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호

카지노 ‘돈줄’ + 컨벤션 ‘인파 몰이’

라스베이거스 ‘도박굴’→‘글로벌 관광명소’ 상전벽해 비결은?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입력2015-04-23 09: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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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컨벤션, 쇼, 게임…호텔 객실점유율 90%
    • 볼거리, 즐길거리 ‘집적화’로 시너지 극대화
    • 한국, 연말 복합리조트 2곳 선정…지자체 각축전 치열
    • “한국 MICE산업 잠재력 충분…도박중독? 세계를 보라”
    카지노 ‘돈줄’ + 컨벤션 ‘인파 몰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야경. 화려한 조명의 건물이 늘어선 거리가 카지노호텔이 밀집한 ‘스트립’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말 복합리조트(Integrated Resort) 2곳을 지정할 예정인 가운데 입지 선점을 노리는 지방자치단체 간 물밑 경쟁이 뜨겁다. 복합리조트는 카지노 중심의 호텔, 컨벤션, 쇼핑몰, 테마파크 등 주요 관광시설을 한곳에 모아놓은 콤플렉스. 정부는 2020년 2곳의 복합리조트가 완공되면 25조 원 이상의 투자 활성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가장 적극적인 지자체는 인천국제공항을 끼고 있는 인천. 영종도에선 파라다이스 세가사미 합작회사가 지난해 11월 복합리조트 공사를 시작했고, 올 하반기엔 리포&시저스(LOCZ)가 착공 예정이다. 이미 허가를 받은 이 두 곳 외에도 인천시는 홍콩의 주대복(周大福·CTF)그룹,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레저코리아가 각각 투자자로 참여하는 복합리조트 건설을 신청할 계획이다.

    경남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에 복합리조트를 유치하기 위해 홍준표 경남지사가 직접 나섰다. 홍 지사는 지난 3월 미국 LA에서 폭스사(社) 경영진을 만나 복합리조트 공모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전남은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에 유치하려고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편입을 추진 중이다. 충북은 KTX 오송 역세권과 청주국제공항 인근의 오창 등을 염두에 두고 투자자 유치에 나섰다. 투자자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경우 관광 중심의 복합리조트 사업을 추진한다는 ‘플랜 B’도 마련했다. 전북은 새만금 지역을 복합리조트 후보지로 검토 중이고, 한국수자원공사는 경기 화성시 420만㎢ 부지에 복합리조트 조성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카지노 ‘돈줄’ + 컨벤션 ‘인파 몰이’

    벨라지오 호텔의 음악분수.

    고양이 목에 방울 달다

    이런 가운데 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 코퍼레이션(샌즈그룹)은 지난 2월 부산항(북항) 재개발 1단계 부지에 최대 5조 원을 투입해 세계적인 복합리조트를 짓겠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투자가 성사될 경우 생산 7조6000억 원, 소득 1조1000억 원, 부가가치 3조5000억 원, 고용 5만3000명 등의 유발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싱가포르 복합리조트를 근거로 추정한 세수(稅收) 유발효과도 3893억 원에 달한다. 신발, 섬유, 기계산업 사양화로 인해 소비도시화한 부산엔 반가운 제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부산시와 샌즈그룹은 정부의 ‘1조 원대 복합리조트’ 건설사업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샌즈그룹의 투자 전제조건이 ‘내국인 카지노 출입 허용(오픈 카지노)’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복합리조트 사업엔 외국인 전용 카지노만 포함돼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내국인 카지노 출입 허용을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민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며 ‘또 다른 성격’의 복합리조트 유치에 나선 상황이다. 미국 대형 복합리조트 업체의 한국 에이전시인 A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처럼 대형 복합리조트 단지를 조성해 황금산업으로 키우려면 1조 원대 호텔 건물 한 동으로는 불가능하다. 한 지역에 최소 3~5동 이상을 지어 ‘복합리조트 타운’을 건설해야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대형 아웃렛에 여러 업체가 입점해 쇼핑객을 끌어들이듯, 관광객들도 (카지노) 게임, 쇼핑, 공연·경기관람 등을 다양하게 즐기고 싶어 한다. 오픈 카지노가 허용되면 샌즈그룹뿐 아니라 라스베이거스의 다른 대형 카지노 그룹들도 한국에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는 오픈 카지노 허용에 대해 “검토하지 않았다”며 선을 긋는다. 현행법은 오픈 카지노를 2025년까지 폐광(廢鑛) 지역에만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카지노 게임을 도박으로 보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오픈 카지노 허용 주장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로 여겨진다. 그런 상황에서 서병수 시장이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3월 ‘복합리조트의 전략적 유치를 위한 제언’ 보고서에서 “내외국인 모두 카지노를 이용할 수 있도록 오픈 카지노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복합리조트 유치로 싱가포르 관광·오락 수입은 4년 새 27배 증가(2009년 약 170억 원→2013년 약 4조4000억 원)한 만큼 한국도 마이스(MICE · 회의, 인센티브관광, 컨벤션, 전시회)산업 육성을 위해 싱가포르의 사례를 배워야 한다. 유명 복합리조트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려면 오픈 카지노 정책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카지노 ‘돈줄’ + 컨벤션 ‘인파 몰이’

