’에 주목했다.

국방비는 매년 증가하므로 방위력개선비도 같은 비율로 늘어난다. 공군은 이 증가율을 곱해 10년간 공군에 할당될 방위력개선비를 합산하면 23조 원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이 23조 원에 기재부가 주겠다고 한 KFX 개발비 3조2000억 원이 포함된다.

향후 10년간 공군은 이 23조 원으로 쌍발 KFX를 개발하고, F-35A 40대와 급유기 4대, 경보기 2대 등을 도입해야 한다. 공군은 23조 원을 쓰는 데 여유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각 군의 방위력개선비 비율만 보장해준다면, 기재부의 삭감으로 부족할 것이 분명한 KFX 개발비를 메울 수 있다는 게 공군 주장이다.

육군과 해군은 KFX를 쌍발로 하면 많은 돈을 잡아먹어, 육·해군 몫의 방위력개선비가 줄지 않을까 걱정했다. 이러한 우려가 커지면 육군이 절대 다수인 합참이 ‘KFX는 쌍발로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를 의식한 공군은 “육·해군 몫은 건드리지 않고, 공군의 방위력개선비만으로 쌍발의 KFX를 개발하겠다”고 설득했다. 이렇게까지 나오자 합참은 공군 요구대로 KFX의 작전요구성능을 쌍발로 결정했다. 예산 문제가 8조5000억과 6조4000억 사이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합참이 쌍발을 KFX의 작전요구성능으로 결정한 비밀이 여기에 있다.

이는 공군이 묘책을 찾아내 난제를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보 현실을 토대로 냉정히 검증해보면 중대한 허점이 있음을 알게 된다. 안보 문제를 종합적으로 보지 않고 전투기에 한정된 ‘공중 우세’만으로 보는 우리 공군의 지독한 속병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안보 위협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다. 올해 들어 북한은 미사일 100여 발을 시험 발사했다. 이 때문에 군산과 대구기지에 패트리엇 미사일인 PAC-3를 배치한 미군은, 자기 예산을 더 써서 사드(THAAD·고고도공역미사일방어)를 추가 배치하려 한다. 그런데 휴전선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수도를 둔 대한민국은 이제야 PAC-3 도입을 논의한다. 사드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지 않는다.

북한 미사일 방어는 공군의 몫인데, 우리 공군은 미군이 대비를 서두르는 이 심각한 위협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우리 공군은 조종은 ‘더운 밥’이고, 방공(防空)은 ‘찬밥’이라는 아주 잘못된 문화를 만들어왔다. 북한보다 우세한 전투기 분야에는 계속 물을 주지만, 말라비틀어져 가는 방공 쪽에는 어쩌다 한 방울씩 준다. 이는 향후 10년간 공군이 준비하는 방위력개선사업에 PAC-3와 사드 또는 그와 유사한 무기 도입 계획이 없는 것으로 증명된다.

이 문제에 대해 공군은 국내에서 개발하는 한국형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MD)로 대비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두 시스템으로는 발사된 북한 미사일을 막지 못한다.

공군이 향후 10년간 방위력개선비에 여유가 있어 쌍발 KFX 개발비를 댈 수 있다고 나선 것은 이렇듯 방공을 포기한 반대급부다. 이는 뒷문은 열어놓고 앞문만 닫은 채 안심하고 자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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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편집위원 │h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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