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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준비 안 된 대통령들, 죄다 재벌에게 속았다”

정운찬 前 총리가 말하는 한국 경제, 한국 정치

  • 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준비 안 된 대통령들, 죄다 재벌에게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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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초이노믹스’, 방향 잘 잡았지만 방법 틀렸다
  • ● 세종시 문제, 지금이라도 재검토해야
  • ● 창의성 말살하는 제왕적 대통령제
  • ● 보수-진보 넘나드는 제3당 나와야
“준비 안 된 대통령들, 죄다 재벌에게 속았다”
정운찬(68) 전 국무총리는 정부를 떠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치권과 언론의 안테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서울대 총장, 국무총리를 지내 행정 경험이 풍부한 데다,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이면서 동반성장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고민인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꼽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양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만큼 보수와 진보 이념으로부터 자유롭다. 언제든 차기 대선 판도를 뒤흔들 파괴력을 가진 잠룡(潛龍)의 한 사람이다.

서울대 인근에 있는 (사)동반성장연구소에서 그를 만났다. 2012년 3월 동반성장위원장을 사퇴한 그는 같은 해 6월 (사)동반성장연구소를 열었다. 동반성장을 평생 화두로 삼은 셈이다. 그는 따뜻한 미소로 기자를 맞았다.

“‘백수 과로사’ 실감합니다”

▼ 어떻게 지냅니까.

“지난해부터 서울대에서 다시 강의를 맡았습니다. 1학기에는 산업경제세미나, 2학기엔 금융경제세미나를 합니다. 이론 강의뿐 아니라 경영인, 금융전문가 등 현장에 있는 분들을 불러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갖습니다.”

그의 강의는 인터넷 수강신청 접수 시작 10초 만에 마감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전히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 강의는 앞으로도 계속할 계획인가요.

“당분간은 학생 가르치는 일을 놓지 않을 생각입니다.”

▼ 강의 외에 다른 일은.

“오전 10시까지 이곳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동반성장을 주제로 외부 강연을 나가고요. 사람을 좋아해서 많이 만나고, 한 달에 한번 동반성장을 주제로 포럼을 운영하고, 외부에서 동반성장에 대한 연구 의뢰가 들어오면 팀을 꾸려 연구도 하고요. 백수가 바빠서 과로사 한다는 말을 실감합니다.(웃음) ‘동반성장 전도사’를 자임했으니 당분간은 이 일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화제가 자연스럽게 ‘동반성장’으로 이어졌다.

▼ 지난 대선 때만 해도 ‘경제민주화’ ‘동반성장’이 화두였는데, 지금은 쏙 들어간 것 같습니다.

“그새 다 잊은 모양입니다. 여당은 한 마디도 안 하고 야당도 관심이 없어요. ‘야당마저 그러면 어떡하냐’고 했더니 ‘다른 일로 너무 바쁘다’고 하더군요.(웃음) 정치권이 아직도 그 심각성을 모르는 모양입니다.”

한국 경제를 흔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주도하는 ‘전차경제’라 부른다. 삼성, 현대, LG, SK 등 4대 재벌이 올리는 연 매출액이 국내총생산(GDP)의 60%에 육박한다. 그래서 경제민주화, 동반성장을 이유로 대기업을 너무 옭죄면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가 더 나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정 전 총리의 의견은 달랐다.

“우리 경제가 몇몇 대기업에 좌지우지 되는 게 비정상이죠. 정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렇다고 삼성, 현대가 잘못돼도 좋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지난 60년 동안 선(先)성장 후(後)분배 논리로 대기업 중심 성장을 하면서 양극화가 심해졌으니 이걸 바로잡자는 거예요.”

▼ 다른 나라 사정은 어떤가요.

“우리처럼 대기업 중심으로 발전한 나라는 거의 없어요. 일본도 대기업 중심으로 발전했지만 중소기업도 튼튼합니다. 대만은 아예 중소기업 중심이어서 한두 업종이 휘청해도 큰 문제가 없는데, 우리는 재벌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나라 전체가 큰 타격을 받습니다. 취약한 경제 구조죠.”

▼ 대기업 중심 성장이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보는 이유가 뭔가요.

“과거 대기업 중심 성장정책 논리가 ‘큰 기업이 성장하면 작은 기업도 그 혜택을 받아 성장한다’였어요. 일종의 낙수효과를 기대한 거죠. 그게 가능하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정한 거래를 해야 합니다. 불공정거래에서는 낙수효과가 생기지 않아요. 또한 대기업이 국내에서 사업을 하지 않고 해외에 공장을 지으면 국내 경제엔 낙수효과가 생길 수 없어요.”

▼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은 어떻게 보는지요.

“가계에 직접 소득이 가도록 해 ‘소득 주도 성장’을 유도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분수효과라고 합니다. 가계소득이 늘어나면 소비가 늘고, 소비가 늘면 생산이 늘어난다는 것이죠.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정책을 폈습니다. 우리나라가 이제라도 이 정책을 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기본 방향은 잘 잡았는데, 그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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