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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 세상을 통찰하는 문화 만들라”

박세창號를 향한 제언

  • 김동훈 연세대 경영대학장 | dhkim@yonsei.ac.kr

“조직이 세상을 통찰하는 문화 만들라”

올해로 창립 55주년인 금호타이어는 사람 나이로 치면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에 이르렀다. 광주의 작은 공장에서 하루 20개의 타이어를 생산하던 회사는 이제 한국, 중국, 베트남 등 국내외 8개의 공장에서 하루 약 18만 개, 연간 6500만 개의 타이어를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해외 8개 판매법인과 18개 지사·사무소를 거점으로 180여 개국에 수출하고, 2016년 초 준공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 주에 새 공장을 짓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인생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역사도 늘 순탄한 것은 아니다. 2010년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금호타이어는 인고(忍苦)의 5년을 보냈다. 세계 무대에서 소비자와 자동차 생산업체를 상대로 경쟁사들과 치열한 승부를 벌여야 할 때, 신규 투자가 줄고 신공장 건설은 보류됐다. 임직원들은 임금 동결 등으로 고통을 분담하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다행히 금호타이어는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생산성을 높이고, 영업이익을 흑자로 전환시켰으며, 부채비율 등 각종 재무지표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끝에 지난해 12월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무릇 큰 위기를 겪고 나서 구성원들이 더욱 단결하고 조화로운 조직문화를 이뤄내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조직문화로 퇴행하는 기업도 있다. 지금 금호타이어는 그 중대 기로에 서 있다.

현대는 기업의 구성원과 조직문화가 그대로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그것은 기업의 성패는 물론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금호타이어 또한 조직의 불안정으로 인해 업계 1위 자리를 경쟁사에 내준 아픈 과거가 있다. 이제 국내 경쟁은 큰 의미가 없다. 위로는 브리지스톤, 미쉐린 등의 전통적 강자들이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고, 아래로 봤던 중국 업체들의 발전 속도와 추격전은 놀라울 정도다.

이러한 시점에서 박세창호(號)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외부 환경 변화에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대처하고, 노사(勞使)가 한마음이 돼 친환경적 경제활동과 적극적인 사회공헌을 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조직문화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고, 그 실천 수단은 인재 육성으로 귀결된다. 전문성과 통찰력으로 무장한 창의적 인재들이 세계 무대에서 진취적인 도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이 세상을 통찰하는 문화 만들라”

임직원들과의 회식 자리에 함께 한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결국 해답은 ‘인재’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990년부터 연세대에 ‘금호아시아나 MBA 과정’을 만들어 900명의 우수 인재를 육성했다. 또한 고 박인천 창업회장 시절부터 죽호학원과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을 통해 지역 인재 및 예술 영재를 후원했다. 박삼구 회장은 현재 연세대 총동문회장과 메세나협회장 등을 맡아 교육과 문화 후원을 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박 부사장은 자연스럽게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깨쳤을 것이다. 아버지가 만든 인재 육성 솔루션을 적극 활용하면 박세창 시대의 인재 육성을 위한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는 국토가 협소하고 천연자원이 부족하다. 의존할 것이라고는 인재뿐이다. 대학은 학생들이 과학기술과 인문학적 소양을 두루 갖출 수 있도록 교육에 매진해야 하고, 기업은 우수 인재를 받아들여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대학을 통한 끊임없는 재교육으로 인재 육성에 앞장서야 한다.

박세창 부사장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깊은 뜻을 이어받아 기업과 이 사회에 우수 인재를 키워가는 일에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훌륭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한국의 모범적인 기업의 본을 보여야 한다.

박 부사장은 평소 조직문화 개선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촉망 받는 재계 3세가 선진적인 조직문화 구현에 대한 의지가 크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경영진의 결단과 추진이 조직문화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문화는 단기간에 바뀌거나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일단 방향을 잡았다면 인재 육성과 더불어 장기적인 실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

혁신의 2가지 열쇠

박세창호가 담을 선진적 조직문화는 적어도 두 가지 핵심 가치를 담아야 성공적으로 발현될 수 있다. 첫째,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stakeholder)를 두루 고려해 적극적이면서도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기업은 사회와 함께 가치를 나누며 성장할 줄 아는 ‘글로벌 시민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존재 의미가 있다. 이것이 지속가능한 기업의 자질임을 기억해야 한다.

둘째, 조직 전체가 시장의 잠재 수요(needs)를 누구보다 빨리 읽어내기 위해 집중하는 상태가 돼야 한다. 이것이 혁신의 열쇠다. 담당자 몇 명만이 아니라, 전 조직이 시장의 흐름을 통찰하려는 문화가 정립될 때 비로소 혁신적인 가치 창조의 가능성을 볼 수 있게 된다. 애플의 아이폰은 단순히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아니라, 세상에 대한 통찰로부터 시작됐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재 타이어 업계는 주요 수출 지역인 유럽의 환율 약세와 가격 경쟁 심화로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타이어 산업은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등 신흥권 시장이 수년 전부터 나아지고 있고, 친환경 전기차 타이어 등 새로운 시장의 성장도 예상된다.

변화의 격동기일수록 기업은 적극적인 교육 투자로 인재를 양성하고 R·D를 통한 품질 향상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기업의 경쟁력은 우수한 인재 양성과 건강한 조직문화 정착에 달렸다. 박세창 부사장은 금호타이어에서 긴 안목으로 이 두 가지를 성공적으로 이끈 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로 그 기운을 퍼뜨려야 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슬로건은 ‘아름다운 기업’이다. 아름다운 기업은 결국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기업이다. 긍정적이고 모범적인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려면 박 부사장은 지금부터 인재 육성을 통한 조직문화 개선 작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신동아 2015년 6월 호

김동훈 연세대 경영대학장 | dhki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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