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대한민국 재계3세 집중탐구

“고객의 일상을 점유하라” 복합쇼핑몰의 ‘신세계’ 연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고객의 일상을 점유하라” 복합쇼핑몰의 ‘신세계’ 연다

1/4
  • ● 10년간 31조 투자…‘비전 2023’ 선포
  • ● ‘마켓셰어(Market Share)’ 아닌 ‘라이프셰어(Life Share)’
  • ● 복합쇼핑몰로 승부…야구장, 테마파크가 경쟁 상대
  • ● “저, 한국에서 소매업 하는 사람인데요…”
  • ● “고객과 함께, 소걸음으로 만리(萬里) 갈 것”
“고객의 일상을 점유하라” 복합쇼핑몰의 ‘신세계’ 연다

2014년 1월 ‘비전 2023’ 선포식에서 신세계그룹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는 정용진 부회장.

“여러분은 이 시대를 어떤 시대라고 정리하겠습니까?”

4월 9일 오후 서울 안암로 고려대 인촌기념관. 넥타이를 매지 않은 캐주얼한 슈트에 컴포트화 차림의 정용진(47)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연단에 오르자 대학생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저는 이 시대를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스마트 시대’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이 스마트 시대에 가장 두려운 건 뭘까요? 바로 ‘배터리 나가는’ 겁니다.”

정용진式 ‘근육단련법’

대기업 오너의 ‘인문학’ 강의가 딱딱하고 지루할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었다. 강연 내내 잔잔한 웃음이 실내에 깔렸고, 정 부회장의 말이 끝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정 부회장은 ‘여친’ ‘멘붕’ ‘카톡’ 등 대학생들이 자주 쓰는 용어를 써가며 호응을 이끌었고 강연 집중도를 높였다. “그룹 경영자로서 고객 의견을 들으려고 합니다. 여러분 모두 신세계백화점이나 이마트 고객이죠? 덕분에 먹고살고 있습니다”라며 넙죽 90도 인사를 할 때는 강연장이 웃음바다가 됐다.

그는 “스마트폰을 포함한 기술혁신이 인류의 축복이라고 생각하지만, 일을 쉽고 빨리 처리하고 생활이 편리해지는 게 무섭기도 하다”며 “사고력과 판단력이 퇴화할 수 있다는 점에선 위기도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축복을 제대로 누리려면 ‘생각의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는 처방전을 내놨다. 인문학적 지혜가 담긴 글을 읽고, 많이 생각하고, 직접 글을 써보고, 주변 사람들과 토론 연습을 많이 하는 게 그의 ‘근육단련법’이었다.

이날은 신세계그룹의 인문학 중흥 프로젝트 ‘2015 지식향연’ 강연의 첫날. 지난해 연세대에 이어 올해 첫 강연에서 무대에 오른 것이다. 올해에도 전국 10개 대학에서 인문학자들이 강연을 하고, 세계적인 인문학 서적을 발굴·번역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식향연 프로젝트는 정 부회장이 계열사 CEO들과 대화를 하다가 떠올린 인문학 부흥 사업이다. ‘불황과 취업난 속의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게 뭘까’를 고민한 결과물이다. 정 부회장은 평소에도 ‘왜’ 대신 ‘어떻게’에 함몰되고, 사색 대신 검색을 선호하는 현대인을 바로잡아주는 힘이 인문학에 있다고 강조한다. 신세계가 지난해부터 ‘스펙 중심’의 평가 대신 직무 오디션 면접 방식의 ‘드림스테이지’를 통해 인재를 뽑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 부회장 시대의 인재 채용법이다.”

홀로서기 원년

그의 말처럼, 정 부회장의 신세계는 어머니 이명희 회장 시대와는 환경이 다르다. 신세계그룹은 삼성에서 완전 분리된 1997년 매출이 2조 원에 못 미쳤지만 2014년 말엔 매출 23조8000억 원, 계열사 29개로 재계 13위에 올랐다. ‘어머니의 시대’가 이마트의 양적 팽창을 통한 몸집 키우기에 치중했다면 정 부회장 시대엔 경기 침체, 출점(出店) 규제, 중소기업과의 상생 문제 등으로 인한 ‘성장 정체’를 돌파하는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마트 등 주력 사업의 위기를 독자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그룹은 지난 연말 의미 있는 인사를 단행했다. 정 부회장의 ‘경영 스승’으로 알려진 구학서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났고, 40~50대 초반의 임원을 대거 전진 배치했다. ‘정용진 시대’를 뒷받침할 진용 개편을 단행한 것. 재계는 올해를 사실상 정 부회장의 ‘홀로서기 원년’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초 정 부회장이 수년간 연구 끝에 내놓은 ‘비전 2023’은 홀로서기의 신호탄이었다. ‘비전 2023’은 향후 10년간 매년 2조~3조 원 이상을 투자해 매년 1만 명 이상을 채용하고 내수경기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신세계의 청사진. 당시 그는 비전을 선포하면서 이렇게 일갈했다.

“시대가 바뀌고 고객도 변하는데 우린 그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 우리의 콘텐츠와 의식수준, 조직체계가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게 세팅돼 있진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

10년간 복합쇼핑몰과 온라인쇼핑몰 등에 31조4000억 원을 투자해 협력사원 포함 17만 명을 고용한다는 신세계그룹의 ‘그랜드 플랜’이다. 올해는 사상 최대 규모인 3조3500억 원을 투자한다(지난해는 2조2400억 원). 경기 하남, 고양 삼송, 인천 청라, 대전 등지에 10여 개 복합쇼핑몰을 세워 그룹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복안.

정 부회장은 ‘신동아’와 가진 인터뷰에서 ‘복합쇼핑몰이 돌파구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유통업은 지속적인 ‘출점’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 하지만 신규 출점은 같은 업종 간의 ‘마켓셰어(Market Share, 시장점유율)’ 경쟁이 아닌 ‘라이프셰어(Life Share)’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쇼핑, 여가, 외식, 문화생활 등을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해 소비자의 일상을 점유하는 ‘라이프스타일센터(LSC)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전략을 위해 최적화한 사업이 교외형 복합쇼핑몰이다. 쇼핑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데, 이렇게 되면 이젠 야구장이나 테마파크, 휴양지 등도 우리의 경쟁상대가 된다.”
1/4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고객의 일상을 점유하라” 복합쇼핑몰의 ‘신세계’ 연다

댓글 창 닫기

2018/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