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호

“박 대통령과 세 비서관 금욕적으로 살고 있다”

대통령 최측근 이정현 최고위원이 전한 ‘청와대 秘스토리’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15-04-23 15: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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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끔 관저로 사람 불러 ‘이공계 폭탄주’ 제조
    • 민원인 전화 고압적으로 받은 직원 엄벌
    • 정호성, 2~3일에 한 번 퇴근하고 삼시 세끼 구내식당서
    • 이재만, 10분 대화 중 30초만 자기 말하며 자세 낮춰
    “박 대통령과 세 비서관 금욕적으로 살고 있다”
    이정현(57)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얼마 전까지 청와대 정무·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다. 이 최고위원으로부터 박 대통령과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의 청와대 생활을 들어봤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정국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오히려 마음의 평정을 찾고 있다고 한다.

    ▼ 곁에서 지켜본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인간적인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들꽃을 좋아하세요. 굉장히, 엄청, 좋아하세요. 그래서 청와대 경내에 들꽃을 많이 옮겨다 심어놓았죠. 여기저기 피어 있어요. 대통령이 그걸 감상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갖는 쪽으로…취임 2년이 지난 올해부터는 훨씬 여유를 가지는 쪽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테니스 치는 스윙 크게 하더니…”

    ▼ 취임 2년 전후로 대통령이 달라지고 있다?



    “대통령만의 고유한 스타일은 있어요. 과거에 올림픽경기장에서 큰 행사가 있었어요. 제가 미리 도착해 그늘에 서 있었죠. 무료하고 보는 사람도 없는 터라 골프 헛스윙 연습을 몇 번 했죠. 그런데 마침 그걸 우연히 보신 거예요. 제게 ‘골프 하시나 봐요?’라고 물어요. 그렇다고 했더니 테니스 치는 스윙을 크게 한 번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모든 운동은 기본자세를 잘 배워야 한다, 기본을 무시하면 어느 순간 자기가 천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잘될 때도 있지만 결국 실력이 늘지 않는다. 반면 기본을 튼튼하게 해놓으면 거기에 근력이 붙어 나중에 굉장히 늘게 된다’고 해요.

    모든 일에 기본을 중시하는 게 대통령의 고유한 스타일이죠. 이런 기조 위에서 대통령은 취임 후 2년 동안 ‘국정의 기본을 바로 세우자,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 치밀하게 세밀하게 준비하고 계획하자’ 이런 방향으로 일했어요. 이 때문에 대통령은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고 할 정도로 여러 업무를 꼼꼼하게 챙겼죠. 그러나 밖에서 보기엔 ‘성과가 없다. 대통령이 만기친람(萬機親覽) 식으로 다 관여한다’ 이렇게 비친 거죠. 그러나 올 들어선 대통령이 꽃도 감상하고, 소통이라든지 다른 곳으로 눈도 돌리고 여유를 가지게 됐어요.”

    ▼ 그렇게 변화한 이유가 뭘까요.

    “시간이 지나면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이 드러나잖아요. 숨은 인재도 나오고. 차츰 사람을 알아보게 된 거죠. 업무도 눈에 익고요. 이에 따라 ‘이 일은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는 일의 진로에 대한 비전과 자신감이 선 거죠. 지난 2년간 준비를 해왔다면 올해부턴 실행하고 성과를 내려고 할 거예요. 준비하는 것보다 더 쉽고 재미있죠.”

    이어 그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자신을 절제하며 금욕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전했다. 이른바 ‘문고리 비서관’으로 불리던 세 비서관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심전심으로 이야기 안 해”

    ▼ 소통 문제에 관한 지적이 있었는데 요즘은 좀 분위기가 달라졌나요.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대통령이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관저에 사람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합니다. 그 자리에서 대화도 많이 하시고요.”

