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호

서민갑부 外

  • 담당 · 최호열 기자

    입력2015-06-25 1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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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서민갑부

    채널A ‘독한인생 서민갑부’ 제작팀 지음, 동아일보사, 288쪽, 1만4800원


    서민갑부 外
    새벽 3시 노량진 칼갈이 갑부 전만배 씨를 촬영하기 위한 VCR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주변은 어두웠지만 만배 씨는 분주했다. 10여 년째 새벽 3시 반부터 오후 3시까지만 손님을 받는다는 원칙을 고수해온 그의 일상을 담아야 했다. 칼 한 자루를 갈아 버는 돈은 3000원. 그는 그 돈을 모아 수십억 자산을 마련했다.



    ‘진짜 부자’는 누구일까. 채널A 다큐 프로그램 ‘독한인생 서민갑부’는 이 물음에서 시작했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갔다’는 말을 뒤엎고 싶었다. 그 한마디에 담긴 부정적인 뜻은, 어쩌면 우리가 사는 현재에 팽배해 있는 의식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 의식이 만연한 사회에서 ‘희망’을 전하고자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래서 눈을 돌린 것이 ‘서민’이다. 나와 같은, 우리와 같은, 그래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의 사연. 그것이 ‘개천에서 용 나지 않는 시대’의 희망가가 되지 않을까. 전국에 돈 많은 사람은 많았다. 진짜 부자 검증 절차는 쉽지 않았다. 직접 현장을 찾았다. 얼마나 돈을 모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벌었느냐에 집중했다. 그러자 주인공의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회, 두 회 우리 이웃에 있는 성공한 부자를 담았다.

    성공이란 무엇일까. 주변의 성공한 사람들 사연을 담겠다고 나선 우리조차 성공의 개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방송을 시작한 지 6개월, 어느덧 그 의미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단순했다. 성공이란 말은 목표를 이룬다는 뜻이다. 방송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목표를 이룬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이 가는 길에 연연하지 않고 오롯이 자기 안에 있는 꼭짓점을 따라 인생을 걸어간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이 ‘진짜’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많은 것을 배웠다. 온갖 멸시 속에서 어렵게 얻은 레시피를 거리낌 없이 공개한 담양의 김갑례 사장, 부모와 아들을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잃고도 악착같이 일해 번 돈으로 주변 사람에게 베푸는 인제의 최양희 씨 부부, 자살 직전까지 내몰린 삶을 살다가 남의 산을 빌려 90억대 부자가 된 양평의 더덕 갑부 조남상 씨 등. 지금 내가 겪는 고통이 우습게 보일 정도로 더 어려운 상황에서 부를 쌓은 사람들의 사연은 나를 성장시켰다. 방송이 나갈 때마다 시청자의 반응도 뜨거웠다. 대부분 희망을 잃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하는 사람들이었다. 누군가에게 힘을 준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이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느끼고 깨달았다.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면 또 빛나는 게 인생이라고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앞길이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서민갑부’의 주인공들은 길을 안내할 것이다. 지금 고통을 겪고 있다면 곧 끝이 올 것이라고, 그러니 가만히 있지 말고 스스로의 길을 가라고 말이다. 이 책에서는 방송 특성상 깊게 보여주지 못한 주인공들의 사연을 더 담으려고 노력했다. 서민갑부들의 사연이 더 궁금하고, 그들의 성공 비법을 더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양승원 | 채널A ‘독한인생 서민갑부’ PD |

    서민갑부 外
    파농 _ 이경원 지음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의 해방을 위해 평생을 바친 정신분석학자이자 혁명가인 프란츠 파농(1925~1961년)의 일대기를 담았다.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엘리트 흑인 파농은 자신이 얼굴색은 검지만 백인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조국 프랑스를 위해 자원입대했다. 목숨을 걸고 프랑스를 위해 나치와 싸웠지만, 흑인 군인은 푸대접받기 일쑤였다. 전쟁 후 파농은 백인과 흑인, 유럽과 아프리카, 지식인과 민중,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남성과 여성 등 모든 인간이 지배와 예속의 틀에서 벗어나 동등한 시민이 되는 세상을 꿈꿨다. 이 책은 서구 사회를 선망하는, 혹은 우리보다 피부색이 검은 사람들을 알게 모르게 무시하는 한국 사회에 ‘하얀 가면을 벗어라’라고 말하는 듯하다. 한길사, 496쪽, 1만8000원

