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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최진석 건명원 원장

물들이지 않은 명주처럼 다듬지 않은 통나무처럼

혼란의 시대, 노자老子에게 길을 묻다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물들이지 않은 명주처럼 다듬지 않은 통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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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족할 줄 아는 데서 느끼는 만족이 영원한 만족이며, 낳았으되 소유하지 않는 어머니처럼 자애하며, 갓난아이처럼 담박하게 살면서 세상보다 앞서려 하지 말라고 노자는 가르친다. 이념, 신념처럼 마음속 하나의 기준을 가지면 딱딱해질 것이나, 산 것은 부드럽고 죽은 것은 뻣뻣하다. 도(道)를 체득한 사람은 세상과 다투지 않는다.
물들이지 않은 명주처럼 다듬지 않은 통나무처럼
국무총리가 비웃음 대상이 됐다. ‘한 박스의 활력, 총리도 반한 맛’ ‘이완구 효과, 광동제약 주가 급상승!’ 같은 비아냥거림이 SNS에서 나돌았다. 조롱하는 댓글이 꼬리를 물었다. 총리는 결백을 주장하며 사임했다.

‘이참에 콩밥 좀 드시오. 대신 밥값은 당신이 내고’ ‘무상 콩밥 먹으려면 가난 입증해야’ 같은 촌평도 나왔다. “학교는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라며 무상 급식을 철회한 경남지사가 비리 의혹에 휘말리면서다.

“정치가 길을 잃었어요. 노자가 구분한 기준으로 보면 한국 정치 지도자는 여·야 구분 없이 ‘비웃음거리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조롱 대상이 돼버렸어요. 화내는 게 아니라 비웃습니다. 최악의 리더인 거죠.”

백성이 통치자 비웃는 단계

최진석(56, 서강대 교수·철학) 건명원(建明苑) 원장은 노자가 산 시대와 현재가 닮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노자는 중국 춘추시대 말기~전국시대 초기(기원전 570~479년)를 산 인물로 알려진다. 주나라가 쇠락해 생산수단, 세계관, 계급 질서가 밑바탕부터 흔들리던 혼란의 시대다. 노자는 무위(無爲)의 통치와 관련해 ‘도덕경(道德經)’에 이렇게 썼다.

“최고의 단계에서는 백성들이 지도자가 있다는 것만 안다(1). 그다음 단계에선 백성이 통치자에게 친밀함을 느끼고 칭송한다(2). 그 아래에선 백성이 지도자를 두려워한다(3). 그보다 못한 것은 아랫사람이 통치자를 비웃는 것이다(4).”

1은 백성이 통치자를 지지하는 것조차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다. 3은 독재정치를 가리킨다. 국무총리, 도지사를 향한 조롱은 4에 가깝다.

광복 70년 만에 가난을 극복하고 선진국 그룹 말석을 차지하는 성취를 이뤘는데도 왜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이가 많을까. 미래는 왜 불안할까. 채우지 못한 욕망에 목말라하고, 경쟁의 강박에 시달리는 까닭은 뭘까.

가지 않은 길 ‘생각’하는 힘

최진석 교수는 2500년 전 노자가 쓴 200자 원고지 25장 분량의 길지 않은 글(도덕경)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가 안은 문제를 완화하거나 풀어낼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여긴다. 5월 11일 서강대 정하상관에서 그를 만났다.

▼ 노자에게 “잘사는 나라가 됐는데도 왜 행복하지 않을까요?”라고 물으면 뭐라 답할 것 같습니까.

“굳어버린 신념과 이념, 가치관에 ‘너’를 맡겨서 그렇다고 말할 듯해요. 춘추전국시대를 혼란기라고 표현하는데, 객관적으로 보면 기존 질서가 새 질서로 바뀌는 변화의 시기였습니다. 철기가 산업에 투입되면서 질서가 재편됐거든요. 현재는 정보기술 발달로 인해 산업혁명 이후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는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춘추전국시대와 변화의 내용은 다르지만 구조는 비슷해요.

한국은 광복 이후 70년간 열심히 땀 흘렸습니다. 어느 나라나 시대적 조건과 국가의 의제(agenda)가 일치해야 발전이 가능합니다. 우리나라는 독립 후에는 건국, 건국 후에는 경제적 토대를 갖춰야 했기에 산업화, 산업화로 변화한 계급구조의 재조정이 필요했기에 민주화에 나섰습니다. 사회적 조건과 국가의 의제가 잘 맞은 터라 지금과 같은 번영을 이뤄냈습니다. 국가 의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소란과 잡음이 있었으나 어찌됐든 완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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