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Interview

“한국생활 힘들 때 헐버트 박사(고종 외교자문) 묘지 찾아가 위로 받았죠”

‘비정상회담’ 똘똘이 스머프 타일러 라쉬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한국생활 힘들 때 헐버트 박사(고종 외교자문) 묘지 찾아가 위로 받았죠”

2/4
▼ 헐버트 박사를 어떻게 알아요?

“한국에 온 첫해에는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집착이 정말 컸어요. 일부러 영어 할 줄 아는 친구들을 피해 다닐 정도였죠. 어떻게 하면 한국인다운 한국어 실력을 갖출 수 있을까 고민하자 한국인 친구가 고등학생용 역사 참고서를 가져다 줬어요. 그 책에서 헐버트 박사를 처음 알게 됐어요. 버몬트는 강원도랑 경상북도, 경상남도를 합친 크기인데 인구는 60만 명밖에 안 되거든요. 그런 깡촌에서, 그것도 구한말에, 조선에까지 와서 훌륭한 일을 하신 분이 있다니 너무 신기했어요.”

유난히 큰 눈을 반짝이며 시종일관 해맑던 타일러의 얼굴이 사뭇 진지해졌다.

“2011년 8월 한국에 왔으니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외국인으로서 진입장벽을 느낄 때가 있거든요. ‘너는 이런 건 모를 거야’ ‘네가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외국인이라서야’ 하며 선을 긋는 사람이 종종 있어요. 게다가 미국보다 집도 좁고, 사람도 많고, 길거리에서 남자와 여자가 막 싸우기도 하고요. 가끔씩 한국에 온 게 잘한 선택이었나, 되돌아보곤 했어요.”

이런 고민에 빠진 어느 날, 타일러는 혼자서 헐버트 박사의 묘지를 찾았다. 시끌벅적한 합정역 부근과는 달리 묘역은 푸르렀고, 한적했고, 평화로웠단다.



“지금은 인터넷 검색만 하면 다 나오는 세상이잖아요. 그런데 그분은 아무것도, 심지어 한국어사전도 없을 때 이 땅에 왔어요. 그럼에도 이 나라가 좋아서 살고 싶고, 기여하고 싶다고 하신 분이세요. 크게 위로가 되더라고요. 조만간 미국 친구들하고 또 가보기로 했어요.”

한국에 대한 관심은 한국어에 매력을 느낀 것에서 시작됐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처음 접한 한국어는 영어나 스페인어와는 완전히 달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겨 ‘북한의 1990년대 대기근’을 주제로 학부 논문을 썼다. 졸업 후에는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1년간 근무했다.

“한국생활 힘들 때 헐버트 박사(고종 외교자문) 묘지 찾아가 위로 받았죠”

10월 9일 한글날 광화문광장에서 한국어책 기증행사를 벌이고 있는 타일러. 이날 기증된 수천 권의 책은 한국어를 가르치는 미국 고등교육기관에 전달될 예정이다.

타일러표 외국어 학습 비법

▼ 영어 한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6개 국어를 한다면서요?

“하하하. 이런 걸 침소봉대(針小棒大)라고 하죠? 한국어 실력이 늘면 그만큼 다른 외국어 실력은 줄어들어요. 언어 배우는 걸 좋아해서 학부 때 학기마다 다른 외국어를 공부했어요. 프랑스어는 어릴 때부터 배웠고, 일본어는 말은 못하지만 읽을 줄은 알아요. 스페인어는 독학으로 익혔는데 요즘엔 스페인어로 된 미국 뉴스를 즐겨 봐요. 같은 뉴스라도 영어로 된 것과는 내용이 좀 다르거든요.”

팬들 사이에선 타일러의 외국어 학습 비법이 화제다. 그가 공개하는 비법은 이렇다. △마음에 드는 단어만 노트에 적는다(그래야 지겹지 않다) △한자도 함께 적어 이해를 돕는다(예를 들어 은퇴(隱退)와 은둔(隱遁) 둘 다에 ‘숨다’(hide)라는 의미가 있음을 이해하게 됨) △평소 생활에서 해당 언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타일러는 외국인 유학생들과 대화할 때도 되도록 한국어를 사용하려 애쓰는 것은 물론, 지메일(gmail.com) 환경을 한국어로 설정해뒀다. ‘Compose’가 아니라 ‘편지쓰기’를, ‘Send’가 아니라 ‘전송’을 누른다.

“상대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이라도, 실수가 엄청 많아도 말을 막 많이 해야 해요. 얼마 전에 어떤 남자 분이 저한테 ‘Can I take my picture to you?’ 하자 옆의 친구가 ‘야! to가 아니고 with라고 해야지!’ 하는 거예요. 미국에선 틀리게 말했다고 그렇게 바로 지적하지 않아요. 영어는 전 세계 사람들이 쓰는 언어니까요. 그러니 영어를 사용할 때 틀릴까봐 부담 가질 필요가 없어요. 부담을 주는 건 우리가 아니라 한국 사회예요. ‘국영수’라고 하죠? 영어를 일종의 평가 잣대로 삼았기 때문이에요. 한국 사람들도 ‘효꽈적’ 아니고 ‘효과적’이라고 발음해야 해, 하는 식으로 매번 지적하진 않잖아요.”

2/4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한국생활 힘들 때 헐버트 박사(고종 외교자문) 묘지 찾아가 위로 받았죠”

댓글 창 닫기

2019/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