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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신의주 고속철 추진하다 ‘계약사기’로 中 공안에 체포

한 대북사업가의 추락으로 본 남북관계 현주소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개성-신의주 고속철 추진하다 ‘계약사기’로 中 공안에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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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신의주 고속철 추진하다 ‘계약사기’로 中 공안에 체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007년 11월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북측 인사를 만나 서명한 후 건넨 의향서(왼쪽)와 대우건설이 2007년 11월 5일 북한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와 함께 작성한 의향서. 노무현 정부 때까지 대북 브로커들은 대기업 회장을 중국으로 데리고 가 북한 인사를 만나게 할 만큼 활발하게 활동했다.

#장면 2 : 통신사 뉴스1은 3월 13일 ‘북한에 한중합작 고속철도 건설…현대건설 등 물밑 작업’ 제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을 비롯해 현대로템, 현대제철 등 고속철도 건설에 필요한 그룹 계열사의 전방위적인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계동 본사에 각 그룹 계열사 관계자들이 참여한 철도사업추진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개성-신의주 고속철도 사업성 검토와 실무지원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사업이 본격적으로 착수되면 프로젝트를 이끄는 주관사를 맡고 시공과 엔지니어링을 맡을 기업들로 컨소시엄을 꾸릴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을 비롯해 계열사인 고속철 차량 제조사인 현대로템 등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상당수 신문, 방송이 뉴스1 기사를 받아서 보도했다. 한 경제신문은 “한국·중국 합작사가 북한과 대규모 고속철도 건설사업을 계약했다는 소식에 철도 관련주가 상승세다. 현대건설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도 설계와 컨소시엄 구성 등 물밑 작업을 진행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의 소스 역시 G한신 김한신 사장이다.

김설송이 北 실세?

#장면 3 :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 외교안보팀에서 좌장 역할을 한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가 ‘통일부 장관 0순위’로 불리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으로 일하다가 돌연 사퇴한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1월 18일 ‘최대석, 朴도 모르게 北 비밀접촉 주선’ 제하의 기사를 실었다. 최 위원이 자신의 측근인 새누리당 길정우 의원(중앙일보 기사에서는 실명을 밝히지 않았다)의 불법 대북접촉 시도와 관련해 낙마했다는 취지의 보도였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1월 29일 속보(續報)에서 “최대석 전 위원과 교감해온 것으로 전해진 여권 인사 A씨(길정우 의원)가 베이징을 방문한 지난해 12월 25일, 북한 국방위 부부장급인 박인국이 평양에서 나와 현지에 있었다” “양측의 회동은 북측이 박 당선인의 의중을 확인할 신임장 형태의 문건을 요구하면서 불발됐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등장한 ‘박인국’이라는 사람은 북한에 존재하지 않는다. 김한신 사장이 국정원에 보고서를 내면서 만들어낸 가명으로 이 인사의 이름은 ‘이명복’이다. 김 사장은 길정우 의원에게 이명복을 언젠가 소개해주려고 했으나 길 의원이 베이징에 체류 중이던 12월 25일 이명복은 북한에 있었다고 한다.

최대석 전 인수위원 낙마는 국정원이 잘못된 정보를 박근혜 당선인 측에 보고하면서 발생했을 소지가 큰 셈이다. 어쨌거나 ‘통일부 장관 0순위’가 낙마한 이 사건에도 김한신 사장의 이름이 등장한다.

한 대북 소식통은 “이명복은 북한 보위부 소속”이라고 말했다. 이명복은 2012년 대선 때 김한신 사장을 통해 문재인 캠프 쪽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아’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내용은 이러했다.

“(…) 당선자가 북한을 협력 대상으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선소감, 신년사, 취임사에 상기 내용이 적절하게 사전 협의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대북 문제 언급 수위를 조절해 잘못된 문구 하나로 파탄 나는 결과를 초래하면 안 된다. 천안함 문제는 인정 못하며, 5·24조치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민주당의 취임식 (북측 인사 초정) 관련 사전 발표는 불쾌하다. 협의도 없이 발표하는 일방적 행태는 인정 못한다. 초청하면 참석하지만 선물이 무엇이냐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핫라인 구성이 필요하다. 대선 2~3일 전부터 가동해 취임식까지 운영하자. 특사는 당선자의 신임장을 지참해야 한다.”

김한신 사장은 이렇듯 북한의 메시지를 한국 정치권에 전하는 역할도 해왔다.

금강산 관광 사업을 하는 현대그룹 관계자는 “김한신 사장은 북한 권력층에서 들은 얘기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전파했다. ‘김설송(김정은 이복누나)이 뒤에서 김정은을 주무른다’ ‘김설송 남편이 군 조직을 꽉 잡았다’ ‘이영호 총참모장 집에서 70만 달러가 나왔다’ 등의 확인 불가능한 얘기들인데, 언론이 대북 소식통발(發)로 김 사장 주장을 단독보도인 양 보도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김설송 실세설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대기업, 언론이 북한을 다루는 현주소가 이렇듯 대북사업가 한 명에 의해 휘둘릴 만큼 허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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