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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기자의 호모에로티쿠스

“성욕은 사람을 지탱하는 것 예술은 금기를 건드리는 것”

발칙한 에로티시즘 화가 이혁발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성욕은 사람을 지탱하는 것 예술은 금기를 건드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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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 아니마, 페티시

그는 “섹시 미미는 일종의 가면놀이”라고 했다.

“남성 속에 있는 여성성을 표현함으로써 ‘과연 당신은 당신의 존재,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관객에게, 내 안의 가면을 벗으면 진짜 ‘나’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가면(persona)을 쓰고 살아간다. 사회적 기대나 요구에 맞춰 연기하는 것이다. 가령 한 가정의 가장은 아내나 자녀 등 가족 구성원의 기대와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그 가면을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려 하기도 하지만, 가면은 가면일 뿐 진정한 자기 본래의 모습은 아닐 수도 있다. 문득 가면을 벗고 진정한 ‘나’를 찾고 싶어 할 때가 있다.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은 남성 안에 여성성, 즉 ‘아니마’가 있다고 했다. 이혁발은 그 내재된 여성성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다.

“어느 일본 작가가 ‘모든 남자는 페티시(fetish) 취미를 갖고 있다’고 했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어느 남자에게나 여성의 물건을 통해 성적 쾌감을 느끼려는 심리가 있다. 여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여성의 물건을 사용하고 그걸 즐기는 것이다. 나도 여성 스타킹을 좋아하는데, 신으면 조여지는 데서 오는 성적 쾌감이 있다. 그래서 ‘스타킹 모뉴멘트’란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쉬메일(얌자)도 그런 페티시의 연장이라고 생각한다.”



▼ 우리 사회에서 쉬메일은 동성애나 트랜스젠더보다 더 이해받기 어려운 존재 같다.

“60억 인구만큼이나 다양한 성적 지향이 있다. 그걸 획일화, 단순화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쉬메일에겐 남자와 여자, 게이, 트랜스젠더와는 또 다른 독특함이 있다. 보통 여자들이 갖지 못한 매력도 있다. 인간의 성을 연구하는 데 그만큼 재미있는 소재가 어디 있나.”

2005년 연 ‘이혁발의 정액전-이 시대의 춘화도’도 그만의 기발함을 느낄 수 있는 개인전이었다.

“남자들은 다 비슷한 경험이 있을 거다. 나도 자위를 할 때 야한 여자 사진을 펴놓고 했다. 사정으로 정액이 번진 사진을 보면서 ‘아 이걸 작품으로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실제 생활이기도 해서 남자들의 현실을 보여준 거다. 페트병에 정액을 모아 프린팅한 사진에도 뿌리고, 드로잉한 그림 위에 뿌려보기도 했다. 그런데 작업을 하다 보니 정액은 번지는 효과가 생각보다별로였다. 오히려 물을 뿌린 게 효과가 더 좋았다.”

“신은 왜 항문에 성감을?”

“성욕은 사람을 지탱하는 것 예술은 금기를 건드리는 것”

정액을 이용한 작품. ‘너를 사랑하고도 외로운 나는’ 2005년 작.

쉬메일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화제가 동성애로 옮겨갔다.

“영화를 보면 이성애자이던 남자가 동성에게 강간당한 후 동성애자로 바뀐다는 설정이 종종 나온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 한번 당했다고 해서 성 정체성이 바뀌지는 않는다. 강간당하면서 성적 쾌감을 느꼈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이성애자가 한순간에 남자 자체를 좋아할 순 없다.”

그는 말이 나온 김에 항문 섹스에 대한 편견을 깨야 한다고 했다.

“흔히 변태라고 생각하는데, 항문에도 분명 쾌감이 있다. 신은 왜 거기에도 쾌감을 줬을까. 섹스가 아이를 낳기 위한 것만이 목적이었다면 신은 인간에게 쾌감이란 걸 줄 필요가 없었다. 섹스의 쾌감을 줬으니까 70살, 90살이 되어도 섹스를 하는 것이다. 성기와 똑같이 항문에서도 쾌감을 느낄 수 있고 윤활액도 나온다. 쾌감을 느끼니까 동성애자들이 항문 섹스를 하는 거다. 남자들은 사정을 하면 그걸로 오르가슴이 끝나지만 항문으로는 멀티 오르가슴을 느낀다고 하더라. 그래서 부부 간에도 항문 섹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 회음부를 애무해주는 게 좋다. 거기서 오는 쾌감이 있다.”

▼ 일반인은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 변태라는 소리 안 들어봤나.

“곧 커밍아웃을 할 거란 소리도 들었고, 섹스만 밝히는 변태란 오해도 많이 받았다. 그렇지는 않다. 그렇다고 오해를 풀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 작업 주제를 바꿀 생각은 안 해봤나.

“내가 하고 싶고,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작업이다. 누군가는 해야 할 작업이기도 하다. 그걸 내가 하는 것일 뿐이다. 외설은 기본적으로 권력자나 도덕주의자들이 만든 틀이다. 예술은 금기를 건드리는 것이다. 그런 오해를 받는 것은 차라리 괜찮다. 오히려 초기에 ‘튀려고 이런 걸 하느냐’ ‘유명해지려고 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말을 들을 때가 더 기분이 나빴다. 그런 말을 하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 내가 이런 작업을 꾸준히 하는 걸 보고 오해를 풀었다고 할 때 진심이 통한 것 같아 뿌듯했다.”

▼ 좋아하는 여성상이 있다면.

“마조히즘적인 취향이 있지 않나 싶다. 꿀벅지라고 하나, 허벅지가 튼실한 여자를 좋아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나 에어로빅 하는 여성에게 섹시함을 느꼈다. 내 작품 중에 양 허벅지 사이에 내 얼굴을 내민 게 있을 정도다. 그런데 좋아하는 스타일은 변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육체적 매력은 금방 싫증을 느끼게 마련이다. 성적 쾌감에 한계가 있는 법이다. 결국 영혼이 서로 교감해야 한다. 거기서 오는 만족감이 여운이 길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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