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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모삼천지교 버려야 부모도 자식도 산다

사교육의 정치학

  • 이종훈 |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맹모삼천지교 버려야 부모도 자식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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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은 부모에게 자녀의 대학 진학은 일생일대의 중요한 문제다. 이 는 사교육 문제와 직결된다. 사교육엔 비용이 많이 든다. 따라서 사교육 문제는 부모의 노후보장 문제로 이어진다. 가정의 자원은 한정돼 있다. 부모는 어떠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까.
맹모삼천지교 버려야 부모도 자식도 산다

2월 6일 동아일보 교육법인 주최 입시설명회장을 가득 메운 학부모들.

봄 이사철마다 학원가 근처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이 들썩인다. 전국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높게 형성된 곳도 대부분 학원가 주변이다. 서울 강남의 대치동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뛴 것도 따지고 보면 입시 학원가를 끼고 있는 탓이다.

온 가족 지략이 모이는 곳

이렇게 사교육이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사교육 시장 규모는 2013년 이미 36조 원을 넘어섰다. 경기침체로 최근 다소 하락세이긴 하지만 가구당 한 달 평균 17만9000원이 사교육비로 나간다(2014년 3분기).

자녀를 둔 가정에서 사교육은 온 가족의 지략이 모이는 곳이다. 아빠와 엄마도 학생 당사자도 ‘어떤 학원에 갈 것인지’로 고민한다. 엄마의 정보력과 아빠의 경제력이 입시를 좌우한다? 혹은 엄마의 정보력과 아빠의 무관심과 할아버지의 경제력이 입시를 좌우한다? 우연히 나온 말이 아니다. ‘정확하게, 그러나 냉소적으로’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 소름이 돋는다.

‘반 학부모 모임’ 필참!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의 정보력이다. 이점에서 전업주부는 직장맘보다 훨씬 유리하다. 그러나 직장맘에게도 기회는 있다. 자녀의 ‘반 학부모 모임’이 그것이다. 여기는 중요한 정보 유통 채널이다.

매 학년 초 학교는 학부모 모임을 개최한다. 학부모 모임이라지만 대개 어머니 모임으로 흐른다. 모임은 담임선생님과 소통하면서 대표 어머니와 총무 어머니를 선출한다. 대체로 반장의 어머니나 부반장의 어머니, 공부 잘하는 학생의 어머니가 맡기 마련이다. 이어 이들을 중심으로 정기 또는 부정기 모임이 이어진다. 아마 카카오톡에 단체 대화방도 만들어질 것이다.

전략적 마인드 지닌 직장맘이라면…

직장맘은 현실적으로 이 모임에 참석하기 쉽지 않다. 모임의 주류가 전업주부이다보니 주로 한가한 점심시간을 활용해 모임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략적 마인드가 있는 직장맘’이라면 직장에 반차휴가나 월차휴가를 내서라도 ‘첫 번째 학부모 모임’엔 반드시 참석할 것이다. ‘희생’ 없인 ‘열매’도 없다. 첫 모임에 참석해 서로 안면을 트고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수다도 떠는 사이가 돼야 이후 카카오톡 방에도 거리낌 없이 드나들 수 있다. 모임에서 만난 ‘철수 엄마’나 ‘영희 엄마’에게 전화해 선뜻 도움도 구할 수 있다.

엄마들의 ‘집단지성’과 ‘촉’

반 모임에선 학원 정보가 활발하게 유통된다. 수학학원이라고 다 같은 수학학원이 아니다. 영어학원도 마찬가지다. 학원비가 비싸다고 꼭 좋은 학원인 것도 아니다. 대개 반 모임에선 어떤 학원이 대세인지, 어떤 학원 선생님이 잘 가르치는지 등에 관해 각자가 수집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엄마들 특유의 ‘집단지성’과 ‘촉’으로 해결책에 접근한다.

자녀를 어떤 학원에 보내야 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면 주저 없이 반 모임 때 만난 엄마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특히 이런 모임에도 모든 정보가 모여드는 ‘게이트 키퍼(gate keeper)’가 있기 마련. 이런 엄마를 잡으면 짧은 시간에 유용한 정보를 얻는다.

‘경우’ 있어야 오래간다

그런데 이 세계에도 ‘경우’가 있어야 한다. 도움을 받았다면 따로 만나 가벼운 식시와 커피 정도를 대접하는 게 좋다. 상대가 사양하더라도 제의는 먼저 해야 한다. 아니면 ‘아무개 엄마는 자기 잇속만 챙기는 얌체’라는 소문이 돌기 십상. 반 모임에서 왕따당하는 엄마, 주변에 부지기수다.

최고급 정보는 따로 있다?

그러나 최고급 정보는 따로 유통된다. 최상위권 학생들의 엄마들은 자기들끼리 별도의 ‘리그’를 운영한다. 이들은 따로 만나 팀을 짜고 최고의 선생을 찾아서 붙인다. 보안을 철저하게 유지한다. 자녀 성적이 최상위권에 들지 않으면 아예 접근조차 어렵다. 씁쓸한 얘기지만, 최상위권이 아닌 자녀에겐 굳이 필요치 않은 정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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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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