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호

우보(牛步) 전략으로 결정 최대한 늦춰라

군사·외교·경제적 손익계산서와 한국의 선택

  • 엄상윤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scare96@sejong.org

    입력2015-04-24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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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격 성공률 높다 vs 한반도에선 효과 의문
    • 장거리미사일 공백 보완 vs 중복투자
    • 미·중 갈등…한국 외교 양자택일 부담
    • 결정 전까지 6자회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가동해야
    우보(牛步) 전략으로 결정 최대한 늦춰라

    2009년 3월 미국 하와이 카우아이 섬에서 시험발사된 탄도미사일 요격용 사드 미사일.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란으로 박근혜 정부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미국은 한국의 수용을, 중국은 한국의 거부를 거세게 압박한다. 북한은 원색적 비난을 퍼붓는다. 우리 내부에서도 견해가 크게 엇갈린다.

    이런 상황에서 ‘3NO’(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를 앞세운 박근혜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 유지 정책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한국은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나. 찬반양론, 갑론을박은 있지만 냉철한 손익계산에 입각한 논의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실험은 OK, 실전은 의문

    사드 배치는 기본적으로 군사 문제인 만큼 군사적 손익부터 따져보자. 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로 크게 나뉜다. 사드의 요격 대상은 탄도미사일이다. 탄도미사일은 연속적 포물선 궤도를 따라 비행하는데, 개념적으로 상승→중간→종말 단계로 구분된다. 사드는 이렇게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탐지·식별·추적해 종말 단계의 40~150km 상층 상공에서 요격하는 미사일 방어(MD)체계다. 이런 성격의 사드 배치가 초래할 한국의 군사적 손익은 3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사드의 성능 문제다. 사드는 요격 성공률이 높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미군은 2007년부터 실시한 12차례 사드 요격실험에서 9차례 성공했다. 사드는 단·중거리미사일 요격에 효과적이다. 사드는 요격미사일을 탄도미사일과 충돌시켜 파괴하는 충돌파괴(hit-to-kill) 기술을 이용한다. 이런 방식은 핵·화학탄두가 탑재된 탄도미사일 요격에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엄청난 운동에너지로 탄두를 완전히 파괴하므로 파편으로 인한 피해와 핵·화학 오염물질에 의한 2차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런 성능의 사드를 배치하면 한국을 향해 발사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요격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북한의 위협 의지를 약화시키는 심리적 효과도 줄 수 있다. 북한 북부의 동창리나 무수단에서 서울을 향해 발사된 미사일은 북한 지역에서 요격될 수 있다.

    그러나 사드의 성능엔 한계도 있다. 사전 예측이 가능한 실험과 그것이 거의 불가능한 실전은 다르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도 사드의 실전적 신뢰성은 아직 완전하지 않은 상태라고 평가한다. 탄도미사일과 사드의 충돌로 탄두가 폭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영공에서 핵·화학탄두가 폭발하면 오염물질에 의한 2차 피해 방지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사드를 포함한 MD체계의 공통적인 한계도 있다. 한반도는 종심(縱深)이 짧아 평양에서 서울까지 스커드-B는 5분, 스커드-C는 3분, 노동미사일은 2.4분이면 도달한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 미사일을 탐지·식별·추적해 요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할 경우 더욱 그렇다. 북한이 각종 미사일을 동시다발적으로 발사할 경우, 종말 단계에서 여러 개로 분리된 탄두들이 각각의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다탄두각개재돌입탄(MIRV)을 개발할 경우, 한국 영해 침투가 가능한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을 개발할 경우에도 MD체계의 신뢰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현재적’ 안보 위협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사드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보완성 문제다. 한국군은 2022년까지 KAMD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KAMD의 핵심 요격미사일은 장거리미사일(L-SAM), 중거리미사일(M-SAM), 패트리어트미사일(PAC-2/3)로 구성된다. 적의 탄도미사일이 하강하는 종말 단계의 상층 상공에서 L-SAM으로 요격한 뒤, 격추에 실패하면 하층 상공에서 M-SAM과 PAC-2/3로 요격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한국군이 실전배치한 요격미사일은 독일에서 운용하던 중고 PAC-2뿐이다. PAC-2는 요격 명중률이 40%대로 낮고 ‘항공기 격추용’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한국군은 PAC-2의 성능개량사업과 PAC-3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방위사업청은 미국 정부의 대외군사판매 방식으로 PAC-3를 구매하기로 결정했고, PAC-2 성능개량사업의 업체 선정도 확정했다. 늦어도 2020년까지는 100여 기의 PAC-3가 전력화하고 PAC-2의 성능도 개량될 것으로 예상된다. ‘철매-2’로 불리는 M-SAM은 우리 기술로 개발 완료한 상태. 개량형 M-SAM과 L-SAM은 현재 개발 중인데 각각 2017년과 2022년에 개발·생산이 완료될 전망이다.

