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호

언론 플레이로 경쟁자 제거? 연예특종으로 정치이슈 덮기?

‘장동민 사건’으로 본 연예계 음모론 논란

  • 정해윤 | 미디어 평론가 kinstinct1@naver.com

    입력2015-05-21 1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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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예계도 음모론에서 예외는 아닌 듯하다. 유명 연예인의 위상은 웬만한 장관, 국회의원 이상이다. 누가 뜨고 지느냐에 따라 거액이 오간다. 이런 곳에선 사람들의 욕망과 욕망이 충돌하기 마련. 언론의 관심도 크다. 음모가 배양되기 쉬운 환경이다.
    언론 플레이로 경쟁자 제거? 연예특종으로 정치이슈 덮기?

    장동민(왼쪽)이 4월 28일 막말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개그맨 장동민은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다. TV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는 사람은 장동민을 잘 모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알게 모르게 상당한 입지를 다져왔다. 공중파 TV와 케이블 방송을 넘나들며 승승장구했다. ‘그쪽 세계’에선 유재석, 강호동, 김구라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꼽혔다. 그런 그가 갑자기 위기에 몰렸다. 과거 팟캐스트에서 한 발언이 화근이었다. 1년여 전 그가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에서 말한 요지는 이러하다.

    “여자들은 멍청해서 남자한테 안돼. 아냐, 진짜로 멍청해. × 같은 년.”

    (자신의 코디네이터를 향해) “만약 내일 아침에 우리 집에 6시까지 오는데 넘었다. 그럼 우리 집에 오지 말고 전화기 꺼놓고 자살해. 그럼 내가 용서해줄게…망치로 대가리부터 내장을….”

    “오줌 먹는 동호회가 있어. 동호회. 그래서 옛날에 삼풍백화점 무너졌을 때 21일 만에 구출된 여자도 다 오줌 먹고 살았잖아. 이 여자가 창시자야.”

    까마귀 날자 배 떨어져



    문제의 발언이 알려진 시기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MBC TV ‘무한도전’이 새 멤버를 공개 선출하던 무렵이다. 장동민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켜 하차한 노홍철의 빈자리를 채우는 무한도전의 ‘식스맨 프로젝트’에 출연 중이었다. 그가 무한도전의 여섯 번째 멤버로 낙점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높은 시청률을 올리는 프로그램의 고정 멤버가 되는 것은 연예인에겐 인기와 부를 얻을 절호의 기회다. 바로 이때 그의 1년 전 묵은 발언이 이슈화한 것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다. 이후 장동민은 공개 사과했고 무한도전에서도 하차했다.

    일각에선 음모론을 제기한다. “장동민과 경쟁관계에 있는 누군가가 장동민의 과거 발언을 끄집어내 언론에 ‘토스’ 해 준 것 아니냐. 이런 언론 플레이로 장동민이 무한도전 새 멤버가 되는 것을 막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중문화평론가 배철기 씨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장동민이 무한도전의 강력한 후보로 뽑히자 언론매체들이 그의 과거 발언을 부각했다. 몇몇은 ‘이처럼 장동민의 과거 발언이 부각되는 데는 특정 세력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란 주장을 편다. 이 주장이 전혀 근거 없는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다. 실제로 무한도전식스맨 선정을 두고 여러 세력 간 알력 다툼이 공공연히 빚어진 게 사실이다. 몇몇 언론이 누군가를 지나치게 공격한 것도 사실이다. 더불어 특정 언론이 너무하다고 느낄 정도로 누군가를 밀어준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 기자는 장동민의 발언을 전하는 기사를 인터넷 매체에 처음으로 올렸다. 그런데 이 기자는 이 기사와는 별개로 문제의 발언 장면을 유튜브에도 올렸다. 나아가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링크를 걸었다고 한다. 이 기자가 유튜브와 오늘의 유머에 올린 시점은 그가 가입한 시점이라고 한다. 그는 오늘의 유머에 같은 내용을 세 번이나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부터 논란에 불을 지피려는 의도로 읽힌다. 장동민 논란이 일반인에 의해 우연히 자연발화한 게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

    물론 장동민의 발언 내용은 비난받을 만하다. 개그맨도 공인이므로 여성이나 코디네이터, 대형 참사의 피해자 같은 사회적 약자를 모욕하는 그런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 퇴출 운동이 벌어져도 당사자는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장동민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점과 한참 지난 시점에 갑자기 이슈로 불거져 장동민을 유명 프로그램에서 낙마시켰다는 점은 별개의 문제다. 일각에선 후자와 관련해 음모론이 나올 만하다고 본다.

