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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먹는 아메바’ 공포 확산 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 용태순 | 연세대 의대 열대의학연구소장 tsyong212@gmail.com

‘뇌 먹는 아메바’ 공포 확산 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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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미국에서 물놀이를 한 청소년 3명이 파울러 자유아메바에 감염돼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지구촌을 경악시켰다. 파울러 자유아메바는 가까운 일본과 대만 등지에서도 발견된 만큼 우리 보건 당국의 조사와 연구가 요구된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뇌 먹는 아메바(brain-eating ameba)’라고 불리는 파울러 자유아메바(Naegleria fowleri)가 미국의 상수원에서도 발견됐다”며 “물놀이를 한 청소년 3명이 아메바에 감염돼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은 CNN 방송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세계적인 관심거리가 됐고, 우리나라에서도 포털사이트 최상위 검색어에 오르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미국뿐만 아니라 베트남에서도 수영을 하던 청년이 사망했고, 파키스탄에서는 13명의 환자가 전원 사망했다. 파울러 자유아메바에 감염된 사람들은 대부분 뇌수막염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장 단순한 생물의 대명사 격이던 아메바가 한순간에 공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숙주 불필요해 도처에 분포

아메바는 세균보다는 훨씬 크지만 몸 전체가 세포 1개로 구성된 원생생물의 한 종류다. 핵을 둘러싼 막이 없어 유전물질이 세포질에 이리저리 퍼져 있는 세균(박테리아)이나 바이러스와 달리 아메바는 핵막이 있고 모든 유전체가 그 안에 구분되어 들어가 있다. 따라서 아메바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보다 더 진화한 진핵생물의 초기 형태를 띤다.

‘아메바’라고 불리는 생물에는 다양한 종류가 포함되는데 이들은 생리적으로도 서로 다르다. 기생생활을 하는 기생아메바(Entamoeba)들은 일정 시기에 숙주동물의 체내에 기생해야만 증식·생존할 수 있는 반면 자유아메바(Naegleria), 가시아메바(Acan-thamoeba) 등 자유생활아메바(free-living ameba)들은 호수나 온천, 수영장, 냉·난방기기 안에 있는 민물과 반염수(半鹽水)에 살면서 주변환경으로부터 영양분을 획득한다.

자유생활아메바에 대한 연구나 조사가 아직 많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보고들을 볼 때 전 세계 도처에 어디든지 널리 분포해 있다고 판단된다. 원생생물 중 ‘원충’이라고 불리는 기생생물들은 분포 지역에 따라 특정 매개체나 숙주동물을 필요로 하지만, 자유생활아메바는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양한 유전적변이 특징을 지녔으며, 생존을 위한 특별한 환경도 필요 없다. 지구상 어디든 물이나 토양 등 자연환경에 적절히 적응해 존재한다. 물론 대부분은 질병과 무관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인체의 정상 조직에 침투해 병변을 만들거나 혹은 면역 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서 감염을 일으켜 치명적인 질병을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아메바의 영양형(trop-hozoite)은 환경 변화에 민감하지만 포낭(cyst) 시기에는 이에 잘 저항하고 견딘다. 영양형이란, 우리가 보통 ‘아메바’라고 하면 쉽게 상상하는 작은 바게트 빵 모양으로, 운동기관인 위족(헛다리)을 내어 아메바운동을 통해 움직이면서 양분을 섭취하는 형태와 시기를 말한다.

감염 실험쥐 대부분 사망

‘뇌 먹는 아메바’ 공포 확산 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파울러 자유아메바의 영양형(왼쪽)과 포낭. 포낭에 있는 핵에 둥그런 핵소체가 크게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아메바는 주변 환경이 생존에 불리한 경우, 예를 들어 영양물질이 부족하면 포낭 형태로 바뀌어 더 효과적으로 장기간 생존한다. 포낭은 영양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딱딱한 포낭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대개 둥근 공 모양이다. 기생아메바의 경우 숙주의 장내에서는 영양형으로 지내지만, 대변과 함께 외계로 나올 때는 포낭 형태로 바뀐다.

자유아메바의 영양형은 위족을 내밀어 활발하게 움직이며 크기는 7~20㎛이다. 경우에 따라 이들은 종종 긴 털, 즉 편모(flagella)를 가진 형태로 변모하기도 한다. 편모를 가지면 운동성이 증가해 주위의 더 나은 환경으로 이동하기 쉽다. 그러다가 더욱 어려운 환경을 만나 견디기 어려우면 포낭으로 형태를 변환한다. 포낭은 10~18㎛ 크기로 두꺼운 이중 포낭벽을 갖고 있다.

파울러 자유아메바는 원발성 아메바 수막뇌염(primary amebic meningoencephalitis. PAME)을 일으키는 원인 병원체다. 원래 자연환경에서 자유생활을 하지만, 경우에 따라 인체에 우연히 기생할 수 있는 원생생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자유아메바(Nae-gleria) 무리 중에는 질병을 야기하는 것과는 무관한 종류가 더 흔하다.

원발성 아메바 수막뇌염은 1965년 첫 증례가 보고된 이후 이제까지 세계적으로 320여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상에서 연간 100만 명가량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말라리아 등의 주요 감염병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나, 일단 감염되면 거의 대부분 치명적인 수막뇌염 환자가 돼 사망하는, 드물지만 무서운 감염병이다.

감염 사례는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의 15개 나라로부터 보고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98년에서 2009년 사이에 35명의 감염자가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에도 물놀이 후 감염돼 생명을 잃은 청소년들의 소식이 전해졌다.

필자도 경험했지만, 실험실에서 자유생활아메바의 인공감염 실험을 하면 대부분의 실험쥐는 수막뇌염을 일으켜 사망했다. 약 5만 개 정도로 배양한 파울러 자유아메바를 실험쥐의 코에 접종하면 대체로 수일 후 한쪽 뇌에 손상을 일으킨다. 실험쥐는 지속적으로 빙빙 돌다가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사이에 대부분 사망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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