    사드는 KAMD의 L-SAM과 성격이 유사하다. 따라서 사드를 배치하면 적어도 2022년까지는 L-SAM의 공백을 메워 KAMD를 충실히 보완해줄 수 있다. 사드 배치가 주한미군에만 국한된다면, 2022년 이후에도 사드와 L-SAM은 양립적 보완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이 사드를 ‘구매’할 경우 사드와 L-SAM의 기능중복 및 중복투자 문제가 야기된다. 사드와 KAMD의 운용체계가 연계·통합되지 않는다면 시너지 효과 창출에도 한계가 있고, 한미 간에 지휘·운용상의 문제가 노정될 수도 있다.

    또 하나의 측면은 한국이 미·중 국제분쟁에 휘말리는 문제다. 사드 요격미사일은 종말 단계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에 미국을 향해 발사되는 중국의 중·장거리미사일을 격추할 수는 없다. 중국이 주한미군이나 한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는 한 사드 요격미사일은 중국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도 사드의 요격미사일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사드에 포함되는 AN/TPY-2 레이더가 중국의 군사활동 감시에 활용될 가능성이다. 종말 단계 요격용 AN/TPY-2는 최대 탐지거리가 1000km 미만, 유효탐지거리가 600km이다. 전진배치용 AN/TPY-2는 최대 탐지거리가 2000km에 달한다. 따라서 AN/TPY-2, 특히 전진배치용이 주한미군에 배치되면 중국 내륙의 미사일 기지가 모두 탐지될 수 있고 중국 동부의 탄도미사일이 발사단계에서 포착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사드 배치는 한국에 대한 중국의 ‘잠재적’ 안보 위협을 ‘현재적’ 안보 위협으로 전환시킬 우려가 있다. 사드가 배치되는 한국의 어느 지역은 중국의 잠정적 공격 목표로 설정될 것이다. 만약 센카쿠열도(釣魚島), 대만 등지에서 미·중 국제분쟁이 발발할 경우 중국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주한미군에 배치된 사드체계, 특히 전진배치용 AN/TPY-2가 적극 동원될 수 있다. 이 경우 중국도 한국의 잠정적 공격 목표를 현재적 공격 목표로 전환해 한국이 원치 않는 미·중 국제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외교적 손익계산도 긴요하다. 한국은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크게 의존한다. 한미동맹이 흔들리면 안보위기가, 한중 경제교류협력이 흔들리면 경제위기가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 배치를 둘러싼 미·중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은 한국 외교에 양자택일적 선택을 강요한다.

    한중 우호관계 마지노선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보호를 위해 사드 배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사드 배치는 한국의 안보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중국은 전술한 이유로 사드 배치에 극력 반발한다. 미국은 사드 배치가 ‘북한을 겨냥한 것이지 중국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한다. 미국은 중국이 사드 배치를 싫어한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저지에 적극 나서라고 요구한다.

