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호

박근혜-정윤회 관계와 검찰 수사 ‘편파성’에 주목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 유승찬 | 스토리닷 대표

    입력2014-12-19 17: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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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하루 언급량이 3만 건에 육박하면 통상 모든 언론의 톱뉴스가 되고, 이슈 언급량이 2주일 이상 지속되면 굉장히 큰 사건으로 인식되게 마련이다. 11월 28일 세계일보의 첫 보도 이후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은 거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킬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한 빅데이터 자료를 추출하던 12월 13일 오후 문건 유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서울경찰청 정보 1분실 최모 경위가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최 경위는 정윤회 문건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 가운데 하나로 지목돼왔다. 최 경위의 자살에 대해 청와대와 검찰은 매우 곤혹스러워한다. 여야의 정치공방도 미묘한 기류에 휩싸였다.

    찌라시와 진돗개

    12월 13일 밤 최 경위의 죽음을 둘러싸고 SNS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풀어준 시간과 자살의 상관성을 분석한 트윗글도 회자됐고 피의자의 심리 상태를 배려하지 않은 검찰의 태도를 비판하는 글도 보였다. 한 트위터러는 “검찰이 수사 대상을 압박할 때는 새벽 2~3시를 넘겨 잡아둔다. 그 시간에 사람 심리가 가장 약해지기 때문이다. 정윤회 씨는 1시 43분에 귀가시켜준 검찰이 최 경위는 새벽 4시에 귀가시켰다”고 꼬집기도 했다.

    11월 28일 세계일보의 첫 보도 이후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은 거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킬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지난 한 달간(11월 13일~12월 13일) 트위터와 블로그에서 ‘정윤회’ 키워드를 언급한 문서만 27만7664건이 검색됐다. 검색량 추이를 보면 11월 24일까지 수백 건에 그치던 언급량이 25일부터 2000∼3000건대로 오르더니 세계일보가 보도한 11월 28일 1만5055건으로 치솟았다.

    이후 계속 1만5000건 이상의 고공행진을 하던 언급량은 조응천 전 비서관과 정윤회 씨가 공개적으로 공방을 벌이던 12월 3일 2만6853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하루 언급량이 3만 건에 육박하면 통상 모든 언론의 톱뉴스가 되고 이슈 언급량이 2주일 이상 지속되면 굉장히 큰 사건으로 인식된다.



    박근혜-정윤회 관계와 검찰 수사 ‘편파성’에 주목
    문제는 문건의 진위도 사건의 성격도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검찰이 무엇을 수사하는지조차 헷갈린다. 대통령 실세의 국정 개입이라는 처음 쟁점은 청와대발 ‘찌라시’ 발언과 대통령의 ‘진돗개’ 발언 이후 모호해졌다.

    대통령 측근의 권력 개입 의혹 규명이 핵심인 이 사건은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 장관의 증언이 나오면서 파장이 커졌다. 정윤회 씨 딸의 승마경기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체육부의 국장과 과장 교체를 직접 지시했다는 유진룡 전 장관의 증언이 보도되면서 의혹이 신빙성을 얻어가는 양상이다.

    ‘정윤회’와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의 압도적 1위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근혜’와 ‘대통령’ 키워드를 합쳐 10만6186건이나 검색됐다. 전체 문서가 27만 건 정도이므로 정윤회를 언급한 문서의 30% 이상이 박 대통령을 함께 언급했다는 뜻이다. SNS 사용자들은 정씨와 박 대통령의 관계를 무척 궁금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청와대 진돗개’라는 표현으로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 정씨가 포함된 내용의 트위터 글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정윤회 씨 등 비선 개입 논란을 두고 ‘실세는 없다. 실세는 청와대 진돗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라는 글은 1000회 이상 리트윗됐다.

    전체 연관어 2위는 5만5557건의 ‘청와대’가 차지했다. 청와대는 정윤회 문건을 ‘찌라시’라고 표현한 데 이어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를 고소했고, 김기춘 비서실장은 자신이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고 보도한 동아일보 기자를 고소했다.

    국정 개입 의혹

    트위터에서는 정씨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사냥개가 돼 스스로 숨어 지냈는데 이제는 진돗개가 돼야겠다’고 말한 사실과 “실세는 청와대 진돗개다”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비교한 글이 일파만파 번져나가기도 했다.

