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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경제올림픽’ 강박증? 경기장 제때 못 지을 판!

위기의 평창동계올림픽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문체부 ‘경제올림픽’ 강박증? 경기장 제때 못 지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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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문체부가 제안한 ‘자문 교수’는 대형 경기장 건축 전공자가 아니다. 이 중 한 교수는 ‘내가 문체부 고위 관계자와 20년 지기’라고 하더라. 살림이 팍팍한 강원도는 별도 교수 용역을 발주할 비용도 없다. 하도 답답해서 해당 교수에게 ‘용역 대신 강원도를 위해 재능기부를 해주시면 안 되냐’고 물어봤을 정도다.”

이런 갈등에도 문체부는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11월 27일 국회에서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재설계를 통한 건설비) 20% 절감 요구가 실현 가능하냐”는 임수경 의원의 질문에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짧게 답했다. 문체부 측은 “경제올림픽을 치러야 한다는 목표에 모두 공감한다.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다방면으로 비용 절감 방향을 살펴보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해당 교수 중 한 명은 “경기장 축소 관련 자문에 응한 적은 있지만 정식 위촉장을 받은 건 아니다”라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시작과 끝을 담당할 개·폐회식장 역시 ‘뜨거운 감자’다. 본래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에 800억 원을 들여 신축하기로 했지만, 문체부는 그간 “강릉종합운동장을 리모델링해 이용하자”고 주장해왔다.

강원도와 조직위는 크게 반발했다. 평창올림픽의 가장 상징적인 행사를 평창이 아닌 강릉에서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강릉종합운동장은 20년 전 지어져 안전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노후 건물이라 아무리 리모델링을 해도 4만 석 규모의 개·폐회식장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

10월 13일 김종덕 문체부 장관과 최문순 강원도지사, 조양호 조직위원장이 개·폐회식장을 본안대로 평창에 신설하기로 합의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에 한 조직위 관계자는 “ 우상일 문체부 체육국장이 TV뉴스에 출연해 ‘평창에 개·폐회식장을 지어봤자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인터뷰한 지 며칠 만에 결정이 뒤바뀌었다”고 비꼬았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개·폐회식장 결정을 불과 며칠 앞두고 김 장관이 강릉종합운동장을 처음 방문했다. 조직위 담당자가 장관에게 ‘이곳을 4만 석 규모 개·폐회식장으로 만들려면 인근 아파트까지 다 밀고 다시 지어야 합니다. 보시기에 여기서 개·폐회식을 열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문체부는 현장을 보지도 않은 채 ‘하면 된다. 안 되는 게 어딨냐’는 식의 주장만 했다. 그간 공사가 지체된 데 따른 손실은 누가 보상하나.”

개·폐회식장을 둘러싼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입찰계획서를 쓰는 과정에서 문체부가 조직위에 “개·폐회식장 디자인을 ‘공모’를 통해 선정하라”고 ‘제안’한 것. 김상표 조직위 시설부위원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2017년 9월까지 완공해야 하기 때문에 절대 공기(工期)가 모자란다. 비용을 절감하고 설계·공사비용을 줄이기 위해 ‘턴키 방식’으로 해야 하는데 별도의 디자인 공모전을 열면 기한을 맞추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문체부가 이처럼 개·폐회식장 디자인 공모라는 ‘과도한 제안’을 한 것은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출신인 김 장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뒷말까지 나오는 상황. 이런 반응에 대해 문체부는 “입찰 방법 논의 과정에서 비용 절감과 효율적인 디자인 제시를 위해 ‘제안’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절약이라는 이름의 강압’

문체부 일선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준비를 지휘하는 자리가 체육국장이다. 최근 1년 반 동안 체육국장은 2번 교체됐다. 2013년 9월 2일 노태강 전 체육국장이 인사조치됐고 후임자로 온 박위진 전 홍보정책관은 임기를 6개월밖에 채우지 못했다. 12월 5일 ‘조선일보’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 인터뷰를 통해 “노 전 국장의 인사는 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것”이며 “한양대 출신인 이재만 비서관이 김종 제2차관을 통해 문체부에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김 차관은 유 전 장관에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 3월 2일 취임한 우상일 국장은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으로 해외에 체류하다 임기도 마치지 않은 채 귀국했다. 당시 김 차관이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재임 시절 우 국장의 박사과정 지도교수였던 사실이 회자되기도 했다. 실제 문체부 안팎에서는 “김 차관이 우 국장을 끌어왔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하지만 문체부 관계자는 “우 국장 취임 당시 언론은 연일 ‘러시아가 소치 동계올림픽에 54조 원 을 들였다’ ‘평창동계올림픽은 경제올림픽으로 치러야 한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우 국장의 제1 미션 역시 ‘평창동계올림픽 준비 비용을 절감하라’였다”고 배경 설명을 했다.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김 차관과 우 국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10월 24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에서 한선교 의원은 “문체부 스포츠 자문기구의 위원장과 위원 3명 모두 (김 차관과 같은) 한양대 출신이다. 김 차관이 문체부 ‘실세’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김 차관이 ‘설쳐대서’ 문체부가 ‘올스톱’됐다고 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10월 14일 정기국회에서는 평창을 지역구로 둔 염동열 의원이 우 국장에게 “절약이라는 이름의 강압적이고 고압적인 자세를 줄여라. 현재 평창에는 ‘우 국장 그만두라’는 현수막까지 내걸렸다”고 소리쳤다.

12월 3일 국회 교문위에서 정윤회 씨의 딸(인천아시아경기대회 국가대표 승마선수)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됐을 때 우 국장이 김 차관에게 건넨 쪽지가 언론사 카메라에 잡혔다. 쪽지에는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라고 적혀 있었다. 위원회는 정회됐고 설훈 위원장은 “이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냐. 공직자가 그걸 직속상관에게 메모라고 전달하냐”며 강하게 질타했다. ‘쪽지 파문’ 이후 김 차관은 우 국장에 대해 “중징계를 하겠다”고 밝힌 상황. 12월 중순 우 국장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죄송하다”는 답만 돌아왔다.

평창동계올림픽 준비 예산은 11조 원. 소치 올림픽 소요 비용(54조 원)의 5분의 1 수준이고 여수엑스포 소요 비용(12조 원)보다도 적다. 이 중 기본계획에 포함된 고속철도 등 인프라를 제외하고 경기장 건설 등 정부 직접 투자는 5200억 원대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는 ‘경제올림픽’이라는 미명(美名) 아래 정작 중요한 것들을 소홀히 하는 건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신동아 2015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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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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