    사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의 이면에는 세력권 경쟁과 패권 경쟁 논리가 작동한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이 미국의 세력권 침해와 대미 패권 도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한다.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도 중국경계론에 입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연결해 미국 주도의 한미일 3각 군사협력체제를 구축하려 한다. 한미 MD체계 통합,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한미일 MD협력체계 구축 등이 그것이다. 일본은 미국의 이런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있지만, 한국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 배치는 한국의 동참을 유도할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주한미군에 배치되는 사드가 원활히 운용되려면 사드와 KAMD의 연계·통합 운용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한미일 간 고급 군사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MD체계의 기술적 상호 협력도 긴요하기 때문. 이런 면에서도 사드 배치가 중국과 무관하다는 미국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한편 중국은 중국경계론에 입각한 미국 주도의 한미일 3각 군사협력체제 구축을 강력하게 반대한다. 한국이 한미 MD체계 통합,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한미일 MD협력체계 구축에 동참하는 것을 경계한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한미일 MD협력체계 구축 동참을 ‘한중 우호관계의 마지노선’이라고 경고한다. 나아가 한미동맹이 약화되고 한국이 미일과 멀어져 중국과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 수용을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조치로 여긴다. 이처럼 미·중의 사드 갈등 이면에는 양국이 한국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 세력권 경쟁과 패권 경쟁에서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전략적 이해가 깔려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우보(牛步) 전략으로 결정 최대한 늦춰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부장관(왼쪽)이 2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을 만났다. 블링컨 부장관은 취임 후 처음인 동북아 순방의 첫 방문지로 한국을 택했다.

    미·중이 한국의 양팔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세차게 잡아끄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의 수용, 거부에 따른 한국 외교의 손익도 크게 교차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사드 배치 수용은 중국의 불만 폭발과 더불어 한중관계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중국이 한중 외교관계를 단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한중 외교관계를 악화시키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배제·고립시키는 각종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러시아 협력 강화를 통한 대(對)한국 협공도 예상된다. 중국이 북중관계를 즉각 복원하지는 않겠지만 ‘한국 우대’ 한반도 정책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미국의 환영과 더불어 한미동맹은 더욱 굳건해질 것이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처지를 배려·옹호하는 각종 조치를 강화할 수도 있다. 한미 MD체계 통합 및 한미일 MD협력체제 구축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력도 가속화할 수 있다. 이런 점은 한국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의 사드 배치 거부는 미국의 반감과 한미동맹의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배려·옹호하는 각종 조치를 약화시킬 수도 있고, 한일 역사·영토 갈등에서 일본 지지를 강화할 수도 있다. 북한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 핵우산 제공 유보, 주한미군 감축 등의 카드를 빼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한중관계는 보다 강화될 것이다. ‘한국 우대’ 한반도 정책을 강화할 가능성도 크고, 이런 한중관계 강화는 한국의 ‘중국 기울기’에 대한 미국의 의구심을 증폭시킬 수 있다. 이런 점 역시 한국에 큰 부담이 된다.

    또 하나의 딜레마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있다. 우리에게 북한은 안보 면에선 적대 대상, 통일 면에서는 협력 대상이다. 이런 양면성도 한국의 손익계산을 복잡하게 만든다. 사드 배치 수용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저지를 위한 한국 안보 강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남북관계 개선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북한에 사드 배치는 대남 핵·미사일 위협의 약화를 의미한다. 북한은 사드 배치를 빌미로 각종 무력 도발과 안보 위협을 강화할 것이다. 사드의 억제력 상쇄를 위해 핵·미사일 능력 향상, 특히 SLBM과 MIRV탄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도 있다. 이런 조치들은 북한의 대남 안보 위협을 심화할 것이고 북핵 문제 해결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가동도 요원해진다.

    한국의 사드 배치 거부는 북한의 환심을 살 수 있다.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성의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대 걸림돌은 북한 핵·미사일의 존재 그 자체인 만큼 북한의 환영이 곧 남북관계 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드 배치 거부로 북한이 무력 도발과 안보 위협을 그만둔다는 보장도 없다. 이른바 ‘병진(竝進) 노선’을 고집하는 북한이 핵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경제적 손익도 따져봐야 한다. 통제·통신 장비, AN/TPY-2 레이더, 이동식 발사대 6기, 요격미사일 48기로 구성되는 사드 1개 포대의 가치는 약 2조 원으로 추정된다. 세트 조합에 따라서는 수조 원이 추가될 수 있다. 사드는 미국에서도 고가의 희소자원으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2008년부터 사드가 배치되기 시작했지만, 현재 미국 본토 2곳과 괌 미군기지 1곳에 3개의 포대가 실전 배치됐을 뿐이다.

