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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낮엔 정치인, 밤엔 택시기사 24시간 ‘생활정치’ 합니다”

이철승 수원시의원의 특별한 ‘이중생활’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낮엔 정치인, 밤엔 택시기사 24시간 ‘생활정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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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생계형 택시기사”

형편이 좀 나아진 뒤에도 대리운전을 그만두지 않았다. 밤마다 각양각색의 수원시민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즐거웠다. 그들의 생각을 읽고 공감하려 노력했다. 지역의 불편사항, 시에 바라는 점을 들으면 메모를 했다. 그들의 가려워하는 곳을 어떻게 하면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을지 생각했다. 시나브로 시의원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해나간 것이다. 마침내 2011년 아내에게 다음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결혼 직후 ‘40대가 되면 시의원에 출마할 거야’라고 했을 땐 집사람이 웃으며 ‘빚 다 갚고 나면 마음대로 하라’고 타박했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진짜 하겠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 듯했다. 아내가 ‘먹고살 대책은 세우고 하라’길래 생각한 게 택시운전이었다. ‘시의원을 하려면 사람을 많이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게 생활정치다, 선거에서 떨어져도 택시운전 경력을 살려 개인택시를 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렇게 해서 택시운전면허를 따고 2012년 10월부터 운전을 시작했다.”

원일운수에 취직했다. 낮에는 방역장비와 의료기기 영업을 해야 하기에 야간운전만 하기로 했다.

▼ 택시운전을 한 게 선거에 도움이 됐나.



“손님을 태우고 지역 곳곳을 다니다보니 주민들이 불편해하는 게 뭔지 많이 알게 됐다. 주민들의 사소하지만 가려운 부분을 잘 알고 이야기하니까 유권자들이 많이 공감했다. 그러니까 남다른 경력도 없고, 학력도 별로인 나를 선택한 것 아니겠나.”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그는 3명을 뽑는 선거구(매교, 매산, 고등, 화서1·2, 서둔)에서 4위 후보와 새벽까지 엎치락뒤치락 경합을 벌인 끝에 100여 표 차로 당선됐다.

▼ 시의원의 일상은 어떤가.

“밖에서 보던 것과 달리 할 일이 많다. 의정활동도 해야 하고, 지역활동도 만만치 않다. 나는 지역구가 6개 동이나 돼서 더 바쁘다. 동마다 월례회의를 한 번씩 하니까 모두 6번을 해야 한다. 또한 꼭 참석해야 하는 단체와 조직이 동마다 평균 11개씩 된다. 합하면 66개다. 거기도 한 달에 한 번은 들러야 한다. 거기서 나온 지역 민원을 수렴하는 것도 시의원이 할 일이니 안 갈 수 없다. 그 외에 수원시나 관내 행사가 있으면 참석해야 한다. 틈틈이 의정활동을 더 잘하기 위해 공부도 해야 하는데, 그것도 만만치 않다.”

천태만상 진상 승객

“낮엔 정치인, 밤엔 택시기사 24시간 ‘생활정치’ 합니다”

이철승 의원은 “주민과 소통하고 뒷골목 불편을 해소하는 일은 국회의원도 할 수 없는 시의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 시의원 월급이 얼마쯤 되나.

“실수령액이 360만 원 조금 넘는다.”

▼ 수입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이젠 택시운전 안 해도 되지 않나.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근데 몸이 편해지면 마음이 편해지고, 마음이 편해지면 나태해질 수 있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핸들을 놓지 않으려 한다. 사람들이 가장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이 택시기사다. 민심을 가장 잘 알 수 있다.”

▼ 한 달에 며칠이나 택시운전을 하나.

“원래는 23일을 채워야 하는데, 회사에서 배려해줘 최소 근무일수인 13일만 채우고 있다. 출근을 못해도 사납금 6만7000원은 채워넣어야 한다. 야간에만 일을 하는데, 아침부터 의정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저녁 8시30분부터 새벽 1시30분까지 일한다. 대개 사납금 채울 때까지 한다. 그렇게 하면 한 달에 27만 원 받는다.”

▼ 밤에 택시를 몰다보면 별별 일을 다 겪을 것 같다.

“판교에 손님을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경찰차가 승용차를 비스듬히 막고 있고, 경찰관 한 명은 차 앞에, 다른 경찰관은 운전석 창문을 내리라며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승용차가 핸들을 꺾더니 앞에 있던 경찰을 치고 도주했다. 경찰차 안에는 사람이 없어서 쫓아갈 상황이 아니었다. 내가 바로 추격했다. 112상황실에 계속 연락하면서 그 차가 아파트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쫓아갔다. 내가 직접 운전자를 제압할 수도 있었지만 112상황실에서 만류해 운전자 위치를 확인하고 경찰에 인계했다. 음주 뺑소니였다.”

밤에 택시 운행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야간순찰도 겸하게 된 셈이다.

“언젠가는 골목길을 지나는데 청소년 2명이 한 명을 구타하는 게 보였다. 쓰러진 아이에게 계속 발길질을 하는데, 얼마나 맞았는지 쓰러진 아이가 맞으면서 반응도 없었다. 재빨리 119에 연락해 구급차를 부르고, 가해자들을 붙잡아 경찰에 인계했다.”

▼ ‘진상’ 손님도 많나.

“어느 남녀는 차에 타자마자 싸우기 시작했다. 남자는 유흥가 쪽으로 가자고 하고, 여자는 싫다며 자기 집으로 가자고 했다. 여자의 요구대로 집 방향으로 갔더니 남자가 갑자기 욕을 하면서 나를 때렸다. 남자를 제압해 지구대로 데려갔더니 이번엔 여자가 남자를 두둔하며 내게 욕을 해대는데, 정말 황당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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