    장동민 발언 논란은 2012년 김용민 발언 논란과 유사하다. 2012년 4월 총선 직전 ‘나꼼수’ 멤버이자 서울 노원갑 야권 통합 후보인 김용민 후보의 과거 발언이 폭로됐다. “유영철을 풀어 부시, 럼스펠드, 라이스를 ××해 가지고 죽이는 거예요”라는 발언이었다. 거론된 사람들은 미국 대통령, 국방장관,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인물이며 ××는 성폭행을 암시하는 표현이었다. 나꼼수는 연예인급 인기를 누린 팟캐스트 모임이었다. 발언이 공개되면서 일파만파의 파장이 일었다. 김용민의 낙선은 물론 야당이 총선에 패배하는 데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김용민의 발언 자체는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망언이다. 그런데 김용민이 야당 후보로서 총선 선거운동을 하던 바로 그 시점에 그의 과거 발언이 폭로된 것이 과연 우연일까. 이 점에서 장동민 발언 논란과 김용민 발언 논란은 비슷한 유형의 음모론을 공유한다.

    이태임과 예원의 경우

    ‘이태임과 예원 사건’에 대해서도 음모론이 나온다. 연예계 뉴스 전문 매체 ‘디스패치’는 이전에 이병헌과 그를 협박한 여성 사이에 오간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한 적이 있다. 이후 이 보도는 거의 사실로 밝혀졌다. 그런 디스패치가 이태임이 예원에게 욕설을 퍼붓는 현장을 재구성해 보도했다. 대중은 이 보도를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 디스패치 기사 속의 이태임은 아무 이유도 없이 착한 후배에게 욕설을 퍼부은 사이코처럼 비쳤다. 반면 예원은 일방적으로 당한 가녀린 피해자로 묘사됐다. 세간의 비난이 이태임에게 쏟아진 것은 물론이다. 이 일로 이태임은 방송에서 하차했고 집에서 칩거하게 됐다.

    그런데 얼마 후 당시 현장을 담은 촬영 필름이 유출되면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가녀린 피해자로 여겨졌던 예원이 선배 이태임을 살살 약 올리며 반말을 했을 뿐 아니라 뒤에서 이태임에게 욕을 내뱉는 장면까지 고스란히 공개됐다.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라는 예원의 일성(一聲)은 전국을 뜨겁게 달군 ‘올해 상반기 최고 유행어’가 됐다. 그러자 여론은 예원을 향해 집중포화를 쏟았다. 디스패치도 사과문을 올렸다.

    ‘범죄 수준의 공작’

    우리는 디스패치의 최초 보도에 주목해야 한다. 이태임을 사회적으로 매장할 수도 있을 만큼 두 사람의 설전(舌戰)을 각색해 보도했다. 이런 일이 과연 우연일까. 음모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연예계 내 어떤 세력이 이태임을 죽이려고 짜깁기된 발언 내용을 언론매체에 제공한 게 아니냐고 추측할 만했다. 만약 그랬다면 언론매체는 여기에 놀아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디스패치는 누구로부터 이태임과 예원의 대화 내용을 건네받았는지 밝히지 않았다. 예의 ‘취재원 보호’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이번엔 군색해 보인다. 이 ‘성명불상 취재원’의 행위는 ‘순수한 제보’가 아니라 ‘범죄 수준의 공작(工作)’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게 일부 연예계 관계자의 견해다. ‘연예계 정화’ 차원에서라도 이 취재원의 책임 소재를 규명해 문제가 있다면 ‘일벌백계’ 할 필요도 있다고 한다.

    당시 연예계나 방송계 관계자만이 이태임과 예원의 대화 내용에 접근할 수 있었다. 이 계통의 누군가가 연예인인 이태임을 대상으로 악의적 언론 플레이를 한 것으로 가정해볼 수도 있다. 일부 연예계 관계자는 “누군가가 사실과 거짓을 적당히 섞어 의도적으로 일을 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태임과 예원의 말다툼은 여성 스타들 간의 사소한 감정싸움으로 끝날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예원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당시 촬영 필름은 도대체 누가 공개했을까. 연예계나 방송계 종사자가 아니고선 도저히 구할 수 없는 물건이다. 해당 방송사가 유출한 사람 색출에 나섰다고 알려졌지만 이내 흐지부지됐다. 이 필름 공개가 과연 우연일까. 그보다는 예원에 대한 역공 성격으로 보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러한 역공을 편 사람은 누구인가. ‘진실을 밝히려는 의인(義人)’인가. 아니면 ‘또 다른 이해당사자’인가. 이 필름 공개 사건 역시 음모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언론사 연예부의 생리를 아는 몇몇 사람은 연예기획사와 연예부 기자가 평소 가깝게 지낸다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인다. 연예계는 일반인 접근이 거의 불가능한 곳이다. 기자 역시 자유롭게 연예인을 만나기 어렵다. 유명 연예인은 갑 중의 갑이며 그 위상은 정치인을 넘어선다. 기자가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취재가 안 되는 대상이다.