    라스베이거스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왼쪽부터 길거리 공연, 베네시안 호텔의 곤돌라, 벨라지오 호텔의 오(O)쇼.



    카지노 호텔 vs 복합리조트

    지난해 한국은 635건의 국제회의를 개회했다. 세계 3위다. 그만큼 MICE산업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된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숫자는 9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관광수지는 2013년 21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정승영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MICE 참가자 대부분이 도심 쇼핑과 관광을 선호하므로 ‘원스톱’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도심에 복합리조트를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기원 한얼경제산업 수석연구원도 지난해 7월 카지노 복합리조트 발전전략 심포지엄에서 “세계적인 복합리조트는 대형화, 집적화, 전문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지역별로 분산해 허가하는 것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우려했다.

    우리 국민이 해외 카지노에서 쓰는 돈이 연간 2조2000억 원에 달하고,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정부가 오픈 카지노 허용을 공언하는 상황에서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제주도 8곳을 포함해 국내 17개(강원랜드는 내국인 출입 허용) 카지노 내방객 대부분이 중국인과 일본인인 만큼 일본이 오픈 카지노를 허용할 경우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감소하리라는 전망도 있다. 모 대학 관광학과 교수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복합리조트 한 곳의 건설과 운영에 따른 생산효과는 7조6000억 원이다 13만 대의 자동차 생산효과와 같다. 고용효과도 5만 명이 넘는다. 이러한 복합리조트가 5곳 모여 있다면 최소 25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해 국내 호텔경영, 관광학과 졸업생을 전원 취업시킬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카지노를 자기 책임 아래 즐기는 레저시설로 받아들이지만 우리는 지탄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외국의 병적 도박자 비율은 2% 이내이고, 우리나라는 약 1.3%(2012년) 수준이다. 이런 부작용은 우리 사회가 협력해서 극복해야지, 도박 중독자 문제 때문에 관광산업을 포기하는 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오픈 카지노 허용 초기엔 호기심으로 찾는 내국인이 많지만 몇년 지나면 내국인 비율은 20~30% 수준으로 유지된다. 고액의 입장료, 본인과 가족의 출입금지 요청 제도 같은 ‘한국적 규정’을 잘 만들면 적절하게 규제할 수 있다. 정부의 복합리조트 건설 방안은 사실 카지노 호텔을 짓겠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복합리조트라 볼 수 없다.”

    카지노 ‘돈줄’ + 컨벤션 ‘인파 몰이’

    라스베이거스는 컨벤션 도시로 탈바꿈했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의 대형 옥외광고(위)와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

    주중 비즈니스, 주말 가족관광

    지난 1월, 복합리조트의 본고장 격인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찾았다. 제주도 면적의 5분의 1이 채 되지 않는 면적(340㎢)의 라스베이거스는 네바다 주 남동부의 관광도시. 매년 4000만 명의 관광객이 이 도시를 방문한다. 한국 방문 외국 관광객 수의 3배가 넘는다. 그 막강한 흡인력은 단연 300여 개의 크고 작은 호텔과 15만 개 이상의 객실에서 비롯된다. 5000실, 8000실의 객실을 갖춘 호텔이 수두룩하고, 호텔마다 독특한 외관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마치 테마 여행을 떠나온 듯한 느낌을 준다.

