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호

테러·내전으로 초토화 한국인 성지순례 줄줄이 취소

위기의 중동 관광산업

  • 김영미 | 분쟁지역 전문 PD

    입력2014-12-23 14: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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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광업은 중동에서 원유 사업 다음가는 핵심 산업이다. 아기 예수가 태어난
    • 베들레헴부터 세계 7대 불가사의 페트라까지, 수천 년 역사를 버텨온 유적이 즐비하다.
    • 그러나 ‘아랍의 봄’으로 시작된 내전은 이 모든 것을 앗아갔다.
    • 반군의 공격과 폭탄테러가 난무하면서 관광객은 씨가 말랐다.
    • 성지순례에 나선 한국인도 여러 명이 희생됐다.
    테러·내전으로 초토화 한국인 성지순례 줄줄이 취소

    요르단의 세계적인 문화유산 테트라

    중동에는 유서 깊은 문화 유적지가 가득하다. 에스닉한(민족적인) 매력이 있다. 그런 곳을 가방 하나 둘러메고 여행하는 건 많은 사람의 로망이다. 유럽인은 이런 낭만을 꿈꾸며 식민지 시절부터 북부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 여행지를 개척했다. 특히 크리스마스와 새해 휴가를 따뜻한 중동국가에서 보내는 여행자가 많았다. 중동의 국가에서는 관광장관이 가장 힘 있는 자리로 꼽힐 정도로 관광업은 중동에서 원유 사업 다음으로 치는 핵심 국가산업이다. 그러나 요즘 중동의 관광지는 위험하다.

    국민 1인당 총기 3정

    프랑스의 건축가 시몬 클레르(34) 씨는 두 달 전 중동의 예멘을 여행했다. 그는 예멘의 7000년이 넘은 건축물을 보기 위해 이번 여행을 준비했다. 진흙집으로 만들어진 ‘올드 사나’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유명한 곳이다. 건축가라면 누구나 와보고 싶어 한다. 시몬 씨는 2013년 예멘 사나에서 열린 여름 축제에서 베두인족 남자들이 전사의 춤을 추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고 꿈을 키웠다. 2주간 열린 이 축제는 예멘 정부가 국내관광을 활성화하고 국내외 관광객에게 예멘 관광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고자 진행한 행사였다.

    시몬 씨는 예멘 정부가 관광객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생각했다. 가끔 뉴스에서 테러 소식이 전해졌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그러나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 시작해 지방 곳곳을 다니며 고건축물을 사진에 담고 블로그에 올릴 생각이던 그는 예멘 도착 첫날부터 이번 여행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많은 외국인이 예멘에서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됐고, 예멘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진다는 걸 알게 됐다.

    예멘은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민주화 혁명 이후 벤 알리 대통령이 권좌에서 밀려난 뒤 사회적 혼란이 심각하다. 이 틈을 타 알카에다와 연계한 무장조직인 ‘북아프리카 알카에다 지부’(AQAP)가 활발히 움직인다. 미국은 무인기를 동원해 이들에게 폭격을 가한다. 예멘은 현재 국민 1인당 3정의 총기를 휴대했을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다. 시몬 씨는 “멋지게 보였던 예멘의 시장이나 거리 풍경이 이제는 무섭다. 언제 어디서 나를 납치할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다. 예멘 정부는 관광객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한 달을 예상하고 왔지만 10일 만에 여행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예멘의 수도 사나는 천일야화의 배경이 된 도시다.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아들이 건설했다는 전설이 있다. 우리가 흔히 즐기는 모카 커피도 예멘의 모카 항에서 유래됐고 가는 곳마다 유적지라 할 만큼 고대 건축물이 웅장하다. 시밤, 타림, 아이낫 같은 유명한 여행지도 과거 외국 관광객이 열광하던 곳이다.

    고대 하드라마우트 왕국의 수도였던 시밤은 진흙으로만 쌓아올린 고층 빌딩이 사막 한가운데 서 있어 ‘사막의 맨해튼’으로 불린다. 3세기쯤 축조된 8~9층 높이의 진흙 빌딩 500여 채가 밀집된 유적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됐다. 시밤은 한국인에게는 아픔의 장소다. 2009년 시밤에서 한국인 관광객 4명과 현지 가이드 2명이 자살폭탄 테러로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다. 여행사 가이드의 인솔하에 시밤의 전망대에서 일몰을 감상하던 중 10대 후반과 40대 후반의 현지인 남성 2명이 몸에 두른 폭탄을 터뜨렸다.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사건 직후 예멘에선 이 자살폭탄 테러가 한국인을 노린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관광객을 노린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외국인 관광객을 노린 사건으로 결론 났다.

