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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먹는 아메바’ 공포 확산 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 용태순 | 연세대 의대 열대의학연구소장 tsyong212@gmail.com

‘뇌 먹는 아메바’ 공포 확산 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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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와 유사한 증상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인공감염 실험과 기초연구를 통한 연구 결과는 발표된 바 있지만, 인체 감염이 의심되거나 확진된 예는 아직 보고된 바 없다. 또한 실태조사도 미진해 이제껏 별로 알려진 게 없는 현실이다. 다만 자유생활아메바 감염에 의한 질병은 앞서 언급한 다른 무리, 즉 가시아메바에 의해 1976년과 1998년 두 차례 육아종성 아메바 수막뇌염(granulomatous amebic encephalitis)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보고됐다.

가시아메바는 흔히 콘택트렌즈 착용자의 각막에 구멍을 내는 각막염을 일으켜 심각한 시력감퇴를 일으키기도 한다. 콘택트렌즈 보관용기에 넣어둔 식염수나 물에서 가시아메바의 포낭이 흔히 발견되지만 치료법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질 만하다. 우리 주변 환경의 물, 공기, 흙 등에 다양한 종류의 가시아메바가 흔히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파울러 자유아메바와 아울러 이러한 자유생활아메바들에 대해서는 향후 연구와 조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파울러 자유아메바는 어떻게 감염될까. 일반적으로 파울러 자유아메바는 따뜻한 담수를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망 환자 대부분은 발병하기 전 2주 동안 호수나 수영장에서 수영을 한 적이 있으며, 면역 기능이 온전한 건강한 청소년이 많았다. 파울러 자유아메바는 수영을 하다가 코를 통해 들어간 물을 따라 중추신경계를 침범한다. 활발한 운동성을 지닌 영양형이 후각점막을 파괴하고 들어간 뒤 얇은 그물 모양의 구조인 체판(cribriform plate)을 침범하면 빠르게 후각신경을 따라 바로 뇌로 올라간다.

일반적으로 병원성이 없는 자유생활아메바들은 체온과 같은 고온에 노출되면 생존하지 못하거나 증식을 멈추는데, 파울러 자유아메바와 같이 강한 병원성을 가진 아메바는 고온을 잘 견뎌낼 뿐 아니라 오히려 잘 증식하는 유전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뇌조직에 침투하면 회백질과 전두엽 조직을 먹는다. ‘뇌를 먹는 아메바’라고 불리는 이유다.



증상은 대개 급성으로 나타나지만 때로는 두통과 졸음을 동반한 감기와 유사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초기 증상은 입맛을 잃는 후각 상실, 인후통, 코막힘, 비강 내 분비물 증가, 두통, 빛에 대한 공포증, 메스꺼움, 구토 등이다. 목에 강직이 오거나 정신착란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결국 뇌신경마비가 오고, 간질, 혼수를 거쳐 사망하게 되는데, 증상이 시작된 지 7~10일 사이에 급속히 진행되는 일이 흔하다. 병리검사에서는 흔히 후각망울(olfactory bulb)에서 가장 뚜렷한 뇌조직 출혈성 괴사가 보이고, 뇌압이 상승한 증거가 나타나며, 뇌수막에 현저한 염증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원발성 아메바 수막뇌염은 급성화농성 뇌수막염과 임상 소견이 비슷하다. 따라서 환자가 수영이나 물놀이를 했다면 의사에게 알려줘야 한다. 뇌척수액을 배양한 후 운동성이 있는 자유아메바 영양형을 발견하면 진단할 수 있다. 이때는 형태와 움직임이 유사한 인체의 대식세포(macrophage)와 감별해야 한다.

불결한 물로 코 씻지 말아야

염색표본에서 파울러 자유아메바는 매우 뚜렷하고 큰 핵소체가 핵 중앙에 자리 잡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검사실 소견은 세균수막염과 비슷한데 뇌압이 상승하고, 척수액 검사에서는 단백질량과 백혈구 수가 증가하고 포도당이 줄어든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적절한 병력과 증상이 있지만 다양한 실험실 검사와 세균배양 검사 등에서 모두 음성 판정이 나서 원인을 찾기 어려운 화농성 수막뇌염 환자는 반드시 원발성 아메바 수막뇌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불행하게도 원발성 아메바 수막뇌염 환자의 예후는 좋지 않다. 원발성 아메바 수막뇌염의 치료는 대단히 어려워 95% 이상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다. 실험적으로는 파울러 자유아메바가 항생물질인 암포테리신 B(amphotericin B)에 의해 잘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작 환자에게 투여했을 경우엔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고농도의 임포테리신과 항생물질인 리팜핀(rifampin)을 병용 치료할 경우 드물게 생존자가 보고됐을 뿐이다. 적절한 치료제나 방법이 없으며, 콩팥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등 약물 자체의 부작용도 심각하다.

지구 온난화와 더불어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없는 것으로 알려진 병원체들이 확인되고 있고, 일본과 타이완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파울러 자유아메바 감염 사례가 보고된 만큼 우리나라도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다. 국내 실태 조사와 이로 인한 원발성 아메바 수막뇌염 환자가 발생하는지 확인한 뒤 이에 관한 관리와 예방책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깨끗하지 않은 물로 심하게 코를 씻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야외에서 수영할 때 파울러 자유아메바 감염을 대비할 수 있는 방도는 없지만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현재로선 외국 여행을 할 때 ‘파울러 자유아메바 감염을 주의하라’는 표지판이 있는 호수 등에 들어가는 것을 피하는 게 좋겠다.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특정 호수나 온천에서 파울러 자유아메바의 존재가 확인되면 수영이나 목욕 등을 삼가는 것이 안전을 위한 대비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 대처가 필요한 이유다.

신동아 2015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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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태순 | 연세대 의대 열대의학연구소장 tsyong2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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