    서울 광화문에서 마포까지쯤 되는 6.8km 길이의 라스베이거스 스트립(Strip · 대형 카지노가 밀집한 거리)을 따라 들어선 호텔들은 하나하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에펠탑을 절반으로 축소한 패리스(Paris) 호텔은 탑이 1층 카지노 천장 지붕을 뚫고 들어섰고,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거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베네시안 리조트 호텔, 화려한 음악 분수로 유명한 벨라지오 호텔, 영화 ‘벅시’로 유명한 플라밍고 호텔 등이 대표적이다. 호텔 안에선 각종 공연장, 식당, 카지노, 경기장이 24시간 영업하며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가족 단위 관광객도 많이 눈에 띈다.

    ‘욕망의 종착역’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변신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1980년대 들어 라스베이거스는 카지노 도시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컨벤션 산업으로 눈을 돌렸다. 주중에는 컨벤션 참가자들이 호텔 객실을 차지하고 주말에는 관광객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데, 이처럼 복합리조트로 ‘대박’을 터뜨린 라스베이거스의 객실점유율은 90%에 육박한다. 호텔 손익분기점이 대체로 객실점유율 65%라는 점을 감안하면 복합리조트 산업을 왜 ‘굴뚝 없는 황금산업’으로 일컫는지 알 만하다.

    세계 최대 컨벤션 업체로 꼽히는 만델라베이 컨벤션센터 스티브 워커 영업이사는 “대규모 컨벤션 전시장과 호텔이 모여 있는 라스베이거스는 비즈니스와 관광의 최적지”라며 “주중엔 가장이 컨벤션 비즈니스를 하고 주말엔 가족들이 찾아와 함께 즐기다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는 2020년까지 전시회 예약이 끝났다. 전시, 컨벤션 관련 식음료 판매에 따른 매출만도 연 1000억 원 이상”이라고 자랑했다.

    리조트 집적효과

    ‘카지노+컨벤션’ 조합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본격 발전시킨 인물이 부산시에 투자를 제안한 샌즈그룹의 셸던 애덜슨(82) 회장이다. 재산 37조 원의 세계 10대 거부인 그는 1990년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에 ‘샌즈 엑스포’라는 컨벤션센터를 개장했다. 카지노와 쇼뿐이던 ‘도박도시’는 이를 계기로 일약 세계 비즈니스 중심지로 떠올랐다.

    MGM 등 대형 카지노 그룹들이 이 대열에 동참하면서 라스베이거스는 ‘세계 오락·컨벤션 수도’로 탈바꿈했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등 세계적 규모의 전시회가 끊이지 않는다. 세계 최대 컨벤션센터 10곳 중 3곳(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 샌즈 엑스포 컨벤션센터,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이 라스베이거스에 세워졌고, 연 2만2000개 이상의 각종 전시회·기획전이 열린다. 510만 명 이상이 컨벤션 참가를 위해 방문하고, 74억 달러의 지역경제 부양효과를 누린다. 6만1200명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고, 라스베이거스는 20년 연속 미국 최고의 컨벤션 도시로 선정됐다. 크리스 메이어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부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의 변신은 카지노라는 자금줄과 ‘컨벤션’이라는 강력한 방문객 유치수단이 결합했기에 가능했다. 카지노에서 번 돈으로 컨벤션센터, 공연장, 테마파크, 쇼핑몰에 투자하는 거다. 그 결과 7만 개에 육박하는 일자리를 창출했고, 호텔에 필요한 침구류 세탁과 꽃 배달, 음료, 식품 등은 대부분 지역 중소기업들이 제품을 납품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지역경제를 살린다.”

    안정적인 자금줄이 있어야 신규 투자가 생겨 지역경제와 관광산업 발전이 가능하다는 주장인데, 마카오의 코타이 스트립과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도 이러한 라스베이거스의 변신을 벤치마크해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거듭났다는 게 메이어 부사장의 부연 설명이다. 그는 복합리조트 2곳을 각기 다른 지역에 선정하려는 우리 정부의 전략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해외 관광객의 60%가 체류하는 동안 7개 이상의 이곳 호텔을 방문해 카지노, 쇼핑, 엔터테인먼트를 즐긴다. 이들이 카지노 이외의 장소에서도 평균 1073달러를 소비(미국인 관광객은 평균 700달러 소비)하는 것은 다양한 즐길 거리와 볼거리가 한데 모여 있기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처럼 대규모 복합리조트가 집적화해야 가능한 일이다.”

