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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수도 건설’ 대야망 한반도 대기오염 핵폭탄?

7500조 원대 중국 메갈로폴리스 ‘징진지(京津冀) 프로젝트’ 현장

  • 홍순도 | 아시아경제 베이징 특파원 mhhong1@daum.net

‘세계의 수도 건설’ 대야망 한반도 대기오염 핵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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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현대차 공장 예정지에선…

‘세계의 수도 건설’ 대야망 한반도 대기오염 핵폭탄?

북경현대의 창저우 공장 기공식.

징진지의 관문이 될 새 공항의 건설 역시 확정돼 있다. 부지는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남쪽으로 46㎞ 떨어진 랑팡(廊坊) 인근으로, 총 800억 위안이 투입된다. 계획에 따르면 2019년 가동에 들어갈 예정으로 2025년까지 연간 승객 7200만 명, 항공기 62만 편, 화물 200만t을 처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알려졌다. 계획대로라면 인천공항보다 규모가 큰 세계적 공항이 될 듯하다. 벌써부터 이 공항을 ‘징진지 공항’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징진지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사업 역시 대대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 에너지, ICT 분야와 관련한 대규모 개발 사업이 이에 속한다. 기본적으로 이런 엄청난 사업의 낙수효과는 중국 기업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외국 기업에도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 기업에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징진지 일체화 프로젝트 초안엔 서비스업 분야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내용이 들어 있다. 과학·기술을 비롯해 문화·교육, 금융, 관광, 건강·의료 분야는 적극적으로 대외에 개방한다는 조항도 있다.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다.

한국 기업들은 특히 환경 분야에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 5월 18일부터 사흘 동안 랑팡시에서 열린 ‘국제경제무역상담회’엔 대기 및 환경 개선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을 가진 포스코 ICT와 대우건설 등 16개 한국 기업이 그 어떤 다른 외국 기업들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김장수 주중 대사는 개막식 직후 허베이성 저우번순 서기와의 면담에서 “한국 기업들의 대기오염 방지 기술은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한다. 허베이성 철강 기업과 한국 기업의 협력을 통해 이 지역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해나가자. 필요하다면 국가 차원의 협정도 맺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의 이호준 상무관은 “징진지 일체화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 허베이성이 뜰 수 있다. 중국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연히 징진지 프로젝트에 대한 현지 주민들의 기대는 상상을 초월한다. 마치 투자의 과실을 이미 수확한 것처럼 들떠 있다. 북경현대 제4공장이 건설 중인 창저우는 이런 분위기를 선도한다. 인구가 760만 명에 달하지만 이름뿐이던 도시가 지금은 ‘엘도라도’로 인식되고 있다. 관련된 수많은 업체가 특수(特需)를 노리고 공장부지 주변으로 이미 이전했다. 각종 상점과 음식점도 들어차 성황을 이룬다.

북경현대의 이상은 부장은 “우리 공장이 들어온다는 얘기가 나온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창저우로 유입된 인구는 1만여 명을 헤아린다. 모두 공장 특수를 노리고 들어온 이들이다. 앞으로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더 많은 사람이 유입될 수밖에 없다. 중국 당국이 북경현대에 창저우 공장을 짓도록 권유한 것은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징진지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베이징은 정치, 문화, 국제교류, 과학 중심의 세계적 도시가 된다. 항구도시 톈진은 국제 항운과 금융의 중심지로 거듭난다. 허베이성은 첨단 제조업 기지, 물류 센터, 전략 자원 비축 기지가 된다.

토목사업으로 망한 中 왕조들

그러나 징진지의 미래가 온전히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모든 대규모 프로젝트엔 위험이 따른다. 중국의 정책입안자들이 신이 아닌 이상 징진지도 예외일 수 없다.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이런저런 난제들이 불거지게 마련이다. 중국 정부가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징진지 프로젝트의 공식 예산 42조 위안은 중국 1년 GDP의 70%에 해당한다. 투자한 만큼 부가가치가 창출되지 않으면 고스란히 어마어마한 국고 손실로 돌아온다. 중국의 외환보유고 2조8000억~3조 달러는 징진지 프로젝트에 배정된 예산에 훨씬 못 미친다.

더욱이 역사적으로 대규모 토목사업을 일으켰다 몰락한 중국 왕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인지 중국 정부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 이 사업에 접근하는 듯하다. 일본 정부는 과거 엄청난 예산을 들여 인프라에 투자했다가 재정난을 겪었다. 13억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중국 정부도 돈 들어갈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중국 전체로 보면 징진지 프로젝트는 그야말로 극히 일부 지역에 어마어마한 국가재정을 쏟아붓는 일이다. 실패할 경우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중국 밖의 누구도 이 프로젝트가 100%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다. 위험 요인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복, 과잉 투자의 위험성을 가장 먼저 꼽는다. 징진지 지역은 이미 중국의 핵심 지역이다. 지역별로 수준 차이는 있어도 웬만한 인프라는 구비돼 있다. 프로젝트에 과잉, 중복 투자 항목이 없다고 하기 어렵다.

철도와 도로는 더욱 그렇다. 막대한 투자로 사통팔달이 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하기는 어려우나 효율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 중국에선 ‘묻지마’ 부동산 투자로 사람이 살지 않는 도시를 뜻하는 ‘구이청(鬼城)’이 수십여 곳이나 생겼다. 징진지 일대에도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가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

건국 이후 공산당이 추진하는 사상 최대 프로젝트라는 사실은 정치적 부담일 수 있다. 당과 정부가 실수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중국 당국은 창강의 싼샤(三峽)댐 공사를 진행하면서 예상치 못한 큰 희생을 치렀다. 목숨을 잃은 근로자가 100명 이상, 수몰로 정든 고향을 떠난 이주민이 150만 명이다. 사업 규모 면에서 징진지 프로젝트는 1800억 위안에 ‘불과’한 싼샤댐 사업의 220배다. 징진지 프로젝트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어마어마한 예산만 빨아들인 채 별 소득을 내지 못하면 시 주석의 리더십도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부실공사 가능성, 고질적인 부정·부패도 징진지 프로젝트의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베이징의 스모그를 해소하기 위한 200여 개 공장의 허베이성 이전도 그리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프로젝트 요강만 보면 스모그 줄이기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베이징이라는 좁은 곳에 모여 있던 공장들을 비교도 안 되는 드넓은 곳으로 이전하니 말이다. 베이징의 스모그를 눈에 띄게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한 시 주석의 일생일대 숙원이 곧 이루질 것처럼 보인다.

한반도에 미칠 최악 시나리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반론이 만만치 않게 나온다. 우선 일반적 예상과는 달리 이전될 업체들 처지에선 당장 눈앞의 이익과 무관한 투자에 적극 나서기 쉽지 않다. 여기에 당국까지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면 베이징 대기 환경 개선을 위한 굴뚝 공장들의 허베이성 이전은 공염불이 될지 모른다.

베이징의 공장들이 이전한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환경 당국이 오염원 배출 공장을 베이징 이외의 지역으로 이전하는 데에만 만족해 대기 환경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허베이성으로 이전한 공장들이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가동되면 더 큰 환경 재앙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일단 오염 총량이 줄어들지 않는다. 또한 원래 좋지 않은 허베이성 일대의 대기와 합쳐지면서 상호 오염 상승 작용을 일으켜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발 스모그가 한반도에 미치는 악영향은 오히려 가중될 수밖에 없다.

신동아 2015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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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 아시아경제 베이징 특파원 mhhong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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