    정씨와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3위는 2만7550건을 기록한 ‘검찰’이다. 검찰 키워드는 후반부로 갈수록 급격히 많아져 이번 문건 유출 파문에 대한 관심이 검찰 수사로 옮겨졌음을 보여준다. 사건의 전반부인 11월 28일부터 12월 5일까지 전체 연관어에서 검찰은 9732건으로 9위에 머물렀지만, 12월 6일부터 최근까지는 1만7417건으로 두 배 이상 급증하며 3위에 자리 잡았다.

    정씨와 검찰이 함께 언급된 문서의 긍·부정어 분포를 보면 긍정어는 거의 없고 부정어가 71%를 상회한다. SNS 사용자들은 검찰의 수사 방향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한 변호사는 “정윤회 게이트의 핵심은 국정농단이다. 그런데 검찰은 문건 유출과 명예훼손 수사만 한다”고 질타했다.

    또 @choi**** 사용자는 “땅콩 회항 조현아를 참여연대가 고발했는데 고발장 제출하자마자 검찰이 고발인 조사하고 다음 날 압수수색에 출국금지까지 했다. 참여연대 고발에 이렇게 검찰이 신속하게 반응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정윤회 파문이 아니었으면 가당찮은 일이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전체 연관어 4위는 관련 문건을 첫 보도한 ‘세계일보’가 차지했다. 언급량은 2만1144건이다. 전체 연관어 5위는 2만98건의 ‘딸’이 차지했다.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서는 정윤회 씨 딸 이야기가 다른 것에 비해 더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가령 한 언론사가 올린 글 가운데 800회가 넘는 리트윗을 기록한 글은 “정윤회 씨 딸, 작년 4월 전국승마대회에서 라이벌에게 1등 뺏김→그 다음 날 박대통령 체육계 적폐 해소 지시→그 사이 심판진 조사결과 정씨에게 불리한 결과 나와→박 대통령, 당시 유진룡 장관에게 담당 국·과장 경질 지시” 같은 내용이다.

    트위터에서는 한때 ‘승마공주’라는 말이 유행했다. ‘승마공주’ 연관어 1위는 ‘국기문란’이고, ‘딸’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국기문란’ 언급량도 동반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딸’이라는 키워드도 11월 28일~12월 5일까지는 6049건으로 전체 연관어 20위에 머물렀지만 12월 6일 이후 치솟기 시작해 사건 후반부에는 1만3886건을 기록하며 4위에 랭크됐다. 이것이 합쳐져 한 달간 전체 연관어 5위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폐쇄적 리더십

    전체 연관어 6위는 ‘의혹’이 차지했다. 1만9428건의 언급량을 기록했다. 그리고 ‘의혹’이라는 키워드도 뒤로 갈수록 더 많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검찰수사 진행 이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문고리 3인방’이나 ‘7인회’ 등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국민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궁금해했고, 조응천 전 비서관의 대응이나 유진룡 전 장관의 폭로 등이 결합되면서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윤회 씨는 검찰 조사에서 인사 개입도, 측근 개입설도 부인했다. 즉 국정 개입 의혹을 정면 부정한 셈인데 검찰이 어디까지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을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한다. 검찰이 권력의 핵심을 수사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도 적지 않다.

    7위에는 1만9417건을 기록한 ‘찌라시’가 올랐다. 문건에 대한 청와대의 규정이 비판적으로 회자됐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11월 28일 “청와대 문건은 맞지만 내용은 허위 찌라시 수준”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파워블로거인 이이엠피터는 “김무성은 찌라시 봤다고 무혐의 처리, 찌라시를 모은 정윤회 문건은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이라는 트윗으로 관심을 끌었다. 청와대가 작성한 문서를 청와대 스스로 폄훼했다는 지적도 많았는데 청와대의 신속한 대응이 위기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도 있었다.

    8위는 1만8003건을 차지한 ‘권력’(비선)이 차지했다. 많은 사람이 이번 사건을 대통령 측근 실세의 국정 개입 사건으로 인식한다는 얘기다. 권력 비선에 대한 이야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폐쇄적 리더십과 함께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공식 라인보다 비선을 선호하는 대통령의 스타일이 이번 정윤회 문건 파동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2012년 ‘시사인’ 기사에 따르면 “2007년 박근혜 경선캠프 주변에서는 논현동팀으로 불린 비선이 진짜 실세이고 이 팀을 지휘하는 사람이 정윤회라는 설이 나돌았다”고 한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 측에서는 “2004년 이후 얼굴도 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지금과 거의 비슷한 양상이다. 이른바 ‘문고리 권력’ 논란을 불러온 ‘의원실 4인방’도 지금까지 이름이 오르내린다. 당시 정책보좌관 이재만, 온라인 홍보 이춘상, 정무 메시지 정호성, 일정·회계 안봉근 등이다. 이 가운데 세 명은 현재 청와대 실세로 거론된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폐쇄적 리더십을 닉슨의 리더십과 비교한 적이 있다. 폐쇄적 리더십을 가진 사람은 공식 라인의 사람들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고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해온 이른바 비공식 측근 라인을 더 믿는 경향을 보인다. 당연히 권력 내부에서는 암투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공식적인 인사검증 시스템이 무력화하고 인사 독점 또는 편중 현상이 벌어지면서 지배 권력 집단 내부의 잠재적 갈등 요소가 극대화된다.