    responsible game

    카지노 ‘돈줄’ + 컨벤션 ‘인파 몰이’

    MGM리조트 인터내셔널 앨런 펠드맨 부회장.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 앨런 펠드맨 부회장의 시각도 비슷하다. 그는 “한국의 강원랜드는 정책적 배려(폐광지역 발전)에 의해 만들어져 커뮤니티가 형성됐지만, 경제효과를 겨냥한 복합리조트는 정부가 어떻게 산업을 일으킬지를 염두에 두고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GM은 벨라지오 호텔, 아리아 호텔, MGM 그랜드 아레나 등을 운영하는 세계 2위 복합리조트 업체.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한국은 연말까지 복합리조트 2곳을 선정하려고 한다.

    “복합리조트는 문화와 공연, UFC 같은 스포츠 경기, 대형 쇼, 전시회 등을 말 그대로 ‘복합적으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접근성이 뛰어난 편리한 교통 인프라를 갖추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성공한다. 싱가포르가 좋은 예다. 한국이 복합리조트로 MICE산업을 크게 일으키려면 정치, 문화,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 샌즈그룹은 한국 정부 정책과는 달리 부산시에 5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제안했다.

    “MGM도 정식으로는 아니지만 한국에 투자를 제안했다. 우리는 카지노 자체가 싫다는 사람은 만날 필요가 없다. 카지노 게임은 누구든 즐길 수 있어야 하고, 그 수익으로 공공재적 성격의 문화관과 경기장을 짓는다. 우리는 한국 정부에 ‘한국적인 규제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어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규제가 제대로 돼 있으면 한국인이 우려하는 사회문제도 거의 없을 거다.”

    ▼ 정부에 규제부터 해달라고 자청하는 게 좀 생뚱맞은 듯하다.

    “카지노산업은 그래야 건강하다. 합법적인 게임은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responsible) 게임이라야 한다. 한국은 그러한 게임 규정부터 만들면 좋겠다.”

    ▼ 오픈 카지노를 허용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이 관광산업 창출, K팝 확산 등을 목표로 한다면 카지노만으로는 안 된다. 카지노만 있으면 관광객은 카지노만 찾는다. 복합리조트는 다르다. 한국은 시장 반응이 빠르고, 새 상품을 기민하게 전시하고 받아들이는 문화를 갖춰 MICE산업에 적합한 나라다. 관광 · 교통 인프라도 잘 갖췄다. MICE산업 활황을 매일처럼 목격하는 우리는 한국의 잠재력을 잘 안다. 인천은 복합리조트 산업의 최적지라고 본다.”

    “카지노만으론 안돼”

    ▼ 한국에선 오픈 카지노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많다.

    “한국 정부는 게임중독자가 양산될 거라고 걱정하는 거 같은데, 역사를 보라. 오픈 카지노를 허용한 이후 캐나다와 싱가포르에 얼마나 큰 문제가 있었나. 한국 정부는 복합리조트를 통해 세수 확보와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를 얻으면 된다. 싱가포르는 관광산업 확장, MICE산업 성공이라는 목표를 위해 땅을 내놓았고,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내국인 규제도 엄격히 만들어 성공하지 않았나.”

    올해 초 부산시가 시민 1500명을 대상으로 오픈 카지노 찬반 여부를 전화(ARS) 설문조사한 결과 찬성 44.7%, 반대 43.2%, 잘 모름 12.1%로 나왔다. 사행산업의 폐해를 우려해 오픈 카지노를 반대하는 측과 황금 시장을 경쟁 국가에 빼앗길 수 있으므로 찬성한다는 측 모두 각자의 논리와 근거를 갖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오픈 카지노를 허용하기 전의 싱가포르와 비슷하다. 2005년 4월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는 의회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복합리조트에 반대하는 분들의 (오픈 카지노에 대한) 의구심은 유효하며, 이는 복합리조트를 지지하는 국무위원들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의구심은 정부가 오랫동안 카지노를 허용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싱가포르 경제를 리메이크할 중요한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국 경제를 ‘리메이크’할 중요한 상황에 직면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인터뷰 | 피터 버나드 前 네바다 주 게임위원회 의장

    “강력한 규제, 철저한 보고 시스템 갖춰야”


    카지노 ‘돈줄’ + 컨벤션 ‘인파 몰이’
    피터 버나드 전 미국 네바다 주 게임위원회 의장(사진)은 “대규모 복합리조트를 건설하려는 한국도 게임 규제에 대한 ‘스탠더드’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며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네바다 주 게임위원회를 참고로 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2001년부터 14년 동안 네바다 게임위원회에서 커미셔너(commissioner · 최고책임자)와 의장을 지내다 올해 초 퇴직한 게임 규제 전문가다.

