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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전문의 최명기의 남녀본색

“기대도 요구도 말라 내 행복만 생각하라”

아침밥 집착男 vs 양말 집착女

  • 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걱정도 습관이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기대도 요구도 말라 내 행복만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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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을 치워야 하는 이유

아내들이 결혼생활 내내 지긋지긋해 하는, 남편의 ‘양말 내던지기’엔 어떤 속사정이 숨어 있을까. 양말은 세탁기 옆 빨래바구니에 넣으면 되는데 남편은 그러지 않는다. 혹시 빨래바구니를 거실에 두면 그 안에 넣을까 했더니, 이번에는 농구하듯이 양말을 던진다. 슛이 실패해 빨래바구니 옆에 양말이 떨어져도 줍지 않는다. 80세가 넘은 노부부 중에도 양말 던지기로 다투는 사람이 있다. 남편은 매일 양말 잔소리하는 아내가 이해되지 않는다. 사소한 일로 왜 저러나 싶다. 하지만 아내는 그 별거 아닌 일을 하지 않는 남편이 이해되지 않는다.

평생 듣기 싫은 잔소리를 들으면서 남편들이 습관을 못 바꾸는 이유는 뭘까. 우선 피곤하다. 집에 들어오면 쉬고 싶다. 그런데 아내는 옷 갈아입어라, 세수해라 잔소리를 한다. 그냥 좀 누워서 쉬게 해주면 좋겠는데, 빨래바구니에 양말 넣는 것 같은 사소한 일로 들들 볶으니 싫다. 가만히 놔두면 조금 있다가 갖다놓을 텐데 그걸 못 기다리고 재촉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내는 조금 있다 갖다놓는다고 하면서 소파에 누워 TV 리모컨만 만지작거리는 남편을 기다리다 지친다.

남편은 아내가 자신의 양말을 지저분하게 여기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 어떤 아내는 남편의 냄새 나는 양말을 집게로 집기도 한다. 남편 처지에서 보면 그런 아내는 결벽증 환자다. 바닥에 벗어둔 옷과 양말을 아내가 불결하게 여기는 것도 납득이 안 간다.

아내의 생각은 다르다.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려고 하루 종일 쓸고 닦는다. 그런데 남편은 칭찬을 하기는커녕 냄새 나는 양말을 벗어놓는다. 누구는 치우고 누구는 어지르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다. 양말 정도는 스스로 갖다놓으라고 시켜도 남편은 이리 미루고 저리 미룬다. 그러다보면 급한 사람이 먼저 움직인다. 세탁기를 돌릴 때까지 남편이 꼼짝도 하지 않으면 아내가 주워서 세탁기에 넣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남자들은 청소와 빨래는 자기 일이 아니라고 여긴다. 빨래도 돕고 청소도 돕는 남편은 벗은 양말을 빨래바구니에 넣는다. 어차피 자기가 할 일이기 때문이다. 아내가 하면 될 것을 자기한테 시켜서 귀찮게 한다는 생각이 들면 남편은 더 꿈쩍도 하지 않으려 한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든다. 부부는 그렇게 매일 저녁 양말을 빨래바구니에 넣는 문제로 실랑이를 벌인다.

싸우면서 정들지 않는다

신혼부부 중에는 주도권에 대한 집착 때문에 사소한 일에서 양보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사소한 일을 양보하면 다음엔 큰일도 양보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한쪽이라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양쪽 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히면 싸움으로 이어진다. 전쟁을 하면 최전선에서부터 방어해야 하듯, 사소한 일에도 목숨을 걸고 싸운다. 자신이 주도권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 한다. 자신이 상대를 컨트롤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고 계속 부닥치고 싸운다. 이런 식으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져 이혼에 이르는 신혼 커플, 적지 않다.

