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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여론조사와 달리 ‘반대’ 우세 18개 시·군의회 결정이 변수

무상급식 중단 경남 민심 탐방

  • 백남경 | 부산일보 중부경남본부장 nkback@busan.com

전국 여론조사와 달리 ‘반대’ 우세 18개 시·군의회 결정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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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홍 지사 사자부대 vs 박 교육감 토끼부대
  • ● 인간띠 잇기, 등교 거부, 교사 단식, 솥단지 급식…
  • ● 농촌지역 반발 커…“도시보다 급식비 1000원 비싸”
  • ● 도민들 “벽 허물고 해법 찾기 나서라”
전국 여론조사와 달리 ‘반대’ 우세 18개 시·군의회 결정이 변수

4월 2일 경남 산청군 간디학교 학생들이 경남도교육청에서 무상급식 중단 반대 기자회견을 했다.

경남 지역 각급 학교 학생들이 다시 도시락을 들고 다니게 된 것은 경상남도와 경남도교육청이 지난해 말부터 학교급식 감사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인 데서 비롯됐다.경남도의 학교 급식비 특정감사 계획 발표→도교육청 감사 거부→경남도 무상급식비 지원 중단→급식 유상화→학부모 반발→각급 학교의 혼란 등이 ‘유상급식 상황 흐름도’다.

경남도와 도교육청 간 밀고 당기기가 반복되면서 공방이 격화하던 3월 18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급식 회동’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날 두 사람이 회동을 마친 뒤 서로에게 가한 일격은 비수에 가까웠다. 문 대표는 “벽에다 대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고 했고, 홍 지사는 “저도 마찬가지”라고 응수했다.

이날은 때마침 봄비가 내렸다. 회동에서 두 사람은 봄비가 와서 좋다는 얘기와 물로 배를 채운 보릿고개 마지막 세대, 미래 50년 신성장동력산업 유치성과를 빼고는 단 한 가지라도 공감한 바가 없었다.

조목조목 부딪치고 견해를 달리하다보니 서로가 서로에게 ‘벽’일 수밖에 없었다. 이날 두 사람의 회동에 기대를 건 경남도민이 많았겠지만 어쨌든 결과는 그랬다. 급식회동 다음 날 경남도가 무상급식 지원 예산으로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을 하기 위해 제출한 관련 조례안이 경남도의회 본회의에서 다수결로 통과됐다. 무상급식이라는 이정표 앞에서 경남도와 도교육청의 ‘마이 웨이’가 결정된 것이다. 이 조례는 4월 2일 공포됐다.

사자부대 vs 토끼부대

두 기관의 공방은 ‘사자부대’(경남도)와 ‘토끼부대’(경남도교육청)의 대결로 비유된다. 경남도가 정치 9단의 리더가 이끄는 사자부대라면, 도교육청은 유순한 성격의 정치 초년생이 이끄는 토끼부대라는 것. 게다가 도교육청은 도청과 달리 정무 기능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수직적 조직에다 수평적 조직이 가미된 게 특징이다. 그렇다보니 경남도의 공세에 도교육청은 방어가 느리고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조직력이나 공격력, 속도로 볼 때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남지역에선 토끼부대가 사자부대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은 ‘토끼부대 리더가 사자(홍준표 지사)이고, 사자부대 리더가 토끼(박종훈 교육감)일 때’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그럼에도 경남도와 홍 지사 쪽이 유리하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복지에 대한 거대 담론은 제쳐두고라도, 경남도민의 민심과 무상급식 중단의 절차적 문제 때문이다. 경남도의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 조치는 도교육청의 감사 거부에서 촉발됐다. 도교육청의 경남도 감사 거부 발표(지난해 10월 23일)에서 경남도의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 선언(지난해 11월 3일)에 소요된 시간은 불과 열흘가량이다. 경남도가 협의하는 자세나 공청회,여론 수렴 등 절차적 정당성 확보 노력이 부족했다고 비난받는 이유다. 급식회동 때 문 대표가 홍 지사에게 교육감과 만나 대화로 풀어달라는 주문을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로 짐작된다. 하지만 홍 지사는 “만날 필요가 없는 건 아니나 도의회에서 예산이 이미 확정된 상태에서 만나는 건 소용이 없다.의회에서 확정해놓은 예산을 집행부가 다르게 합의할 수 있느냐”고 사실상 거부했다.

교육청 쪽이 ‘지원부대’가 많은 것도 변수다. 경남도 소속 직원 수가 2300여 명인 데 비해 경남 교육계 구성원은 교원 3만1500여 명,학생 4만2800여 명으로 훨씬 많다. 게다가 학부모라는 강력한 지원군을 보유했다. 이들은 경남도처럼 신속하고 강하진 않지만, 장기전으로 가면 경남도와 홍 지사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감사 문제는 문 대표와 홍 지사의 회동 때도 나왔다. 문 대표는 “교육감도 공동감사 형태라면 받겠다고 제안했다. 천하의 홍 지사께서 도의회 뒤에 숨으려 하느냐.그러지 마시고, 방법이 있지 않으냐”고 했다.이에 홍 지사는 “통계를 보면 4년간 3000억 원 이상인 무상급식비에 경남도 예산이 지원됐다.그러면 적정하게 집행됐는지 조례에 따라 감사를 해보자고 했는데, 감사 자체를 거부해버렸다. 예컨대 부모가 자식에게 돈을 줄 때도 어디 쓸 건지 물어보지 않느냐”고 맞받았다.

감사 권한 있나, 없나

도교육청은 경남도가 교육청 관할 일선 학교를 감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감사를 거부했다. 이는 보조금 관리조례 등에 근거한다는 경남도의 주장과 상충된다.박종훈 교육감은 “경남도가 도교육청을 그렇게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대등하고 독립된 도 단위 기관인데, 경남도가 도교육청과 사전협의도 없이 학교 현장을 직접 감사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경남도에 감사 권한이 있는지에 대해선 아직 유권해석이 나오지 않았다. 따라서 경남도민은 권한의 유무에 대해 알지 못한다. 답답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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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경 | 부산일보 중부경남본부장 nkbac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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