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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정년 60세 시대를 사는 법

통계는 합격, 실제는 거품?

‘정년 65세 시대’ 일본은 지금…

  • 전영수 |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change4dream@naver.com

통계는 합격, 실제는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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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보다 한발 앞서 ‘노인대국’에 진입한 일본은 2013년부터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했다. 과연 이 제도 덕분에 일본 사회는 노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깔끔하게 해소됐을까.
통계는 합격, 실제는 거품?
유엔은 1999년을 ‘국제 고령자의 해’로 삼았다. 당시 ‘고령자 5원칙’을 내놨는데 자립, 참여, 건강, (자아)실현, 존엄이 그것이다. 존엄과 건강을 지키며 사회에 참여해 자아를 실현하며 자립할 때 행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모두를 실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5원칙을 손쉽게 실현할 수 있는 든든한 공통 전제가 있다. 바로 ‘일’이다. 일을 하면 5원칙은 자연스럽게 확보된다. 튼튼한 육체(건강)로 일을 통해 사회에 기여(참여)함으로써 주변에 부담을 주지 않고(존엄) 보람(자아실현)된 노후소득(자립)이 보장된다. 고령 근로의 다목적 함수다.

장수는 축복이다. 더욱이 무병장수라면 천혜다. 다만 ‘장수=축복’은 일부의 전유 공식이다. 장삼이사(張三李四)에겐 해당 사항 ‘없음’이다. 인간다운 노후를 가로막는 호구지책의 생존 압박 때문이다. 유전(有錢)장수가 아니면 노후 행복은 요원하다. 고령인구의 상대빈곤율이 50%에 달하는 한국은 특히 그렇다. 해법은 돈으로 요약된다.

해법은 돈이다

행복한 노후를 영위하는 데 따르는 변수는 많다. 흔히 건강, 취미, 관계 등 비재무적인 행복 변수가 강조되지만, 냉엄한 현실은 자산 · 소득 등 금전 이슈를 1순위에 올려놓은 지 오래다. 빈약한 노후안전망을 보건대 재무 항목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최우선 카드다.

결국 장수 사회의 최대 관심은 ‘일’로 요약될 수밖에 없다. 장기적, 지속적 고용 확보가 절대 목표다. 단기적, 단편적인 주변부 일자리는 통과의례일 따름이다. 닿아야 할 목적지는 양질의 중심부 일자리다. 일단은 최대한 버티자는 게 은퇴 세대는 물론 중장년의 속내다. 직장은 전쟁터지만 사회는 무간지옥인 까닭에서다.

실업자 신세로 전락한다는 공포는 환갑을 넘긴 은퇴 세대뿐 아니라 4050세대까지 아우른다. 정년 연장이 반갑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연봉 하락, 업무 전환 등 연장 조건이 매력적이지 않을뿐더러 고비용의 화이트칼라 대부분은 정년 도달 이전에 퇴직 압박을 받는다.

‘환갑 현역’의 한국적 정년 연장은 이 과정에서 채택됐다. 우여곡절은 겪겠지만 적어도 법적 장치는 마련됐다. 다만 그리 손쉽게 안착, 확대될 이슈는 아니다. 이는 선행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한 것이다. 기업, 정부, 직원 제각각의 이해 조정이 힘들다. 2013년 65세 정년이 시작된 일본의 사정이 그러하다.

결과부터 요약하면, 일본은 대기업 위주로 정년 연장을 광범위하게 받아들이는 추세지만 가려진 속내는 통계와 조금 다르다. 근로 능력과 의지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65세까지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명목일 확률이 높다. 자의반 타의반 정년 연장을 적용받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성장 경로, 고용 모델, 제도 현황 등을 보건대 일본과 한국이 선택한 정년 연장의 방향과 의지는 옳다. 품은 들지만 그래도 하는 편이 낫다. 정년 연장뿐 아니라 평생 현역까지 감안해 제도 정비를 시작하는 게 맞다. 한국, 일본처럼 특정 연령에 도달했다는 이유로 강판당하는 고용 관행은 성(性), 학력 차별만큼 심각한 사회문제다.

정년 연장, 평생 현역으로 얻을 수 있는 메리트는 많다. 정부는 재정적자를 줄이고, 직원은 고령 근로를 확보하며, 기업은 숙련자 확보 등이 가능하다. 물론 고도성장 때 만들어진 고용 · 임금 시스템을 개혁해야 기대효과가 극대화한다. 그러자면 부작용과 불협화음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청년실업 등 사회의 반발이 그렇다. 일자리 쟁탈전이 없다는 연구에도 불구하고 청년 박탈 체감도는 심각하다. 청년 등 전체 구성원의 이해와 동의가 필수다. 사회적 공감을 얻어야 한다. 정년 연장이 세대를 관통하는 협력 모델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일본의 정년 연장이 우리에게 주는 힌트는 적지 않다. 고용 · 임금 모델이 상이한 서구 모델보다 일본 사례가 실효성이 높다. 일본도 한국처럼 고용 시장이 경직돼 있다. 노후생활을 위한 근로 기회 확보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임금 시스템도 연공서열을 겸비한 생활급 체제로 연령차별이 일상다반사다. 신입사원을 일괄 채용하는 내부 고용 위주인 탓에 중도 퇴직 등에 따른 이직, 전직은 물론 외부 고용에 빈틈이 별로 없다. 그때 그때 필요하면 채용하고 해고하는 서구식과 달리 기업 내부에 의탁하지 않는 노동력이면 전적으로 비정규직이다. 일자리 품질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 고령 인구는 물론 은퇴 연령에 즈음한 중장년 역시 장기적, 안정적 고용 확보가 힘든 이유다.

정년 연장의 설득력은 이때 발휘된다. 3300만 명(2014년 10월)에 달하는 일본 고령인구(65세 이상)의 실질적인 노후 소득 확보 목적이 먼저다. 정년 연장으로 꾸준한 일거리를 유지해 소득 루트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지금처럼 연금 부담이 계속되면 재정부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은 정년 연장에 앞서 연금 지급 타이밍을 60세에서 65세로 높였다. 연금수급 개시연령을 높이니 ‘마의 벽’으로 불리는 5년 공백(60→65세)을 메워줄 정책 대안이 필요했고, 그게 정년 연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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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change4dre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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