    평판사회 _ 김봉수 외 지음



    평판이 제1의 가치가 된 시대에 기업 경영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조명했다. 무엇보다 기업의 지배구조, 사회적 갈등 관계 등 다양한 문제가 폭발적으로 표출된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을 통해 우리 기업이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고민한다. 먼저 땅콩회항을 오너리스크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기업이 배워야 할 여론 전략을 다룬다. 또 위기관리의 과정을 면밀히 추적해 위기관리 리더십과 위기관리 시스템 모델을 소개한다. 이 밖에 1980년대 IBM을 뛰어넘기 위해 스티브 잡스가 세운 여론전략, 2007년 장난감 회사 마텔이 납 성분 검출사고 때 발표한 사과문, 2008년 고객정보 유출사고 때 현대캐피탈 정태영 사장이 내놓은 대응책 등 위기에서 살아남은 기업과 반대로 위기로 자멸한 기업의 사례도 다룬다. RHKkorea, 352쪽, 1만5000원

    조미아, 지배받지 않는 사람들 _ 제임스 C 스콧 지음, 이상국 옮김



    ‘조미아’는 베트남 중부 고원에서 대륙 동남아시아 5개국과 중국의 4개 지방을 가로지르며 인도 동북부까지 뻗어 있는 해발 300m 이상의 고지대를 이르는 말이다. ‘대륙 동남아시아 산지’(massif)로도 알려진 이곳은 아직 국민국가 안으로 편입되지 않은 사람(약 1억 명 추정)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이곳을 ‘살아 있는 조상’이자 ‘논농사와 불교와 문명을 발견하기 전 우리의 모습’이라고 본다. 그러나 저자는 “2000년 동안 노예제와 징병, 과세, 부역, 질병, 전쟁 등 평지의 국가 만들기 과업의 폭정에서 달아난 탈주자, 도피자, 도망노예”라고 말한다. 그리고 국가 만들기로 대표되는 ‘문명’ 담론을 전면적으로 비판하며, 조미아의 소수종족들이 어떻게 산으로 올라가게 됐는지, 왜 산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는지를 짚어나간다. 삼천리, 704쪽, 3만5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오사카의 여인

    곽경 지음, 어문학사, 394쪽, 1만5000원


    서민갑부 外
    근세 일본의 조선 침략은 조슈(現 야마구치 현)와 사쓰마(現 가고시마 현)라는 두 지역이 주도했다. 이 두 지역을 양번(兩藩)이라고 한다. 양번은 근세 일본의 조선 침략이 있기 전, 260년간 평화를 지속해온 에도 막부를 무력으로 쓰러뜨리고 일본 전체의 지배권을 장악했다. 이 쿠데타를 메이지 유신이라고 한다.

    메이지 유신을 주도한 조슈와 사쓰마의 인물들은 청일·러일전쟁에 참전해 높은 자리에 올랐다. 이들은 예외 없이 한반도의 흙을 밟고 출세했으며, 일제 36년 식민지 지배의 기초를 놓았다. 조선을 정복한 후 이들은 곧이어 만주와 중국 본토를 침략했으며,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동남아를 침략하고 미국에 도전했다가 패망했다. 그러나 이들이 이룬 지배체제는 없어진 게 아니라 현재 일본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현 총리 아베 신조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정권이다.

    이렇듯 메이지 유신은 한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며, 들여다볼수록 그 알맹이가 되는 정신이 현재도 살아 있음을 목도하게 된다. 메이지 유신을 모르고는 현대 일본을 이해하기가 불가능하며, 일본에 대한 이해 없이 한국의 미래를 논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여기에는 한 가지 이야기가 더 있다. 바로 이들 두 번(藩)은 250년 전에 일어난 임진왜란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주력부대를 형성했고 조선 땅을 밟았던 사람들로서 조선에 극심한 타격을 입힌 세력이다. 앞서 말한 메이지 유신은 이들 히데요시의 망령이 250년 후 재현한 것이며, 이 망령은 현재에도 일본을 배회하며 끊임없이 한반도를 겨냥해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더 심층적으로 들어가면 일본이라는 나라는 한국과 동족이며 한반도에서 쫓겨난 백제의 후손으로 밝혀진다. 고대 일본은 한반도에서 문화를 전수받거나 한반도에서 일부가 흘러들어간 도래인이 아니며, 고대의 일본 땅은 백제의 영토였고 가야와 백제인이 그 주민들이었다. 그러다가 백제가 나당연합군에게 멸망하자 일본 땅에 정착한 가야와 백제인이 697년에 일본이라는 나라를 수립한 것이다. 한마디로 일본인은 우리와 동일한 종족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러한 사실을 철저히 감춰왔다.

