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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 ‘섹시 운동女’ 열광 女 ‘자본주의 몸매’ 올인

‘근육 미녀’가 뜨는 이유

  • 정해윤 | 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男 ‘섹시 운동女’ 열광 女 ‘자본주의 몸매’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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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 이에 대한 반성으로 실제 운동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크로스핏이 개발됐다. 여러 운동의 장점을 혼합해 근육을 다소 우락부락한 보디빌더의 그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발달시킨다. 또한 근력, 지구력, 유연성을 고루 향상시킨다. 여성들은 이를 통해 여성적 보디라인을 유지하면서도 탄탄한 근육을 드러내는 몸매를 가꿀 수 있다.

크로스핏은 정면보다 후면 근육을 강조한다. 과거엔 알통이나 가슴 근육을 힘의 상징으로 여겼지만, 크로스핏은 척추와 골반 근처 인체 중심 근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엉덩이는 인체에서 가장 큰 근육이고 각종 운동능력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부위로 재조명됐다.

요즘 몸짱 여성은 흑인 육상선수처럼 엉덩이가 볼록 솟구친 ‘엉짱’이다. 과거 미녀들은 정면에서 허리와 골반의 S라인을 자랑했다. 반면 지금의 근육 미녀들은 측후방에서 엉덩이를 중심으로 인증샷을 찍는다. 요즘 체육관에서 많은 여성은 엉덩이 근육 강화를 위해 역기를 어깨에 메고 앉았다, 섰다를 반복한다.

미셸 오바마의 팔뚝

근육 미녀가 등장한 배경으로는 여성운동(페미니즘)이 제공한 정신적인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20세기 여성운동의 역사는 남성의 근육을 여성의 근육이 대체하는 과정이다. 2차대전 때 미국에선 군수산업이 호황을 맞았다. 많은 남성이 전쟁터로 나가면서 비게 된 일자리를 여성이 메웠다. 이전까지 서구에서 남녀가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당시 여성상을 대표하는 것이 ‘리벳공 로시’라는 그림이다. 그림의 실제 모델인 메리 도일 키프는 172cm, 45㎏의 날씬한 아가씨였다. 그러나 이 그림에선 두툼한 이두박근을 자랑하는 여성으로 묘사됐다. 이 그림은 이후 여성운동의 상징으로 활용됐다. 남자의 일을 대신한다는 자신감은 1960년대 여성운동이 폭발한 도화선이 됐다.

미국에서는 근육미를 자랑하는 여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대표적이다. 미셸은 우람한 팔 근육을 드러내는 독특한 패션감각으로 유명하다. TV 토크쇼에 출연해 진행자와 팔굽혀펴기 경쟁을 하고, 백악관 체육관에서 개인 트레이너로부터 근력운동을 배우는 광경이 유튜브에서 화제가 됐다. 미셸은 미국성형학회 여론조사에서 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을 제치고 ‘미국 여성들이 가장 닮고 싶은 팔뚝’ 1위로 선정됐다. 미국 여성들 사이엔 미셸을 흉내 낸 팔뚝 성형수술이 유행이다.

이렇게 강인한 여성을 보고 자라는 미국 소녀들은 육체적 활동에 아무런 선입견을 갖지 않는다. 여학생들이 남학생들과 어울려 축구경기를 하는 광경이 흔히 목격된다. 남녀평등지수가 높은 사회일수록 여성들이 체육활동에 적극적이다. ‘육체적으로 강한 여성에 관대한 태도’를 얘기할 때 한국은 미국에 훨씬 못 미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전통적 미녀’에 대한 선호가 주조를 이루는 가운데 ‘근육 미녀’에 대한 선호가 급부상하는 형국이다.

‘운동하는 여자가 아름답다’

패션·뷰티업계는 “한국 여성에겐 두 가지 신화(神話)가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하얀 피부’다. 외국인들은 한강변에서 운동하는 여성들이 ‘복면’ 수준으로 얼굴을 가린 것을 의아하게 여긴다. ‘백옥 피부’에 대한 집착은 한국 화장품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 된 원동력이 기도 했다. 또 하나는 ‘천생여자’다. 학교와 일터, 파티장 할 것 없이 여성스러운 소품으로 치장하고 잔뜩 차려입은 모습은 한국 여성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꼽힌다. 이 두 가지 집착은 여성을 신체적으로 허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올해 초 서울시 교육청은 여학생을 위한 체육 프로그램 ‘여신(여학생 신나는 체육활동) 50%’를 개발해 각 학교에 보급했다. 여학생들의 운동부족과 비만율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2006년 초중고 여학생의 비만율은 9.5%였으나 2013년엔 13.9%로 높아졌다. 주 1회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여학생은 20.6%로, 남학생(45.6%)의 절반도 안 된다. 입시 중압감이 큰 고학년 여학생일수록 운동을 더 안 한다.

이렇게 운동과 담 쌓고 지낸 여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해서도 거의 운동을 하지 않는다. 대신 금식에 의존하는 다이어트에 돌입한다. 운동량과 음식섭취량을 놓고 보면, 보리수 아래에서 아무것도 안 먹고 가만히 앉아 고행하는 인도 수도승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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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윤 | 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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