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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연구

“변하지 않는 시스템 그걸 깨는 게 진짜 챌린저”

고객 수익으로 직원 평가…주진형 한화증권 대표

  • 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변하지 않는 시스템 그걸 깨는 게 진짜 챌린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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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고객에 가치 있고 기업에 보람된 일 하자”
  • ● “주 사장 개혁은 이건희 회장도 OK 했던 일”(황영기 前 KB금융지주 회장)
  • ● “바르고 창의적인 사람”(정운찬 前 총리)
  • ● ‘증권업계 현실 모르는 이상주의자’ 평가도
“변하지 않는 시스템 그걸 깨는 게 진짜 챌린저”
“저희(한화증권)가 한국 사회에 존속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따져보았다. 고객 여러분을 위해 증권사가 있는 것이지 증권사를 위해 고객이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 오래전부터 증권사들은 고객의 이익보다 회사와 직원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여겨왔다. (…) 과도한 주식 매매에 대해선 실적을 인정하지 않겠다. 전망이 좋지 않은 기업에 대해선 공정하게 매도 의견을 내겠다. 잘 아는 상품만 팔겠다.(…)”

“고객 자산 보호가 최우선”

5월 한화증권 주진형(55) 사장이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증권업계는 뒤집혔다. 업계의 오랜 관행과 관습을 정면으로 뒤집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글을 올린 이후 실제로 한화증권은 업계에서 금기시된 매도 리포트를 내기 시작했다. STX엔진, 동부하이텍, 현대상선, 녹십자셀 같은 유명 회사들이 망신을 당했다. 해당 기업들은 반발했다. 400개에 달하던 펀드도 4분의 1로 줄였다. “뭘 가지고 장사를 하라는 말이냐”는 불만이 쏟아졌지만, 주 사장은 “고객 자산 보호를 위한 조치”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 외에도 주 사장은 최대 수익원인 매매 수수료를 48%까지 삭감했고, 영업점·온라인 등으로 나뉜 수수료 체계도 단일화하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주 사장의 행보에 대해선 찬반이 엇갈린다. 일반 투자자는 당연히 반긴다. 일단 ‘고객의 수익을 기준으로 직원을 평가한다’는 말에 감동한다. 영업점에서 만난 한 소액투자자는 “내 돈이 보호받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나 경쟁사와 기업들은 “현실을 모르는 주장”이라며 비판을 쏟아낸다. 올해 한화증권을 떠난 A씨는 이렇게 말했다.

“매도 리포트를 낼 필요는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업과 갈등을 빚어선 지속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 유능한 애널리스트들이 한화증권을 떠나는 건 이 때문이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기업 평가를 거부하는 식으로 고객에게 사실상 투자위험 종목을 알렸다. 매도 리포트를 내지 않아도 기업 상황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런 방식의 개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주 사장 취임 이후 적자 기업이던 한화증권은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상반기에 220억 원 적자를 냈는데 올 상반기엔 12억 원 흑자를 냈다. 그러나 다른 평가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화증권의 법인영업 실적이 최근 반 토막 났다. 6%정도이던 법인영업 MS(시장점유율)가 3% 미만으로 떨어졌다. 주 사장 취임 후 300명 넘는 사람이 희망퇴직 형태로 회사를 떠났다. 한화증권의 흑자는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 경영성과라고 할 수 없다.”

‘투사’ 혹은 ‘이상주의자’

비판은 쏟아지지만, 주 사장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대부분은 ‘주진형식 개혁’의 방향에 대해선 이견을 달지 않는다. “틀린 말은 아닌데,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의 생각”이라는 식이다. 그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주 사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구속 상태이던 지난해 9월 사장에 취임했다. 김 회장 공백기에 사실상 회사 경영을 진두지휘한 부인 서영민 씨와 큰아들 동관 씨가 주 사장을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사장은 여러 차례 대표직을 고사했다고 한다. 주 사장의 성격을 잘 아는 지인들도 “오너십이 강한 회사에서 적응하기 어렵다”며 말렸다. 그가 한화증권 사장이 되는 데는 부인의 설득이 주효했다고 한다. “혼자만 잘난 척하지 말고 대표를 맡아서 당신 생각대로 해보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라”는 부인의 설득에 넘어가 대표직을 수락했다는 것이다.

주 사장은 고려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과 고교 동창이고 신제윤 금융위원장, 김성식 전 새누리당 의원 등과 대학을 같이 다녔다. 그 후 미국 존스홉킨스대 박사과정에 입학했으나 학위는 받지 못했다. 지도교수와 무슨 일로 크게 싸운 뒤 포기했다고 전한다. 주 사장의 한 지인은 “논문을 다 써놓고 경제 문제에 대한 이견으로 지도교수와 다툰 뒤 그만뒀다고 들었다. 주 사장은 그런 사람이다. 자기하고 생각이 안 맞으면 뭐든 그 자리에서 해결한다. 좋게 말하면 투사, 나쁘게 말하면 사회부적응자다”라며 웃었다.

이후 그는 세계은행 컨설턴트와 글로벌컨설팅 기업인 AT 커니(이사), 삼성증권 전략기획실장(상무), 우리금융지주 전력기획 담당 상무와 전무를 역임했다. 삼성증권에 근무할 때는 황영기 당시 사장(전 KB금융지주 회장)에게 총애를 받았다. 황 전 회장이 “내 생애 최고의 직원”이라고 그를 치켜세웠다는 얘기도 나온다. 2004년 황 전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주 대표도 우리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겼다.

사실 주 대표가 현재 내놓은 정책의 대부분은 이미 그가 삼성증권과 우리금융지주에 몸담을 당시 실행에 옮겼던 것들이다. 그가 주도한 실험은 당시에도 큰 화제가 됐다. 물론 황 전 회장 등이 전폭적인 지원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10년도 더 지난 지금, 황 전 회장은 주 사장을 어떻게 평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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