    일본의 대(對)한반도 역사는 소위 신공황후의 삼한정벌(왜의 한반도 정벌이라는 허구의 이야기)과 임진왜란, 그리고 메이지 유신으로 연면히 이어져온 침략 사상의 반복일 뿐이며, 한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역사 인식은 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늘의 독도나 위안부 등 한일 간의 제반 문제에서 일본 측의 사과와 반성 또는 양심선언과 같은 ‘말’로 해결할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큰 착각이며, 필자는 은폐와 왜곡으로 일관한 고대 역사가 회복되지 않으면 두 나라의 진정한 우호와 미래는 절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갖고 있다. 이 책은 그런 한일 역사를 담았다.

    곽경 | 한일역사연구소 소장, 저서 ‘왕인박사는 가짜다’ 등 |

    서민갑부 外
    나무 심는 마음 _ 조상호 지음



    나남출판 대표이자 8년째 나남수목원을 가꾸고 있는 저자가 나무를 심고 키운 이야기, 세월과 함께 자란 나무를 보며 느낀 생각을 담았다. 저자는 울진 금강송 군락지에 있는 대왕 금강송의 웅장함에 압도당하고, 단풍의 대합창을 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가뭄과 폭우에서는 대자연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을 되돌아본다. 그는 “나무를 닮고 싶고, 나무처럼 늙고 싶고, 영원히 나무 밑에 묻혀 일월성신(日月星辰)을 같이하고 싶은 마음에서” 책 제목을 지었다고 한다. 일주일에 이틀은 수목원에 머물며 나무를 돌보는 그는 “말로는 농부 마음을 가진다 했지만 여전히 도회지의 조급한 욕망의 찌꺼기들이 똬리를 틀고 있다”고 고백한다. 조지훈 시인과 이윤기 소설가 등 저자가 65년을 살아오며 만난 인연, 여행기 등을 덧붙였다. 나남, 358쪽, 2만 원

    한국이 싫어서 _ 장강명 지음



    사회 비판적인 문제에서 SF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소재와 흡인력 있는 스토리,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한국 문학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작가 장강명의 장편소설. 금융회사 신용카드팀 승인실에서 꾸역꾸역 일하는 계나는 학벌, 재력, 외모는 물론 출세에 대한 욕망도 평균 이하인 채로 살아간다. 그는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출퇴근 ‘지옥철’은 더더욱 참지 못해 사표를 낸다. 말리는 가족과 남자친구, 비아냥거리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호주로 떠나 이민이라는 모험을 통해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간다. 노력 없이 불만만 거듭 토해내는 사람들의 소극적인 태도에 일침을 가한다. 작가는 호주 유학을 다녀온 인물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품을 완성해 현실감이 느껴지고, 1인칭 수다 형식을 통해 생생하고 경쾌한 재미를 더했다. 민음사, 202쪽, 1만3000원

    불국기행 _ 정찬주 지음



    불교와 관련된 소설과 산문을 주로 써온 저자가 부탄, 네팔, 남인도, 스리랑카, 중국 등 5개국을 여행하면서 찾은 불교 유적의 역사와 문화를 담았다. 네팔에서는 석가모니 후예들의 역사를 듣고, 남인도에서는 힌두교에 밀려 쇠퇴하는 불교를 목격하고 그 원인을 분석한다. 스리랑카에서는 담불라 승단 종정인 수만갈라 스님을 만나 한국 불교가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불교 유적 곳곳에서 우리 역사를 찾기도 한다. 네팔 아소카 왕의 유적에서는 신라 진흥왕, 고구려 광개토왕, 백제 성왕 등이 닮고자 한 아육왕(아소카 왕)과 우리나라의 인연을 떠올린다. 남인도의 벨란카니와 아요디아에서는 석탈해와 허황후의 고향과 근원을 찾고 중국에서는 혜초와 의상대사의 흔적을 목격한다. 사진가 유동영 씨의 사진이 곁들여져 생생함을 더한다. 작가정신, 352쪽, 1만8000원

