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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경제보고서 | LG경제연구원

도요타, 레고, 디즈니, 애플 위기를 기회로 업어친 기업들

  • 김국태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도요타, 레고, 디즈니, 애플 위기를 기회로 업어친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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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Designed by Apple

아이팟과 아이폰으로 ‘그들이 만들면 문화가 된다’는 명성을 얻은 애플이지만, 1996년과 1997년에 각각 13억8300만 달러와 10억7000만 달러의 순손실로 파산 지경에까지 몰렸던 회사다. 한때 매킨토시로 명성을 날리던 애플이 이 위기를 극복하고 거듭난 것은 혁신의 중심축을 PC와 기술에서 고객 중심으로 과감히 바꾸면서부터다. 스티브 잡스가 창업 초기부터 가졌던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을 최우선 고객 가치로 하는 애플의 정체성을 더 공고히 했다. 즉, 자사의 PC와 기술에 대한 자만심에서 자칫 빠지기 쉬운 ‘관성’을 버리고 동시에 고객이 기대하는 자사만의 독특한 가치인 디자인 철학의 ‘일관성’을 고수했기에 애플이 되살아날 수 있었다.

물론 과거에도 애플은 혁신적인 기업이었다. ‘애플 II’라는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었고, 마우스나 USB를 보편화한 주인공이다. 그러나 과거 애플의 혁신은 최고 사양의 기술과 절제된 고급 디자인으로 무장한 제품에 치우쳤다. 일부 마니아층에는 어필할 수 있었지만,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해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잡스 이후 애플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슈퍼경영자들은 구조조정과 가격인하, 오픈 시스템으로의 변경 등을 시도했지만 애플을 살려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애플을 떠나 컴퓨터 회사 넥스트(NeXT)를 세운 잡스는 여전히 훌륭한 기술로 최첨단 컴퓨터를 만들면 성공하리라는 확신을 가졌다. 결과적으로 넥스트는 정육면체의 멋진 디자인에 고성능이었지만 고작 5만 대밖에 팔리지 못한 상업적으로 엄청난 실패작이었다.

잡스가 애플의 CEO로 복귀한 2000년대 초부터 기술 중심의 혁신보다는 시장 지향적 혁신에 무게 중심을 두었다. 기존의 맥 마니아를 위한 전문가용 고가 중심에서 일반 대중을 위한 ‘아이북’과 500달러의 ‘맥미니’까지 다양하고 저렴한 제품 라인으로 폭넓은 고객층을 끌어안으려 했다. 기술 자체보다는 고객 가치 혁신을 통해 아이팟, 아이폰의 연이은 성공을 거두고 회사 이름도 아예 ‘컴퓨터’를 버리고 간단하게 애플(Apple Inc.)로 줄였다. 애플다운 디자인을 여전히 혁신의 중심에 두었다. 애플의 부활 사례를 통해, 위기의 순간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고수할지에 대한 판단은 그 무엇이 고객이 해당 기업에 그것을 통해 차별적 가치를 느끼고 수용할 만한 것인지에 달려 있음을 알 수 있다.

관성과 일관성 사이



재기에 성공하려는 기업이 과거의 성공 요인을 끝까지 고수해야 하는지, 아니면 버려야 하는지에 대한 선택은 직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자신의 존재 이유가 약화됐음에도 과거 패턴에 안주한다면 부활은 고사하고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반면 앞서 소개한 기업들은 각각 품질, 브릭, 애니메이션, 디자인을 통해 자신을 대표하고 고객도 공감하는 ‘자기다움’과 ‘존재 이유’를 되찾으며 성장세를 회복한 사례다.

관성의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면 애초의 존재 이유가 여전히 유효한지를 자문해봐야 한다. 신시아 몽고메리 하버드대교수는 저서 ‘The Strategist’에서 “전략이란 기업에 유리한 포지션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고정된 것으로 생각할 수 없으며, 발전하고 움직이고 변화하는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자신만의 강점이나 존재 이유가 희석돼 시장에서 보편화한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면 또 다른 차별화의 길을 나서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전략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기업의 목적이 경쟁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중요한 차별성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속성장을 꿈꾸는 성공 기업은 과거 성공 요인의 관성과 일관성 사이에서 더 나은 가치를 줄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매력적일지라도 자신의 존재이유가 유효하지 않은 사업들에서 철수하고 나머지 4대 사업으로 성장을 이어나가는 지멘스가 좋은 예다. 2000년대 중반 기업을 최대 위기에 빠뜨렸던 부패 스캔들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외형적 성장을 이어가기보다는 고객 가치 관점에서 냉철한 자기 성찰을 우선시한 결과다.

“우리 기업이 사라지면 세상에 구멍이 생기고, 우리 기업을 대신할 다른 기업을 찾지 못한 고객이 우리를 그리워할까?”

이 질문으로부터 우리 기업이 세상에 필요한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일관되게 가져가야 할 것은 무엇이며 떨쳐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대답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다.

신동아 201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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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태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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