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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가방’을 뒤지겠다고? ‘창조경제’ 위협하는 검열의 유혹

사이버 망명

  •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생각의 가방’을 뒤지겠다고? ‘창조경제’ 위협하는 검열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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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열’이라는 전근대적 방식으로 국민의 사생활을 엿보려는 공권력을 피해 많은 국민이 ‘피난행렬’에 동참한다. 국민 메신저를 떠나 해외 메신저로 옮겨가는 ‘사이버 망명’이 줄을 잇는다.
  • 이들은 그 원인 제공자가 정부와 검찰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의  가방’을 뒤지겠다고? ‘창조경제’ 위협하는 검열의 유혹
‘불심검문(不審檢問)’의 시대가 있었다. 1980년대 대학가에는 경찰이 학생을 멈춰 세우고 가방을 뒤지는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이른바 ‘불온서적’을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던 시대였다. 물론 불심검문은 지금도 경찰관직무집행법 3조에 명시돼 있다. 그러나 그 조건은 매우 까다로워졌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선 이런 풍경을 목격하긴 쉽지 않다.

헛발질 검찰, 손놓은 카톡

그런데 검찰이 이제 ‘생각의 가방’을 뒤지겠다고 했다. 9월 16일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이후 이틀 만에 검찰은 영장 없이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모니터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전담수사팀까지 꾸렸다. 사람들은 생각의 가방이 거리의 가방보다 더 소중하다고 느꼈다. 지식인, 전문직을 중심으로 동요하기 시작했다.

불똥은 맨 먼저 메신저로 튀었다. 이른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떠나 러시아 망명객 파벨 두로프가 만든 독일제 메신저 앱 텔레그램(telegram)으로 ‘망명’하는 행렬이 이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검찰이 뒤늦게 개인 간의 사적인 대화는 감청 대상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사람들의 의심은 줄어들지 않았다. 텔레그램은 이후 각종 다운로드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고 150만 명 이상의 한국인 망명객을 받아들였으며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한국어 버전을 출시했다.

검찰의 서투른 대응이 다음카카오의 합병 행보를 어지럽게 했다. 첫걸음을 떼자마자 커다란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10월 10일 다음카카오의 주가는 폭락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종가는 16%가 깎인 13만 원대를 기록했다. 사이버 망명은 급기야 어렵사리 마련된 국정감사에서도 최대 화제가 됐다. 다음카카오 이석우 대표는 증인으로 신청됐다. 이른바 ‘셧 다운제’로 게임산업을 위기에 빠뜨린 정부가 부주의한 ‘검열 헛발질’로 창조산업의 꽃으로 떠오른 무료 메신저 산업을 공격한 셈이다. 이번 사건의 원인 제공자는 단연 검찰이다. 디지털 시대의 무(無)국경성을 조금이나마 자각했더라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만 있었더라도 이렇게 서투른 대응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음카카오의 어설픈 대응은 국내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망중립성 문제로 통신사들이 압박할 때 카카오톡은 국민의 이름을 걸고 위기를 돌파했다. 그런데 이번엔 거꾸로 갔다. 검찰의 처지에서 국민을 공격한 것이다. 이석우 대표는 “달라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말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그저 “실정법에 따른다”는 원칙론만 되풀이했다.

애플의 최고경영자 팀 쿡은 아이클라우드에서 유명 여배우의 누드 사진이 유출된 것을 염두에 두고 “검찰에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고, 트위터의 벤 리 부사장은 투명성 보고서 공개를 거부하는 미국 정부를 수정헌법 1조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제소했다. 다음카카오의 초기 대응과 사뭇 비교된다. 심지어 다음카카오의 한 소속 변호사는 SNS를 통해 카카오톡의 무차별적인 정보제공을 비판하는 사용자를 향해 ‘비겁자들’이라고 공격하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으로 뭇매를 맞기도 했다.

최대 망명지 ‘텔레그램’

러시아 정부의 정보 제공 요청을 거부하고 망명한 파벨 두로프가 독일에 서버를 두고 운영하는 텔레그램이 국내 메신저 이용자들의 1차 망명지가 됐다. 파벨 두로프의 스토리에다 보안성이 강한 앱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망명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텔레그램 측도 발빠르게 한국어 버전을 만들고 한국인 기술자 채용공고를 냈다.

트위터와 블로그에서 ‘텔레그램’을 언급한 문서도 급증했다. 9월 11일부터 10월 10일까지 한 달 동안 텔레그램을 언급한 문서는 13만6589건이나 검색됐다.

9월 19일까지 10건 이하이던 텔레그램 언급량은 9월 20일엔 1290건으로 급증했다. 10월 1일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한 달치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3000명의 정보를 압수수색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언급량이 급증해 10월 2일엔 1만2742건을 기록했다. 이후 다음카카오가 관련 사실을 부인하면서 논란이 이어졌고, 10월 6일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이 수사기관의 감청 건수가 박근혜 정부 들어 늘어났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10월 7일엔 김인성 전 한양대 교수(컴퓨터공학부)가 자신의 트위터에 수원지방법원에서 발부된 국정원의 카카오톡 감청 영장을 공개하면서 파문은 더욱 커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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