    예컨대 국회의원은 정치부 기자가 의원회관 사무실로 불쑥 찾아가 만날 수 있지만 유명 연예인은 이런 통로마저 없다. 결국 연예계 관계자와 기자 간 인맥에 의해 뉴스가 생성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특정 연예인과 관련된 고급 정보는, 긍정적 내용이든 부정적 내용이든 그 사정을 아는 연예계 내부 관계자가 기자에게 흘려준 것으로 보는 게 합당하다.

    기획사-기자 유착관계

    정치권에서도 특정 정치인과 정치부 기자 간 유착관계가 가끔 이슈가 된다. 예를 들어 ‘○○ 장학생’ 논란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일부 연예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특정 연예기획사와 특정 연예부 기자 간 공생관계는 이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 않다고 한다. 이 공생관계란, 특정 연예기획사가 특정 기자에게 특종거리를 주면 이 기자는 해당 연예기획사가 원하는 방향대로 기사를 써주는 일종의 ‘거래’인 셈이다.

    연예인 관련 폭로는 연예뉴스 전문 매체의 중요한 사업수단이다. 이러한 점은 유착 논란과 음모론이 확산되는 구조적 배경이다. 연예인 관련 폭로로 급성장한 대표적 매체는 디스패치다. 스포츠서울닷컴 출신 기자들이 모여 만들었다는 이 매체는 비-김태희, 이병헌-이민정, 유해진-김혜수, 김원중-김연아, 이민호-수지, 오승환-유리 열애설을 단독 보도해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다른 매체도 아닌 디스패치가 이태임 관련 음모론의 한가운데에 선 것이다.

    연예계 뉴스를 정치권과 연결짓는 또 다른 유형의 음모론도 자주 등장한다. 어떤 세력이 특정 정치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특종을 터뜨리게 한다는 이야기다. 누가 이런 소문을 퍼뜨리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는다. 다만, 한 번 뚜렷하게 드러난 적은 있다. ‘나꼼수’는 2011년 서태지와 이지아의 이혼소송 뉴스가 터져 나왔을 때 BBK 사건을 덮기 위한 음모라고 주장했다. 서태지-이지아 이혼 소식이 알려진 시점은 BBK 특별수사팀(원고)과 시사주간지 ‘시사IN’(피고) 간 소송에서 원고패소판결이 난 직후였다.

    최근에도 비슷한 음모론이 돌았다. 이민호-수지의 열애설이 터졌을 때 “이명박 정권의 자원비리 이슈를 덮기 위한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일본 프로야구 한신타이거즈의 오승환과 소녀시대 멤버 유리가 열애 중이라는 뉴스가 나왔을 땐 “이완구 국무총리의 성완종 자금 수수 의혹을 덮으려는 의도”라는 이야기가 확산되기도 했다. 많은 사람은 이런 음모론을 ‘지나친 억측’이라고 본다.

    “권력은 뭐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연예계 특종으로 정치 이슈를 덮는다’는 음모론에 대해 “아예 황당무계하지는 않다”고 주장한다. 일부 인사들은 “검찰이나 경찰이 사실상 중요 사건 수사를 끝내놓은 뒤 언론 발표 시점을 조절하기도 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2013년 11월 검사 출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의혹에 대해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시기를 전후해 김용만, 이수근, 토니안, 탁재훈 같은 스타급이 연루된 연예인 스포츠도박 의혹 관련 수사 내용도 언론에 보도돼 엄청난 파장을 낳았다.

    이에 대해 일부 인사들은 “검찰에 ‘제 식구 감싸기’ 비난이 쏟아질 ‘김학의 성추행 무혐의’ 이슈를 ‘연예인 도박’ 이슈가 덮어줬다”고 의심한다. 몇몇 사람은 “이 두 사건 모두 수사기관이 손을 댔기 때문에 언론보도 시점을 조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 “정보를 쥔 쪽은 특정 시점에 특정 언론에 기삿거리를 흘려주는 방식으로 폭로 시점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의 정치권력과 사정기관은 무소불위여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대중의 믿음이 이런 의심을 키운다.

    탤런트 고 장자연 씨가 정치인 접대를 강요받았다는 이른바 ‘장자연 사건’은 연예계가 언제든 정치권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일깨웠다. 연예인 클라라와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 관련 사건도 마찬가지다. 클라라의 지인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클라라의 전 소속사 대표이자 무기중개상인 이규태 회장이 클라라에게 여러 차례 로비스트를 제안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클라라는 “지금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 그렇다”고 말했고, 이 회장 측은 뚜렷이 답변하지 않았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일부 연예계 관계자들은 ‘연예계 음모론’에 대해 “사람들의 관음증과 상상력이 만들어낸 허구”라고 일축한다. 그러나 다른 몇몇 관계자는 “어떤 연예인은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고 어떤 연예인은 한순간 잊힌다. 극소수의 스타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여기에 언론과 권력도 개입한다. 연예계 음모론은 한동안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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