    번역자가 말하는 “내 책은…”

    농장에서 식탁까지 100마일 다이어트

    앨리사 스미스·제임스 매키넌 지음, 구미화 옮김, 나무의 마음, 364쪽, 1만3500원


    서민갑부 外
    이 책은 캐나다 밴쿠버에 사는 두 남녀가 꼬박 1년 동안 로컬푸드 먹기에 도전한 이야기다. 30대 프리랜서 기자 커플인 두 저자는 어느 날 우연히 북아메리카 사람들이 먹는 음식 재료가 평균 1500마일(서울과 부산을 3번 왕복하는 것과 맞먹는 거리) 이상 이동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100마일 다이어트’에 돌입한다. 두 사람이 사는 아파트로부터 반경 100마일 이내에서 생산된 음식만 먹기로 한 것이다.

    사실 100마일이라고 하면 그렇게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밴쿠버에서부터 100마일 반경이면 그 안에 세계 최대 연어 산란장인 프레이저 강과 그 유역은 물론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바다도 있다. 더군다나 대형마트나 인터넷을 이용하면 구하지 못할 게 없는 세상이 아닌가. 그래서 두 저자는 바나나나 망고처럼 이국적인 음식만 포기하면 되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첫날부터 낭패였다. 식용유와 설탕, 쌀과 맥주는 물론이고 밀과 소금도 구할 수가 없었다. 물론 대형마트와 동네 슈퍼마켓엔 먹을거리가 넘쳐났다. 하지만 100마일 이내에서 생산된 것은 아주 드물었다.

    두 사람이 100마일 음식을 구하러 나서면 어김없이 ‘불편한 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농장과 목초지가 대부분 택지로 변했으니 곡식과 채소를 구하기 힘들었고, 가축은 이제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집단 사육해야만 하는 상품이 돼버렸다. 대형 트럭과 선박, 항공기 등 ‘석유’에 의존하는 글로벌 유통 시스템이 보편화하면서 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밴쿠버 앞바다에서 잡은 꽃새우는 대부분 아시아로 수출되고 캐나다 사람들은 아시아에서 수입한 대하를 먹었다. 동네 슈퍼에서 1년 내내 체리는 구할 수 있어도 어릴 적 흔하디흔하던 밴쿠버 사과는 볼 수 없었다.

    이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는 캐나다 사람들이 도전한 100마일 다이어트라고 하니까 내심 걱정이 됐다. 밴쿠버 도심으로부터 100마일 반경을 파고드는 이야기라면 너무 이국적이지 않을까. 실제로 캐나다 자연환경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웅장함을 자랑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자라는 동식물 중엔 우리에게 생소한 것도 많다. 그러나 갈수록 그런 고유한 색깔을 잃고 도시화하는 건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를 보게 된다. 이 책이 주는 뼈아픈 교훈은 우리가 무언가를 잃어버리면 얼마 안 가 무엇을 잃었는지조차 잊어버린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내용이 우울하지는 않다. 두 사람이 거의 필사적으로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니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다. 캐나다의 대자연과 먹을거리, 소박하지만 감동적인 조리법, 그것을 지키고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죄책감을 부추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그동안 잊어버렸던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도록 도와준다. 굳이 옥순봉이나 만재도까지 가지 않더라도 도시에서 로컬푸드로 삼시 세끼를 차려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구미화 | 번역가, ‘민주주의를 넘어서’ 등 번역

    서민갑부 外
    비이성의 세계사 _ 정찬일 지음



    다수가 근거 없이 개인·집단을 공격하는 비이성적인 현상인 ‘마녀사냥’의 10가지 대표적인 사건을 담았다. 평범한 소시민들이 비이성적 집단 광기에 빠진 과정과 이상적 사회를 꿈꾼 이들이 살인마가 된 까닭을 추적했다. 마녀사냥은 공통 배경을 갖고 있다. 전쟁·자연재해 등 사회에 위기가 닥쳤을 때 사람들은 불안 해소 방법을 찾고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집착은 더욱 커진다. 기존 질서를 유지, 혹은 전복하려 할 때 관계없는 것들을 희생양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잔인하거나 황당한 일을 저지른 사람들이 스스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는 점과 이성이 마비된 보통 사람들에게 악은 아주 평범해졌고 그 결과는 너무나 참혹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터넷 ‘신상털기’의 마녀사냥이 횡행하는 요즘이라 눈길이 간다. 양철북, 344쪽, 1만3000원