    ▼ 박 대통령이 관저로 사람들을 부르기도 한다는 말은 처음 듣네요. 여성 대통령이어서 관저에선 늘 혼자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역대 정권과의 차이죠. 과거 정권에선 대통령과 저녁을 함께하면 으레 주변에 자랑하고 그랬어요. ‘나, 대통령과 같이 노래 부르고 폭탄주 마셨다’고. 이런 이야기들 때문에 까딱 잘못하면 권력 실세로 알려져서 문제가 불거진 경우가 꽤 있었죠. 그런데 이 정부에선 대통령이나 대통령을 만나는 사람들이나 이심전심으로 주변에 이야기하지 않죠. 이걸 자기절제로 보죠. 이게 과거 정권과 다른 점이죠.”

    ▼ 저녁 자리에 술도 곁들입니까.

    “청와대 들어와서도 전에처럼 폭탄주를 제조하죠. 박근혜식 ‘이공계 폭탄주’.”

    ▼ 그게 뭐더라…‘적외선’?

    “당 대표 시절부터 의원이나 기자에게 ‘제가 이공계 출신인 거 다 아시죠? 폭탄주도 이공계식으로 제조해요. 우선 섞는 비율이 중요하고 따르는 각도도 중요하고요. 그게 끝이 아닙니다. 제 몸에서 나오는 적외선이 정말 중요하거든요’라고 말하면서 만드는 폭탄주….”

    “박 대통령과 세 비서관 금욕적으로 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호성 부속비서관.

    ▼ 대표 시절에 본인은 술을 잘 못하니 ‘후래자(後來者) 세 모금’만 하고 좌중에 ‘이공계 폭탄주’ 돌리고 그랬죠.

    “외부에선 소통이 안 된다고 말하지만 청와대에서도 그때처럼 다 해요, 변함없이. 당선인 시절부터 대통령은 청와대 주변에 있는 식당에서 그룹을 짜서 여당의 전 의원들과 회식을 했죠. 야당 간사단 전체 초청해서도 했고, 주요 당직자 초청해서도 했고. 상임위별로도 전부 불러서 돌아가면서 식사했고. 역대 어느 대통령도 이렇게 하지 않았어요. 이런 일이 많이 있었지만 외부에 알려지는 거 좋아하지 않고…. 그런데도 사람을 두루 안 만난다, 소통을 안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나와 좀 안타깝죠.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과 후가 똑같아요. 그 일관성 유지가 경이로울 정도로.”

    ▼ 어떤 부분의 일관성인지.

    “흐트러짐 없는 자세에서부터 아주 작은 것 하나까지.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들에게 ‘완장 찬 것처럼 처신해선 안 된다’고 자주 말했죠. 그런데 어떤 직원이 전화를 고압적으로, 도가 지나치게 받았나 봐요. 그래서 청와대로 민원이 제기됐어요. 그것을 보고받은 대통령이, 아마 그 직원을 내보냈던가, 단호하게 조치를 취했어요. 청와대에 얘기가 쫙 퍼졌고, 이후로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죠.”

    일각에선 박 대통령 명의의 화환을 잘 보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대통령 기념시계도 잘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한다. 이 최고위원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수량을 제한한다”고 말한다.

    “대통령 결재 받아 오십시오”

    ▼ 대통령의 화환을 그처럼 꼼꼼하게 관리합니까.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의 화환이나 기념시계가 굉장히 남발된 측면이 있죠. 참모가 알아서 보내는 경우도 다반사였고요. 그래서 어딜 가나 쉽게 볼 수 있었죠. 그러나 박 대통령은 절대로 남용을 못 하게 해요.”

    ▼ 대통령이 직접 통제하나요.

    “그런 편이죠. 마구 과시하고 대통령을 파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 어떻게 보면 대통령이 지금까지 해온 많은 일이 사람들을 섭섭하게도 했다고 봐요. 화환이나 시계 건도 그중 하나겠죠. 그러나 뭔가 근본을 바로잡으려고 하다보니 발생하는 일이라고 봐요. 말하자면 아주 철저하게 통제하죠.”

    ▼ 어느 정도로?

    “예를 들어, 제가 홍보수석을 할 때 주요 언론사의 어느 간부가 ‘대통령 기념시계를 꼭 갖고 싶은데 구해줄 수 없느냐’고 제게 부탁을 해왔어요. 그래서 제가 이재만 총무비서관에게 사정을 설명하면서 ‘시계 하나 줄 수 있느냐’고 했어요.”