    미국이 눈독 들이는 시장

    한국이 사드 배치를 수용할 경우 미국이 한국에 비용 분담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무상으로 안보 강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재정난과 국방비 삭감에 따라 동맹국에 비용을 분담시키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어떤 식으로든 한국에 비용을 분담시킬 것이다. 일단 사드의 배치·운용 비용이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고가의 희소자원이라는 명분으로 사드 구매 비용의 일부를 한국에 분담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런 미국의 요구를 한국이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매년 9200억 원 이상을 지출하는 상황에서 이런 비용 분담은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다.

    미국은 사드 배치를 계기로 한국에 미국산 MD체계 구매 압력도 강화할 것이다. 한국은 MD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미국이 미국산 MD체계 판매에 눈독을 들이는 ‘시장’이다. 한국이 한미 MD체계 통합이나 한미일 MD협력체계 구축에 동참한다면 미국산 MD체계 판매의 명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남한 전체를 방어하려면 4개의 사드 포대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한국이 KAMD의 L-SAM 개발을 포기하고 사드를 구매한다면 최소 6조 원 정도가 든다. 2013년 7월 국방부가 확정한 ‘2014~2018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KAMD의 총사업비로 4조6000억 원이 책정돼 있다. 사드 구매 비용만도 KAMD 총사업비를 훨씬 웃돈다. 한국이 L-SAM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사드를 구매한다면 중복투자 문제가 발생하고 비용도 더 늘어난다.

    한국의 사드 배치 수용 혹은 거부에 따른 미·중의 경제제재 조치는 한국 경제에 엄청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중국은 한국에 제1의 무역상대국이고, 수출입 양면에서 미국보다 2배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 중국이 경제적 보복을 단행하면 한국은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한국에 경제적 시혜를 베풀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도 경제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중 경제 손실을 상쇄할 만큼의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미국은 한국의 수출 2위, 수입 3위를 차지하는 나라다. 따라서 미국의 경제적 보복도 한국 경제에 중대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절반의 손실’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는 한국의 손익이 이렇듯 복잡하게 얽혀 있다. 수용 혹은 거부 어느 쪽을 선택하든 이득보다는 손실이 훨씬 더 크다. 무엇보다 미·중 사이에서 발생하는 손익계산 결과가 한국의 전략적 선택의 딜레마를 심화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상의 전략적 선택지는 선택 자체를 유보하는 것이다.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결정적 선택의 시간을 최대한 지연시켜야 한다. 우보(牛步) 전략이다. 사드 배치의 빌미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심화인 만큼 그 사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약화시킬 방안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가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일단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중지시키고,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킬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의 압박을 약화시켜 선택 시간을 늦출 수 있다. 중국에 대북 압박과 설득 강화도 요구해야 한다.

    이런 노력에도 양자택일의 시간이 도래하면 ‘절반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사드 배치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안보와 경제 모두가 긴요하지만, 안보 없이는 국가가 존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이 흔들리면 안보위기가 초래되고, 안보위기가 초래되면 국가존립이 위태로워진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심화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보(牛步) 전략으로 결정 최대한 늦춰라
    엄상윤

    1964년 경북 문경 출생

    고려대 박사(정치학)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 통일연구원 연구원

    現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남북관계발전위 민간위원

    저서 및 논문 : ‘한·미·일 MD협력의 양상과 전망’ ‘북핵문제: 국제관계와 비핵화 방안’(공저) 등


    사드 배치 수용에 따른 한국의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적극 경주해야 한다. 중국의 불만을 약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전진배치형 AN/TPY-2를 배치하지 않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미국도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주한미군에는 종말 단계 요격용 AN/TPY-2만 배치하고, 일본에 배치된 전진배치형 AN/TPY-2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종식될 때까지만 사드를 배치하는 ‘한시적 배치’도 선언할 필요가 있다. 한중관계 파경을 초래할 수 있는 한미일 3각 군사협력체제 구축 동참도 자제해야 한다. 군사·외교·경제적 손실을 줄이려면 사드 배치 이후에도 KAMD 구축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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