    -한국에서는 오픈 카지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과 카지노 사업에 대한 규제와 감독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빗장을 풀면 도박중독자를 양산한다는 우려가 대립하고 있다.

    “그럴 것이다. 예전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일어난 일은 라스베이거스에 묻어둬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이젠 옛말이다. 네바다 주 게임규제위원들은 외국의 규제위원들과 만나 세계적인 게임 규정을 함께 만들고 있다. 한국도 네바다 주나 싱가포르 등의 게임 규제 내용을 참고해 한국에 맞는 규정을 만들고 빗장을 풀어야 한다.”

    -네바다 주의 게임 규정에 대해 설명해달라.

    “원칙은 카지노 회사들이 자발적으로 보고하는 거다. ‘셀프 리포팅 시스템’을 갖춘 회사가 우리에게 보고하면 그 리포트를 검토하는 방식이다. 만약 우리가 부정한 사실을 먼저 알고 적발하면 가중 처벌한다. 카지노 회사들이 스스로 규정을 지키도록 하는 거다. 위원회는 450억 원가량의 예산으로 430여 명이 6개 분야에서 일한다. 주지사가 의장과 커미셔너 5명을 임명하는데, 연임할 수 있다. 정치·경제적으로 게임과 관련되는 인물은 커미셔너가 될 수 없다. 게임위원회는 게임 허가를 내주고, 게임과 관련해 부정한 일이 생기면 기소할 수도 있다. 가령 슬롯머신 허가를 받고 테이블 게임을 하면 안 된다. 게임기도 허가 받은 회사에서 들여와야 하고, 칩도 만들 때부터 관여해 장난질을 못하게 한다. 카지노 회사는 칩 색깔과 모양 등을 보고해야 한다. 고객의 게임 승률은 최소 75% 이상이어야 하는데, 보통 90% 이상 가야 한다. 게임과 게이머를 보호하는 것도 우리의 큰 임무다.”

    “당연히 한국법 지켜야”

    -게임을 보호한다?

    “카지노 허가를 엄격하게 하고, 고객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어디로 가는지 집요하게 추적한다. 노련한 기술자를 고용해 카지노 작동 시스템을 점검한다. 부정한 돈이 정치인들에게 흘러가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한다. 카지노산업 발전을 위해선 이런 규제가 기본이다. 게임은 주(州) 경제에 기여해야 하고, 정직하고 경쟁적이어야 하며, 범죄나 부패 요소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엄격한 규제 아래 운영돼야 하며, 공중의 건강과 안전, 도덕성, 복지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게임 광고 허가에도 관여하나.

    “물론이다. 어떤 광고이든 젊은이들을 끌어들일 의도가 있다고 위원회가 판단하면 진행할 수 없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외관의 슬롯머신, 음주와 성매매를 조장하는 광고는 설치와 게재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결국은 업주가 알아서 하라는 거다.”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것의 기준은 뭔가.

    “가령 기계를 설치해놓았는데 아이들이 몰리면 업자가 제재를 받는다(웃음). 위원회에서 판단하지만, 애당초 업주가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게임 허가 자격은.

    “카지노 회사들은 자신들의 비즈니스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충분한 자금이 있는지, 그 돈이 깨끗한 돈인지 증명해야 한다.”

    -라스베이거스의 대형 카지노 회사가 한국에 진출한다면?

    “한국에 진출한다면 당연히 한국법을 따라야 한다. 한국법을 따르지 않으면 우리가 벌금을 물리거나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네바다 주법이 한국법보다 처벌이 더 강하다면 네바다 주법도 적용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한국에 생길 게임위원회와 연계해 서로 감시하고 의견을 나눌 것이다. 규제는 강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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