    ▼ 홍보수석이 총무비서관에게 기념시계를 달라고 했다?(*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의 한 간부는 기자에게 ‘대통령 부부의 기념시계가 필요하면 언제든 이야기하라’고 말하곤 했다. 그는 서랍 안에 기념시계를 쌓아두고 있었다).

    “그랬더니 이재만 비서관이 제게 ‘대통령 결재를 받아 오십시오’라고 해요. 제가 너무 어처구니없어서 ‘사적으로 쓰려는 것도 아니고 홍보수석이 언론과의 유대를 위해 하나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고 했어요. 그러나 이 비서관은 대통령이 세운 원칙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어요.”

    ▼ 결국 시계는 못 받았나요.

    “네. 대통령에 관한 것을 갖고 과시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막으려는 뜻이었으니. 청와대에 납품하는 업체들이 있어요. 여러 가지 공산품, 농산품, 식료품도 있을 거 아니에요? 어떤 업체가 어떤 상품을 청와대에 납품하는지를 외부에 밝히지 못하게 해요. 청와대가 지역 특산품 몇 가지를 섞어서 명절 선물을 보낼 때는 어쩔 수 없이 공개되지만.”

    ▼ 해당 업체도 청와대에 납품한다는 걸 홍보하지 못한다?

    “대통령은 그것도 절제라고 보니까요. ‘대통령과 청와대의 이름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거죠. 그런 것을 용납하지 않아요. 과거 정권을 한번 보세요. 대통령과 청와대를 파는 일이 얼마나 허다했어요?”

    ▼ ‘한복은 어디서 댄다고 하더라’ 하는 식의 소문….

    “많았죠, 여러 형태로. 같은 맥락에서 박 대통령은 어떤 사람에게 청와대의 자리를 주면 그 이후 해당 업무는 무조건 그 사람과만 상의해요. 누가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됐다 그러면 일단 그 사람 위주예요.”

    ▼ 반대로 유능한 참모라도 자리에서 물러나면….

    “그걸로 끝이죠. 그 이후론 알고 지내는 정도이지 힘을 실어주는 그런 사례가 없어요. 항상 시스템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 위주고요. 이게 아주 특이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부 들어 대통령 본인과 친인척, 측근, 청와대 관련 비리가 줄어든 이유도 대통령의 이런 철두철미함에서 나온다고 봐요.”

    이 최고위원의 관점에서 보면, 박 대통령은 측근들이 과거 누구의 돈을 받고 다녔는지를 일일이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본인과 주변을 권력형 문제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절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이 최고위원은 세 비서관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림자보다 더 조용”

    “박 대통령과 세 비서관 금욕적으로 살고 있다”

    이재만 총무비서관.

    ▼ 개인적으로 세 비서관을 잘 아실 텐데, 이들이 요즘 ‘문고리 권력’을 행사하고 있나요.

    “한 사람(이재만)은 총무비서관이고, 한 사람(정호성)은 부속실장이지만 사실상 메시지를 담당하는 비서관이고, 한 사람(안봉근)은 지금 국정홍보비서관이죠. 세 사람은 박 대통령이 의원이던 시절부터 17년째 보좌하고 있어요. 30대 초반일 때부터 40대 후반이 된 지금까지 쭉. 요즘 이들은 그림자보다 더 조용해요. 이재만 비서관은 저랑 10분 동안 대화한다면 30초 정도만 말할 정도로 자세를 낮춰요. 입이 무겁고 나서지 않아요. 융통성이라고는 바늘구멍만큼도 없고.”

    ▼ 한양대 출신들을 여기저기 많이 천거했다는 소문….

    “박근혜 정부가 성균관대 출신들을 주요 자리에 훨씬 많이 기용했는데, 세 비서관 중에 성대 나온 사람이 없죠. 성신여고, 서강대 졸업한 사람들도 꽤 많이 공직에 있어요. 그럼 그 사람은 대통령이 자기 모교 출신들을 직접 챙긴 건가요? 말이 안 되죠. 과거 정권들은 목포상고, 부산상고, 포항 동지상고 출신들을 정말 티 나게 챙겼어요. 지금은 그런 일 없어요.”