    무장세력이 관광객을 노리는 것은 접근하기 쉬운 타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현지 주민이 말을 걸거나 가까이 다가와도 경계를 하지 않아 접근이 용이하다. 관광객을 노린 테러가 성공하면 해당 나라 정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사고를 당하면 국제적인 뉴스가 되고 이는 정부의 이미지와 안전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군인 수십 명을 죽이는 것보다 외국인 관광객 1명 사망하는 것이 파급 효과가 더 크다.

    예멘도 과거에는 관광 수입이 국가 재정의 주 수입원이었다. 아랍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예멘은 1인당 국민소득이 930달러에 그쳤다. 전 세계 174개국 중 166위에 해당한다. 인구 절반이 빈곤층이며 100만 명에 가까운 어린이가 심각한 영양 부족에 시달린다.

    콘보이를 믿지 마라

    예멘의 고(古) 건축물을 감상하며 걷는 트레킹 코스는 유럽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았다. 예멘 정부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유럽 각국 방송국에 예멘 관광부 장관 명의의 공문을 보내 지원과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해 수많은 유럽의 방송국이 예멘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알카에다와 연계한 무장조직, IS(이슬람 국가)가 창궐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수백 개의 부족이 흩어져 서로 싸우고 납치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치안은 어수선해졌다. 예멘 정부는 관광객이 줄어들까봐 발만 동동 굴렀다. 사나 축제 같은 행사를 기획하며 관광객 유치에 힘을 기울였지만, 관광객을 노리는 폭탄 테러가 계속되면서 허사가 됐다.

    예멘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이 사막 등 위험지역을 여행할 때 관광 경찰의 호위를 받도록 하는 콘보이(Convoy) 제도를 시행한다. 예멘뿐 아니라 관광 수입에 의존하는 중동 국가 대부분이 이 제도를 운영한다. 관광객 처지에서는 총으로 무장한 경찰이 앞뒤로 호위해주니 심리적으로 안심이 되고 정부로서는 최소 비용으로 관광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예멘 사건에서 보듯 콘보이가 붙어도 사고를 피해가지는 못한다. 이집트의 한 경찰 간부는 “콘보이를 하는 경찰이 비록 무장을 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전투가 벌어지면 대여섯 명에 불과한 관광경찰이 무장세력을 감당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관광경찰은 관광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기에 무장 공격에는 약할 수밖에 없다. 또 관광객을 공격할 정도의 무장세력이라면 숙련된 전사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막상 무장세력이 공격을 해오면 관광경찰의 콘보이는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무장세력과 관광경찰이 협력해 관광객을 공격하는 사례도 있다.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관광경찰의 임금은 대개 미화 200~500달러다. 무장세력이 제시하는 돈의 유혹에 많은 관광경찰이 넘어간다. 예멘타임스의 한 기자는 “예멘은 ‘아랍에서 가장 부패한 나라’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사회 곳곳이 부패했는데 관광경찰인들 부패하지 않겠나. 콘보이를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레바논은 중동의 파리라 불릴 만큼 관광지로서 영광을 누린 나라다. 지중해의 푸른 바다와 더불어 유럽 스타일의 노천카페가 즐비한 거리, 십자군 시절의 유적지와 시돈의 기독교 성지 등 유럽 관광객의 천국이었고 한여름에는 걸프 국가 사람들의 피서지로 유명했다.

    그러나 지금 레바논의 관광산업은 초토화했다. 레바논은 2013년 7월까지 관광객이 전년에 비해 13.5% 감소했다. 2011년에 비하면 24.2%나 감소한 수치다. 관광산업의 레바논 GDP 기여도는 2009년 80억 달러(약 8조8700억 원)에서 2012년 40억 달러(약 4조4300억 원) 이하로 떨어졌다. 시리아 내전이 몰고 온 레바논 정국의 불안 때문이다. IS(이슬람국가) 때문에 레바논 동부 지역은 더 위험해졌다.

    2014년 9월,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IS와 시리아 반군 알누스라전선은 반군 지도자가 체포된 것에 대한 항의로 레바논 국경 지역인 아르살을 공격, 알리 알사예드 등 레바논 병사 19명을 생포했다. 그리고 레바논 군인 한 명을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곧이어 또 다른 레바논 병사 동영상을 내보내면서 “IS 수감자들을 석방하지 않으면 이들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이 사건은 레바논 사람들을 경악게 만들었다. 베이루트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가이드를 하는 핫산(27)은 “참수 동영상이 전 세계에 공개됐다. 영상이 공개되고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예약된 단체관광 3건이 취소됐다. 누가 이 끔찍한 영상을 보고도 레바논에 관광을 오겠는가”라고 말했다.