사소한 일로 싸우는 부부 중엔 한쪽은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한쪽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경우도 있다. 시부모가 집에 갑자기 오는 일이 반복되면, 남편에게는 사소한 일이지만 아내에게는 사소한 일이 아니다. 아들이 야한 동영상을 보는 것은 남편과 달리 아내에겐 사소한 일이 아니다. 상대에게 중요한 일에 대해 내 처지에서 별것도 아닌 일로 왜 그러냐고 하는 태도 자체가 싸움을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평소 감정이 안 좋으면 싸움의 빈도와 정도가 심각해진다. 서로 감정이 좋을 때는 그냥 넘어가던 일도 감정이 안 좋을 때는 심하게 다툰다. 남편이 주식 투자로 돈을 날리거나 아내 몰래 형제나 친구에게 보증을 섰다가 문제가 되면 아내의 감정이 좋을 리 없다. 아내가 남편에게 알리지 않고 곗돈을 부었다가 날리게 되면 남편은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다. 별일 아닌 일에도 짜증이 나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감정이 상한다.

싸우면서 정든다고 하지만 실제론 싸우면 싸울수록 관계는 더 나빠진다. 싸움은 어떻게든 피하고 봐야 한다. 싸움을 거는 쪽에서는 별것 아닌 걸로 싸운다고 여기지만, 싸움에 말려드는 쪽에서는 매일 싸우면서 사는 삶이 지긋지긋하다. 분노는 점점 더 커진다. 처음에는 언성을 높이다가 나중에는 욕을 한다. 그러다 물건을 집어던진다. 물건을 집어던지다보면 몸싸움이 벌어지고, 몸싸움을 하다보면 구타로 이어진다. 부부싸움이 잦고 그로 인해 관계가 안 좋아진다면 일단 싸움을 멈추고 봐야 한다.

상대가 내 요구를 들어주면 싸울 이유가 없다. 하지만 1년을, 3년을, 10년을, 20년을, 30년을 반복했는데 상대가 변하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상대는 변하지 않는다. 아무리 반복적으로 요구하고 잔소리해도 변하지 않는다. 상대가 그런 요구를 간섭으로 받아들이면 반감만 심해진다. 그럴 때는 서로에게 기대하는 대신 ‘무엇을 해야 내가 더 행복할까’를 생각하는 게 현명하다.

재해, 테러보다 무서운 것

아내는 남편이, 남편은 아내가 문제여서 자신이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내는 남편을, 남편은 아내를 변화시키려든다. 하지만 남을 위해서 불편을 감수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부부는 일촌이라지만 결국 남이다. 남을 바꾸려 하는 한 나는 계속 힘들게 살 수밖에 없다. 차라리 더는 기대하지 말라. 더는 요구하지 말라. 더는 잔소리하지 말라. 남이 바뀌지 않으면 힘들다는 생각을 버려라.

아내가 아침을 차려주지 않아 짜증이 난다면 아내에게 아침을 차려달라고 하는 대신 아침으로 더 비싸고 맛있는 것을 사 먹자. 남편이 양말을 아무 데나 던져서 짜증스럽다면 남편더러 빨래바구니에 양말 넣으라고 하는 대신 식기세척기를 사서 설거지 줄일 생각을 하자.

건물이 무너지는 데는 자연재해, 폭발물, 부실공사 등 여러 요인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세월이 흐르면서 건물이 낡는 데서 비롯된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사업이 어려워지거나 가족 중 누군가 중병을 앓게 되는 것은 일종의 사고다. 배우자의 불륜은 일종의 테러에 해당한다. 사랑 없이 조건만 보고 서두른 결혼은 일종의 부실공사다. 사소한 싸움이 누적되며 서로에 대해 무관심해지는 결혼생활은 건물이 노후해 페인트가 벗겨지고 물이 새는 것과 같다. 계속 관리하고 수선해야 건물 수명이 오래가듯, 살다보면 생기게 마련인 사소한 갈등을 그때그때 잘 해결해야 결혼생활도 오래간다. 다툼이 누적되면 결혼생활은 점점 허약해지고, 그런 상태에서 불행한 일을 당하면 그대로 무너져 내린다.

신동아 2015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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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걱정도 습관이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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