    ▼ 정호성 비서관은 어떤가요.

    “제가 1년 반 동안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정 비서관과 같이 밖에서 밥을 먹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는 거의 삼시 세끼 모두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해결하죠. 그러면서 이틀에 한 번, 사흘에 한 번 이렇게 퇴근하더라고요. 대통령은 워낙 외부로 나가는 말씀을 중시하기 때문에 그냥 말씀자료 써주는 것 갖고는 되지가 않는 분이에요. 이렇게 메시지가 까다롭고 또 양도 엄청 많기 때문에 담당자인 그는 자기 시간을 정말 조금도 못 가져요.”

    ▼ 안봉근 비서관은 얼마 전 제2부속비서관에서 홍보기획비서관으로 옮겼죠? 요즘 홍보업무에 열의를 보인다던데.

    “안 비서관은 지난 17년간 대통령을 가장 많이 수행한 사람이죠. 그래서 대통령의 성격을 잘 알아요. 잘못하면 뼈도 못 추린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거죠. 대통령을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이 안 비서관이에요. 한마디로, 이 세 사람은 ‘권력’이 아니라 ‘기능’이죠.”

    ▼ 기능?

    “그렇잖아요. 총무 기능, 메시지 기능, 수행 기능이지.”

    “정치와 홍보 잘 못해”

    ▼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해 일각에선 ‘우유부단하고 복지부동하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더군요.

    “제가 김관진 실장과 김장수 중국대사, 두 분과 가깝게 지냈어요. 이분들이 정치와 홍보를 잘 못해요. 그러나 전공인 안보에 관한 한 철두철미하게 일하고 단호하게 판단해요. 대통령의 신뢰도 대단하고요.”

    ▼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 전략적 모호성은 어정쩡한 태도 아니냐’라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사드는 두 문제로 나눠야 해요. 중국과는 외교 문제, 미국과는 안보 문제. 두 문제가 충돌하고 있어 전문적 해법이 필요해요. 국익을 위한다면, 의원총회 하자는 그런 인기 영합이나 과시로 다룰 일이 아니죠. 또 중국 쪽과 언제 누구와 만나고 미국 쪽과 언제 누구와 만나고 하는 수개월치 외교 일정이 있어요. 이런 일정에 대입해 우리 식으로 풀어가야 하는데, 당장 선명하게 뭘 내놓으라고 하면 안 되죠. 일단 믿고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고 봐요.”

    지난 1월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음종환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술자리에서 ‘정윤회 문건’ 유출의 배후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라고 언급했다고 폭로했다. 김 대표가 자신의 수첩에 K, Y라고 적은 메모도 공개됐다. 이 최고위원은 청와대 수석 시절 음 전 행정관을 자신의 보좌관으로 둔 바 있다. 이 최고위원의 답은 이랬다.

    “이 사건은 진짜…내용 자체가 맞지 않고 음 전 행정관도 그렇게 말한 게 아니라고 하고 동석한 사람도 그런 말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 정부 들어 사실이 아닌데도 청와대이기 때문에 주목받고 그 주목으로 인해 사달이 난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사건도 그중 하나다.”

    이 최고위원은 공기업 개혁으로 24조 원의 부채를 해결한 점, 전직 대통령 포함 사회 지도층 은닉재산을 환수한 점, 황제노역 같은 부조리를 없앤 점, 관피아를 제도적으로 없앤 점, 원전·철도·방산비리 척결에 나선 점,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선 점, 한중 FTA를 체결한 점을 ‘기본에 충실한 박근혜식 개혁성과’로 꼽는다. 그는 “역대 정권은 필요성엔 공감했지만 하나도 실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올 들어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살아나고 창조경제 효과로 창업 건수가 늘어나 고무적”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성완종-자원외교 수사 정국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전임 정권을 수사해 국정주도권을 잡으려는 생각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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