    이번 사건도 측근들 상호 간의 권력투쟁으로 번지는 듯한 양상이다. 암투가 중심이 되면 정윤회 씨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물론 피해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권력 암투의 피해자가 아니라 국민의 관점에서 국가운영에 비정상적으로 관여했는지 여부가 최우선적인 검증 대상이 돼야 한다.

    정윤회와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9위는 1만7902건을 기록한 ‘언론보도’가 차지했다. 10위는 1만6918건을 기록한 ‘수사’가 차지했다. 수사는 세계일보 첫 보도일인 11월 28일 이후 일주일 동안 13위(8352건)를 기록했다가 다시 일주일 후에는 7위로 뛰어올라 사람들의 관심이 검찰 수사에 쏠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정윤회와 함께 언급된 인물 연관어 압도적 1위는 10만6186건의 박근혜 대통령이 차지했고, 2위에는 1만5843건을 기록한 김기춘 비서실장이 올랐다. 3위는 초기 논란을 주도한 조응천 전 비서관이 차지했고(1만267건), 문고리 권력 맨 앞자리에 이름이 오르는 이재만 비서관이 4위를 차지했다(9791건). 5위는 9317건을 기록한 정윤회 씨의 장인 최태민(사망)이 차지했고, 박지만 회장, 이명박 전 대통령, 이정현 의원,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 장관, 박지원 의원 등이 뒤를 이었다.

    난해한 퍼즐

    사건 초반부에는 이름이 없던 유진룡 전 장관은 문체부 국·과장 경질 관련 폭로 이후 언급량이 급상승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희상 새정연 비대위원장 등 여야 대표는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여야 지도부가 상당히 신중하게 이 사태를 바라본다는 뜻이다.

    이 사건에 대한 여론을 보여주는 심리 연관어의 압도적 1위는 앞서도 언급했듯이 ‘의혹’이다. 1만9428건이 언급됐다. 사건 초반에도 후반에도 ‘의혹’은 심리 연관어 압도적 1위다. 정윤회 문건 파동에 대한 국민의 의혹이 청와대의 미덥지 못한 대응으로 더욱 커졌고, 검찰 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의혹이 잦아들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위는 5199건의 ‘국기 문란’이다. SNS 사용자들은 이번 사건을 기본적으로 국기 문란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건 내용의 진위는 더 따져봐야 하지만, 정황이나 이미 밝혀진 내용만으로도 그렇게 생각할 여지가 있고 청와대 문건이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유출된 사안도 국기 문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3위는 4763건의 ‘압수수색’이, 4위는 4326건의 ‘궁금하다’가, 5위는 3467건의 ‘나쁘다’가 차지했다. 이어 ‘허위’ ‘우승’(승마 관련) ‘명예훼손’ ‘경질’ ‘고소하다’ 등이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정윤회 문건 파문의 진실 게임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채 진행된다. 문건 유출 혐의를 받은 최 경위의 자살로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든 양상이다. 검찰수사도 구속영장 기각 등으로 속도조절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리고 ‘청와대가 이런 진실 게임을 컨트롤하기 때문에 검찰수사가 속 시원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시각이 많다. 특검론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는 이유다.

    최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가 ‘7인회 주도설’로 이번 문건 파문을 돌파하려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청와대가 박지만 회장의 전 비서 전모 씨, 조응천 전 비서관 등이 참여한 7인회에서 문건 작성과 유출을 주도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 사실을 검찰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정윤회 씨 국정개입설은 루머로, 문건은 찌라시로 규정하면서 작성과 유출 쪽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가 감지된 셈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깊숙이 개입할수록 문제가 점점 더 꼬일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사안이 복잡하고 미묘하다. 퍼즐처럼 난해하기도 하다. 국익을 앞세워 진실을 덮자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넘어 투명하고 공정한 권력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국가와 국민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정윤회 관계와 검찰 수사 ‘편파성’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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