    테러리스트 된 관광장관

    관광장관이 미국에 의해 테러리스트로 규정되는 황당한 사건도 벌어졌다. 미국 재무부는 미셸 사마하 전 레바논 정보·관광장관을 특별 임무를 지닌 국제 테러리스트로 규정했다. 그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레바논 공격을 도왔다는 것이다. 사마하 전 장관은 레바논 당국에 의해 요인 암살을 계획하고 여러 곳에 폭발물을 설치한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관광업을 살리는 데 사력을 다해야 하는 관광장관이 오히려 테러리스트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관광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베이루트 시내 한 호텔 매니저는 “도대체 이 나라는 뭐가 잘못돼 장관까지 테러리스트가 되어 관광업을 망치는가. 지금 내가 근무하는 호텔에 관광객이 한 명도 없다. 이 사실을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한탄했다.

    쿠웨이트는 관광이나 기타 사업으로 레바논에 체류하는 자국 국민에게 레바논을 떠나도록 요구한다. 유럽 각국 정부도 레바논 관광에 대한 위험을 자국민에게 경고한다. 레바논 관광업이 정상화하기는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여행사를 하는 칼리드 함다니(47) 씨는 “25년간 관광사업을 했고 그동안 몇 차례 내전을 겪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상황이 안 좋은 적은 없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레바논의 안전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여행업계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광업계의 절실한 요구도 별 효과가 없어 보인다. 레바논 정부가 현재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4년 7월8일 시작돼 무려 50여 일간 지속된 이스라엘의 가자 폭격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양쪽 모두의 관광산업에 직격탄이 됐다. 아기 예수가 태어난 베들레헴은 가자지구 폭격이 시작된 직후 성지순례객의 예약 취소로 몸살을 앓았다. 베들레헴의 유명 관광지인 ‘목자들의 뜰’ 옆 길가에는 관광객을 실어 나르던 대형 관광버스가 줄줄이 서 있다.

    예전 같으면 한창 관광객들을 실어 날라야 하는 시간에도 할 일 없는 운전기사들만 버스 옆을 지키고 서 있다. 그 중 한 운전기사는 “9월부터 관광 성수기로 다들 1년간 이때를 기다린다. 그런데 여름부터 시작된 가자지구 폭격으로 예약이 줄줄이 취소됐다. 베들레헴과 가자지구는 한참 멀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베들레헴에도 폭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기념품 가게도 파리를 날리긴 마찬가지다. 매장 안에 들어서 보니 관광객은 단 한 명도 없이 직원들만 잡담을 하고 있었다.

    필자가 묵었던 베들레헴의 한 호텔은 50여 칸의 방이 있었으나 투숙객은 필자 혼자였다. 베들레헴 주민 대부분이 관광업에 종사한다. 수십 년간의 이-팔 분쟁으로 팔레스타인 경제가 악화됐어도 베들레헴만큼은 예외였다. 그러나 이번에 발생한 가자지구 폭격으로 베들레헴은 큰 타격을 입었다.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경제 위기로 이미 관광객이 감소한 상황에서 결정타를 입은 것이다.

    이스라엘 쪽도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다. 이스라엘 경제에서 관광업은 7% 정도를 차지하는데, 가자지구 사태로 인해 생긴 관광업의 손실은 최소 5억6600만 달러(약 5739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예루살렘 시내의 한 호텔 종업원은 “가자 폭격이 시작되자마자 투숙객 수가 줄었고 예약은 단 한 건도 받지 못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우리 호텔뿐 아니라 예루살렘에 있는 호텔이 거의 비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주민은 로켓과 폭격을 주고받은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 예루살렘에서 호텔업을 하는 캐서린은 “이스라엘 관광업계가 타격을 입은 것은 가자지구가 폭격을 당한 것과 비슷한 강도다. 네타냐후 총리는 폭격을 하기 전 이스라엘 국민이 무엇을 먹고살아야 하는지 먼저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했다. 앞으로 이런 의미 없는 폭격으로 관광업이 또 타격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수의 세례 장소는 어디?

    중동에서 관광업은 아주 중요한 국가산업이다. 특히 성지에 대해서는 더욱 예민하다. 2014년 5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은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해묵은 갈등을 되살아나게 했다. 교황이 예수의 세례 장소를 방문한다고 계획을 세우자 그곳이 어디인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그동안 양국은 서로 자신들의 땅에 예수의 세례 장소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성경은 예수가 요르단 강의 동쪽과 서쪽 기슭 중 어느 쪽에서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았는지를 명확하게 기술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성경 신약(新約)을 들먹이며 예수가 요르단 강 서안에 있는 카스르 알 야후드에서 세례를 받았다고 홍보해왔다. 예수가 나사렛 쪽에서 왔기 때문에 요르단 강 서안에서 세례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스라엘 측 주장이다. 그러나 요르단은 요르단 강 동안의 베다니가 예수의 세례 장소라는 고고학적 증거가 여럿 있다고 맞서왔다. 요르단 측이 제시하는 증거로는 초기 기독교 순례자들의 일기, 로마 시대의 이정표, 요르단의 마다바에 있는 정교회 성당 바닥의 모자이크 지도 등이다.

