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호

시작은 달콤했으나 끝은 참담하리라!

불륜, 현실도 드라마 같을까?

  • 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artppper@hanmail.net

    입력2015-01-20 16: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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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불륜에 빠진 이들은 기쁨에 들떠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불륜 남녀는 서로의 육체를 탐하느라 정신이 없다. 불륜남은 아내에게 들켜도 두려움이 없다. 불륜녀는 불륜 상대의 배우자를 만나도 “네 남편 간수나 잘하라”고 당당하게 외친다. 불륜이 들통난 뒤에는 아예 대놓고 만난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과연 이러할까.

    필자가 상담을 하면서 접하는 불륜남 대부분은 아내에게 들키지 않고 몰래 만나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늘 조마조마하다. 불륜남 중 연하의 싱글 여성을 사귀는 경우는 질투 때문에 괴로워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도 바람을 피우는 주제에 상대 불륜녀가 젊은 남자를 따로 만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도 한다.

    불륜의 7단계 사이클

    그런가 하면 불륜녀의 대부분은 불륜 초기부터 남의 가정을 깨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싱글 여성은 유부남을 사귄다는 것이 남에게 알려지는 것이 수치스럽다. 또 유부녀이건 싱글이건 불륜녀는 상대 불륜남의 아내를 질투한다. 유부녀는 불륜이 들통 나서 남편에게 알려질까 전전긍긍한다. 직장에 알려져서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것도 두렵다. 그 누구보다 부모에게 알려지면 부모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자살할 것 같다는 이도 있고,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현실이 이러하기에 불륜을 들켜 상담을 오는 경우 남녀를 가리지 않고 거의 ‘패닉’ 수준이다. 불륜이 처음 시작될 때는 행복하다고 느끼고 마음도 설렌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행복해서 만난다기보다는 헤어지지 못해서 만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 의미에서 불륜의 시작에서 끝, 불륜의 감정 사이클을 한번 살펴보자.



    시작은  달콤했으나 끝은  참담하리라!
    1. 호감

    드라마에는 휴가지에서 서로 눈이 맞아서 한순간에 열정적인 불륜 관계에 빠져드는 상황이 종종 등장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 직장이나 모임에서 서로 알고 지내다가 우연한 기회에 불륜에 빠지는 경우가 더 흔하다. 평소에 어느 정도 호감을 갖고는 있었지만, 이성으로서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직 그 남자 혹은 그 여자에 대해서 성적 매력을 느끼지는 않는다. 이런 관계가 우연한 기회를 맞게 되면서 불륜이 시작된다. 직장에서 회식을 마치고 같이 택시를 타고 가다가 눈이 맞는 식으로 말이다.

    2. 열정

    이 시기가 가장 행복하다. 우연히 관계를 가진 후 연락을 할까 말까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 연락해서 다시 만나게 된다. 서로가 한 공간에 있고 섹스를 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처음 관계 가진 것을 잊고 지내다가 다음에 우연히 다시 만나는 경우도 있다. 그 순간 어색하다. 그런데 자꾸 생각이 난다. 며칠 안에 다시 연락해서 만나면 그때부터 열정이 시작된다. 하루 종일 그 사람 생각밖에 안 난다. 좋은 것을 보면 그 남자 혹은 그 여자와 함께 보고 싶고, 맛있는 음식을 대하면 그 남자 혹은 그 여자와 함께 먹고 싶다. 하루 종일 그 사람 연락만 기다린다. 그러다 마침내 만나게 되면 몸이 녹아버리는 것 같다.

    3. 망설임

    때때로 불안해진다. 유부남, 유부녀를 사귄다는 것에 대해서 의식하기 시작한다. 소문에도 신경이 쓰인다. 혹시 불륜 상대와 데이트를 하다가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날까봐 걱정도 된다. 그만 만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위험한 사랑을 한다는 것 때문에 가슴 설레기도 하지만 금지된 사랑이기에 두렵다. 망설이기도 한다. 연락이 와도 받지 않으리라 다짐하지만 그런 결심은 잠시뿐이다. 결국 자신이 연락하게 되거나 혹은 상대방이 연락을 해서 다시 만나게 된다.

    4. 고립

    그 사람은 가정이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밀을 지켜야 한다. 따라서 늘 그 사람의 스케줄에 맞춰야 한다. 그 사람의 아이가 갑자기 아프기라도 하면 둘이서 있다가도 그 사람이 병원으로 달려가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그 사람의 배우자 눈에 띌지 몰라서 피해 다녀야 한다. 그러다보니 언제나 그 사람 가족의 스케줄에 밀려서 자신은 뒷전이다.

    주위에서는 ‘사귀는 사람이 있냐?’고 묻지만 제대로 답할 수도 없다. 누군가 좋은 사람을 소개해준다고 해도 어정쩡한 태도로 얼버무리며 거절해야 한다. 남에게 밝힐 수 없는 비밀을 갖고 있기에 점점 고립돼간다.

    5. 합리화

    논리적으로는 이 관계를 끝내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또다시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서 이유를 만든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다른 사람들도 다 유부남 유부녀를 사귀고 있다고 합리화한다. 자신의 처지를 고려하면 이만한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에게 가족이 있지만, 그 사람이 진짜 사랑하는 것은 자신이라고 스스로 위안도 한다. 언젠가 그 사람이 배우자와 헤어지고 자신과 함께할 것이라는 헛된 희망도 가져본다. 이런 식으로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가는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한심하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합리화를 한다.