    왜 낡은 보수가 승리하는가 _ 김상진·엄경영 지음



    2017년 대선에서 보수가 장기집권할까, 아니면 진보가 기사회생할까. 두 저자는 급격한 고령화로 보수진영에 유리한 형국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몇 가지 프레임을 제시한다. 특히 마지막 조건은 후보의 경쟁력이다. 선거를 통해 창출되는 현대 권력은 치밀한 준비를 통해 만들어진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자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치열한 검증과 단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권 주자인 김무성, 김문수, 홍준표, 정몽준, 유승민, 남경필, 원희룡, 오세훈과 야권 주자인 문재인과 안철수, 박원순, 안희정, 김부겸, 정세균, 손학규, 김한길, 그리고 잠재적 주자인 정동영과 반기문에 대한 스왓(SWOT) 분석도 담았다. 정치에 관심 있는 일반 시민이 정치와 선거를 바라보는 안목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라의눈, 340쪽, 1만5000원

    신이 준 최고의 선물 _ 후지이에 요이치 지음, 이형 옮김



    저자는 ‘원자력 에너지가 인류 문화에 기여하는 일’을 찾는 데 한평생을 보낸 일본 최고의 원자력 전문가다. 그의 지론은 “원자력은 신이 인류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자 문명의 이기(利器)”라는 말로 요약된다. 그렇다고 원자력 맹신론자는 아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냉철한 자세로 사고 원인과 배경, 사고 경과와 결말, 사고 조처 과정 등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한 뒤 평가와 반성을 하자는 입장이다.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 대안 없이 내걸었던 무조건적인 탈원전, 반원전 주장에 대해 ‘기본과 원칙’으로 되돌아가 신중하게 살피자고 조리 있게 설명한다. 인류가 구석기시대로 돌아가길 원하지 않는 한, 바닥이 드러나고 있는 화석에너지 시대 이후를 대비하고자 한다면 원자력은 필수불가결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글마당, 338쪽, 1만7000원

    편집자가 말하는 “내 책은…”

    소서

    황석공 원저, 문이원 편저, 동아일보사, 320쪽, 1만8000원


    서민갑부 外
    어떤 책은 영원히 읽힌다.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영원한 비밀을 품을 줄 알기에, 그런 책에는 으레 고전이라는 수식이 따라붙는다. 결코 영원이라는 단어와 걸맞지 않은 인간은 그래서 숙명처럼 고전을 펼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살다보면 한 번쯤은 내가 걷는 길이 옳은지, 지금 잘 살고 있는지 고민스러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비단 삶의 방향에 관한 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때로는 근본적 난제에 부딪혀 돌파구가 절실해지는 순간이 있다. 이럴 때도 우리는 고전의 지혜 속에서 해답을 찾으려 한다.

    옛것이라고 해서 그저 케케묵은 이야기라고 단정 지을 게 아니다. 그 속에 담긴 지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 고전이 사랑받는 이유 중 한 가지는 그것에 내재된 보편성에 있다. 관자(管子)는 “오늘날의 일에 의아함이 있으면 옛일을 살펴보고, 훗날의 일을 모르겠으면 과거를 돌이켜보라”라고 말했다. 과거는 시대를 초월해 현재와 미래의 물음에 지표를 제시해준다. 물론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들으면 도리어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한나라 유학자 이심(李尋)은 이렇게 말했다. “옛것을 말할 때에는 반드시 현재에 유용한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옛것을 잘 논한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현재에 유용한 지혜를 되살려 조화로운 삶을 지향하려는 자세다. 우리는 옛것을 통해 얼마든지 현재를 새롭게 살 수 있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인문플러스 동양고전 100선이 추구하는 목표다.