    양측이 이렇게 서로 예수의 세례 장소가 자신들의 땅에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관광 수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주장에 설득력이 있었는지 2013년에는 카스르 알 야후드를 찾은 관광객이 43만 명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같은 해 요르단의 베다니 방문자는 9만 명에 그쳤다. 여기까지는 이스라엘의 승리였다.

    그러나 교황이 예수의 세례 장소로 선택한 곳은 요르단의 베다니였다. 요르단 관광업계는 교황의 베다니 방문을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최근 요르단은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불안감으로 관광객이 급감하는 사태에 전전긍긍한다. 요르단 압둘라 2세 국왕과 라니아 왕비까지 나서 요르단 관광을 홍보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교황이 즉위 후 첫 성지순례지로 베다니를 선택하자 요르단은 환호했다. 요르단은 1967년 6일 전쟁으로 이스라엘에 요르단 서안지역과 예루살렘을 뺏기면서 농지뿐 아니라 관광자원마저 많이 뺏겼다. 1인당 국민소득이 4000달러에도 못 미치는 가난한 나라이며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요르단은 관광산업이 요르단 전체 산업의 50%를 차지하고 국내총생산(GDP)의 14%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요르단 관광의 핵심은 마안주에 있는 문화유적지 페트라다. 모세 계곡(Wadi Musa)이라고도 불리는 이 계곡은 이스라엘의 지도자 모세가 바위를 칠 때 물이 용솟음쳤다는 곳 중 하나다. 거대한 암벽 위에 건설된 페트라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이며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페트라는 1812년 스위스 작가 요한 루트비히 부르크하르트에 의해 발견되었다. 지금은 요르단 관광의 대명사다. 요르단 정부는 페트라 관광을 유도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했고 국왕 내외도 종종 방문해 관광객 유치에 심혈을 기울였다.

    사실 요르단 관광업계는 ‘아랍의 봄’의 수혜자였다. 북동아프리카에 위치한 이집트·튀니지와 함께 시리아·이라크가 민주화 시위로 혼란스러워지자 관광객들은 그 대체지로 막대한 문화유적지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민주화 시위가 일어나지 않은 요르단을 선택했다. 요르단 국왕의 발 빠른 민심 수습책으로 현재는 인근 국가들에 비해 훨씬 조용하고 모든 비즈니스가 정상적으로 움직인다.

    요르단의 구제금융 요청

    그러나 시리아 내전이 4년 넘게 계속되고 이집트에서 군부 독재가 시작되면서 요르단 관광업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유럽 또는 미국 관광객 대부분은 이집트와 연계해 팔레스타인을 거쳐 요르단을 방문하는 코스를 선호했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정세가 불안해지자 큰 손님인 한국 관광객의 성지순례도 대폭 감소했다. 요르단을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은 주로 이집트, 이스라엘을 거치거나 터키, 시리아를 경유해 요르단으로 입국한다.

    그러나 2013년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한국인 버스 폭탄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기독교 성지인 시내 산이 위치한 시나이 인근 지역이 여행 제한지역으로 지정돼 한국인 성지순례객이 많이 줄었다. 또 시리아의 극심한 내전 탓에 시리아가 한국 외교부에 의해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되면서부터 터키-시리아 코스도 막혀버렸다. 그동안 기독교 성지를 중심으로 성지순례객을 모집하던 한국 여행사들은 외교부로부터 이집트와 시리아 등지의 성지순례객 모집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받고 아예 이 상품을 제외해버렸다.

    이런 조치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나라는 요르단이다. 결국 2012년 요르단은 국제통화기금(IMF)에 20억 달러(약 2조3000억 원)의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요르단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아하마드 씨는 “그동안 한국 성지순례객이 주 고객이었으나 인근 국가들의 유혈 사태로 예약 자체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인들은 요르단 하나만 보고 오는 관광객이 아니다. 요르단 관광이 다시 살아나려면 이집트와 시리아가 정상화돼야 하는데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시리아 내전으로 난민이 인근 국가인 요르단과 레바논, 터키까지 흘러들어오면서 이들 국가의 관광산업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렇게 중동국가들을 강타한 관광산업의 초토화는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끼쳤다. 관광업계에 종사하던 인력도 일자리를 잃었고 젊은이들은 높은 실업률로 허덕이게 됐다. 이는 다시 사회의 불안정을 가중하는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중동의 관광업이 언제 부활할지 모르지만, 역사적 가치가 큰 문화유산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세계인들에게도 불행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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