    6. 황폐화

    괜찮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으려고 했다가도 어느 순간 또다시 미칠 것 같다. 이러한 관계를 이어간다는 것이 짜증 난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화를 낸다. 결국은 참지 못하고 누구에겐가 털어놓는다.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그 사람과 둘 사이에 지켜야 하는 규칙을 어기고 만다.

    술을 마시고 밤늦게 전화를 하기도 한다. 그 사람의 집 근처에서 서성이기도 한다. 그 사람에게 자신을 사랑하는지 자꾸 확인한다. 섹스에도 집착한다. 그 사람에게 화를 많이 내게 된다. 만나기만 하면 싸운다. 싸우고 나면 그 사람이 헤어지자고 할까 두려워서 연거푸 전화를 한다. 이렇게 내연관계로 허비한 청춘이 아까워서 자꾸만 뭔가 ‘보상’을 바라게 된다.

    7. 파국

    유부남과 여자가 서로 그만 만나야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깨끗하게 헤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유부녀와 남자가 서로 그만 만나야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깔끔하게 헤어지는 경우 역시 거의 없다. 내연관계가 끝날 때의 파열은 예상보다 훨씬 괴롭기 마련이다. 주위에 알려지면서, 더 이상 감추지 못하게 되면서 파국을 맞기도 한다. 배우자가 눈치채면서 더 이상 만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드물기는 하지만 너무 답답한 나머지 내연녀 혹은 내연남이 남편이나 아내에게 알리기도 한다. 파국을 맞이한 불륜 커플이 그 뒤에 함께 가정을 이루는 경우는 드물다. 가정이 존재하기에 외도도 존재하는 것이다. 가정이 깨지면 외도 관계도 대부분 깨진다. 설혹 불륜이 결혼으로 이어지더라도 그 결혼이 행복한 경우는 많지 않다. 반복적으로 외도를 하던 남자가 결혼 후에 또 외도를 하는 경우도 있고, 불륜 상대로는 좋았던 여성도 막상 아내가 되면 매력이 사라지는 수도 있다.

    사랑하는 정도 차이

    다시 정리하자면, 외도는 내가 사랑하는 정도와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는 정도가 다를 때 관계가 삐꺽거리기 시작한다. 드라마에 나오듯이 한쪽은 가정도 버리고 그 혹은 그녀에게 모든 것을 걸려고 하는데 상대방의 생각은 다른 경우가 있다. 유부남과 싱글이 사귀는데 여자는 결혼을 하자고 안달이 났지만 남자는 가정을 버리지 못해서 이혼을 미루는 경우가 그러하다. 남자는 아내와 이혼하고 불륜녀와 결혼하고 싶은데 아내는 아이 때문에 이혼을 하지 않고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서로 생각하는 바가 다르면 외도 관계가 순탄치 않게 되고 그 과정에서 아내가 알아채고 큰 충격을 받기도 한다.

    불륜 관계에 문제가 없을 때는 외도를 하는 이들이 서로의 감정을 나름대로 통제한다.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관계가 수렁에 빠지면 ‘될 대로 되라’는 생각에 행동을 함부로 하다 아내가 알아채는 경우가 많다.

    관계가 악화하면 외도 당사자들의 감정기복이 심해진다.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게 되면서 아내가 눈치를 채게 된다. 집에 들어온다고 했다가 안 들어오고, 늦게 들어온다고 했다가 다투고 일찍 들어오는 식으로 들쑥날쑥하면 아무리 무덤덤한 아내도 이상하다고 느끼게 된다. 외도 상대방의 가정이 깨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의식적으로 공공연하게 문자, e메일 등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바람에 들키기도 한다. 심지어는 협박을 하기도 한다.

    결혼은 제도에 의해서 안정성이 부여된다. 공개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관계를 지켜주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불륜이나 외도는 비밀스러운 관계이기 때문에 깨지기도 쉽다. 관계가 달아오르는 시기엔 서로 세상에서 가장 열렬한 사랑을 하는 것 같다. 금기를 깨는 것, 불륜 자체가 자신들의 사랑을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비난을 각오하고 사랑한다며 자신들을 미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시간이 지나고 서로가 원하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쪽은 마음을 기댈 대상을 원했는데 한쪽은 섹스 상대만 원한다. 한쪽은 사랑을 원했는데 한쪽은 금전적이건, 지위건, 특권이건 고가의 선물이건 보상을 원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유부남이 외도를 하는 경우 불륜 관계가 끝나면서 여성이 경제적 보상을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반대로 남편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면서 불륜 상대였던 여성에게 불륜남이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외도와 불륜의 시작은 자연스럽게 이뤄지지만 끝내는 것은 내 뜻대로 안 된다.

    대가 없는 불륜은 없다

    나는 끝내고 싶지만 상대방은 아직 나를 사랑하는 경우도 문제고, 나는 계속 사랑으로 남고 싶지만 상대방은 보상을 받고 끝내고자 하는 경우도 문제다. 물론 외도가 행복한 결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외도를 하는 이들 중에는 관계가 불안해질 때마다 인터넷에서 유명한 연예인이나 기업인이 불륜 상대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기사를 검색하면서 불안을 달래는 사람도 있다. 상담을 하다가 필자가 “대부분의 외도는 끝이 좋지 않다”고 하니 찰스 황태자와 카밀라 파커볼스를 예로 들면서 반박한 내담자도 있었다.

    물론 예외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불륜 관계는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한다. 불륜은 불륜 상대의 배우자와 자녀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다.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불륜 관계 당사자인 불륜남, 불륜녀의 삶 역시 엉망이 된다. 어쩌면 불륜 관계의 가장 큰 피해자는 불륜 남녀 당사자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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