    인문플러스 동양고전 100선은 진나라 말기 은거 기인 황석공(黃石公)이 쓴 ‘소서(素書)’로 대장정의 첫걸음을 옮기게 됐다. ‘소서’는 치국사상, 민간의 지혜, 사람을 다스리는 법이 망라되고, 역사적 경험이 총결된 책이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황석공은 ‘소서’를 쓰고 나서 천하를 돌아다니며 책을 전할 만한 인물을 찾았고, 마침내 장량(張良)을 만나 이 책을 건네줬다고 한다. 장량은 이 책에서 얻은 깨우침을 바탕으로 한고조 유방을 도와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다. 그 뒤로 500여 년이 지나 어떤 도굴꾼이 장량의 무덤을 도굴해 이 책을 얻었는데, 책의 겉장에 다음과 같은 경계의 말이 적혀 있었다. “신성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전하지 말라.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하늘의 재앙을 받을 것이다.” 황석공은 장량을 얻어 ‘소서’를 전할 수 있었지만 장량은 전할 사람을 찾지 못해 그대로 책을 무덤에 묻었고, 이후 도굴꾼의 손에 의해 이 책이 마침내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장구한 역사의 곡절을 거치며 은밀히 전해진 ‘소서’는 마침내 21세기를 사는 우리 앞에 다시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책 제목의 ‘소(素)’는 ‘본디’ ‘바탕’ ‘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다. 의미를 해석하자면 흰색처럼 오염되지 않고 깨끗한 사람의 바탕, 즉 근본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고전이 그러하듯, 세월이 흘러도 근본을 탐구하려는 인간의 열정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인문플러스 동양고전 100선이 누군가에게 자기 삶의 근본을 탐구하는 듬직한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홍재 | 동아일보 출판팀 기자 |

    서민갑부 外
    한국건축 중국건축 일본건축 _ 김동욱 지음

    여행을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현지 건축물이다. 그것이 옛것이든, 현대적인 것이든 각기 다른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고 역사가 배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중일 건축을 교류사라는 큰 흐름으로 살펴본 뒤 지붕, 공포와 화반, 온돌, 창호문, 채색과 장식, 공간 배치 등 3국 건축의 특징을 세세하게 분석했다. 3국 간에는 건물과 공간의 관계도 차이가 있다. 자금성으로 상징되는 중국의 건물은 중심축 선상에 건물을 대칭으로 배열하고, 모든 건물이 네모반듯한 틀 안에 엄격하고 바른 모습으로 조합을 이룬다. 하지만 산이 많은 지형인 한국은 건물을 좌우대칭보다는 지형에 따라 불규칙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배치했다. 일본은 큰 지붕 아래 내부 공간을 세심하게 분할했지만 외부 공간에 대해서는 무감각할 정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김영사, 360쪽, 1만7000원

    고려사의 재발견 _ 박종기 지음



    우리의 역사 관심은 고대 또는 조선시대에 편중돼 있다. 500년간 지속된 고려왕조에 대한 역사 이해는 그리 높지 않은 실정인 셈이다. 고려왕조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진취적이고 개방적이며 다양한 사상이 공존한 다원 사회였다. 이 책은 고려인, 고려 문화, 고려를 뒤흔든 수많은 사건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고려 왕조의 내면과 속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를 통해 문화와 사상 면에서 다양성과 통일성, 정치와 사회 면에서 개방성과 역동성을 지닌 고려의 구체적인 모습을 담아내 독자로 하여금 고려사를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한국역사학회장을 지낸 저자가 ‘고려사’ ‘삼국사기’ ‘삼국유사’는 물론 ‘고려도경’ ‘동국통감’ ‘해동역사’ 등 풍부한 사료와 자료를 바탕으로 고려사를 면밀히 재구성했다. 휴머니스트, 431쪽, 2만3000원

    홍대 앞에서 장사합니다 _ 양진석 지음



    홍대 앞은 이 시대의 트렌드를 이끄는 공간이다. 가장 ‘핫’한 트렌드가 가장 빨리 홍대 앞으로 모여들고 다시 전국으로 퍼져나간다. 이처럼 ‘살아 숨 쉬는’ 홍대 앞 문화를 형성한 핵심 중 하나는 각양각색의 가게다. 그만큼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게다가 상권이 뜨다보니 대형 프랜차이즈가 몰려들고 임대료가 치솟아 상인들은 장사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만의 맛과 메뉴, 분위기로 고객을 사로잡고 있는 9개 가게를 조명했다. 홍대 앞을 아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봤거나 들어봤을 곳들이다. 홍대 앞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저자가 가게의 주인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장사 뒷이야기와 성공비결, 장인정신 등을 고스란히 담았다. ‘나만의 가게’를 꿈꾸는 예비 창업인들에게 꼭 필요한 노하우다. 소소북스, 232쪽,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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