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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헤지펀드 공격 막으려면 주주 품는 ‘순리경영’ 을”

이재용과 삼성 지배구조 개선방안 논의 박유경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 이사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헤지펀드 공격 막으려면 주주 품는 ‘순리경영’ 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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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글로벌 기관투자자 대표해 이재용 부회장 만나
  • ● ‘지배구조 취약=오너 지분 부족’으로 이해하면 안 돼
  • ● 이해상충에 둔감한 기업 경영에 큰 우려
  • ● 국민연금,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위한 역할 해야
“헤지펀드 공격 막으려면 주주 품는 ‘순리경영’ 을”
7월 17일 주주총회로 1라운드가 마무리된 삼성-엘리엇 간의 ‘전투’는 지배구조(governance), 주주 권리, 헤지펀드 등 몇 가지 키워드를 남겼다. 한국 기업들은 취약한 지배구조를 파고드는 헤지펀드의 공격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지, 주주 권리를 외면한 경영이 점점 더 승인받기 어려워지는 시장 환경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신동아’는 한국 기업들의 이러한 고민을 주제로 박유경(46)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APG) 아시아지배구조 담당이사를 인터뷰했다. 그는 6월 초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이 개시되자마자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는 찬성하지만 합병 비율에는 반대한다. 그러나 엘리엇과의 연대는 없다”고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바 있으며, 7월 8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삼성 지배구조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엘리엇 공격 이후 이 부회장이 외국인 투자자를 직접 만난 것은 박 이사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현대차그룹은 이사회 내에 독립적인 투명경영위원회(Governance Committee)를 설치하기로 했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주장한 인물이 바로 박 이사이기도 하다. 홍콩에 상주하는 그와의 인터뷰는 7월 10일과 13일, 이틀에 걸쳐 전화로 이뤄졌다.

지금이 지배구조 개선 適期”

▼ 홍콩에 있는 외국인 투자자 30~40곳의 대화 창구 역할을 맡아 그 일환으로 이 부회장을 만났다고 들었다. 홍콩의 외국인 투자자는 어떤 곳들인가.

“APG와 같이 장기투자를 하는 기관투자자들은 투자 대상 기업의 지배구조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ACGA(Asia Corporate Governance Association)는 그러한 투자자들의 모임이다. 세계 주요 연기금뿐만 아니라 블랙록, 스테이트 스트리트 등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들도 ACGA의 회원이다. 회원사 100여 곳 중 30~40곳이 특히 지배구조 관련 투자 철학이 강한데, 내가 한국인이니까 삼성과의 대화 창구 역할을 맡은 것이다. 일본 기업 창구는 일본인이 맡는 식으로 서로 십시일반한다.”

▼ 그들이 삼성에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것인데, 비단 한 기업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주주 관여 활동을 개시하면 프로토콜상 그 내용을 공개할 순 없다. 양해해달라.”

이들 외국인 투자자의 요구 내용은 삼성물산이 이 부회장과 박 이사의 회동 이틀 후 발표한 ‘주주친화 추진방향 구체화 방안’에서 읽힌다. ‘합병 삼성물산’은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사외이사 3명과 외부 전문가 3명으로 거버넌스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거버넌스위원회 소속 사외이사 1명과 외부 전문가 1명이 주주 권익 보호 담당위원으로도 활동한다. 사외이사 4명으로 투명경영위원회를 구성한 현대차보다 한발 더 나간 셈이다.

▼ 삼성과 엘리엇 간의 이번 분쟁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 기업 스스로 자신이 주주를 위한 경영을 하고 있나, 기업의 지배구조가 글로벌 위상에 맞는가 등을 생각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고 본다. 현재 한국의 대표적 기업들은 3세 경영체제로 전환하는 시점에 있다. 이들이 앞으로 짧게는 30년, 길게는 50년 기업을 책임질 텐데, 이번 일이 자신의 경영 철학을 길고 넓은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 지금이 한국 기업이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좋은 시점이라는 뜻인가.

“그렇다. 이 부분과 관련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기대가 크다. 왜냐하면 할아버지, 아버지와 달리 3세들은 해외유학 등 글로벌 경험이 많다. 따라서 이들이 앞으로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유연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는 기대가 굉장히 크다.”

▼ 지배구조, 즉 ‘거버넌스 전도사’ 같다.

“기관투자자에게 지배구조는 매우 중요하다. 기관투자자들은 좋은 지배구조를 가진 회사에 투자하고, 지배구조가 미흡한 기업에는 좋은 사례를 제공하며 함께 개선해나가려고 노력한다. 이런 흐름이 세계, 그리고 아시아 자본시장에 있는 거다.”

“한국 株總 권한 너무 작다”

국내에선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것이 곧 ‘지배주주의 지분이 적다’는 것과 동의어가 되곤 한다. 박 이사는 “그렇게만 여기면 발전의 여지가 없다”며 “지배구조란 시장 참여자가 각자 제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측정하는 척도”라고 강조했다. 시장 참여자란 기업 경영진과 이사회, 주주, 그리고 각종 법률과 규제 등 사회적 시스템까지 포괄한다.

▼ 지배구조 측면에서 한국의 법체계를 평가한다면.

“어떤 것은 선진국 수준으로 좋고, 어떤 것은 많이 뒤처져 있다. 예를 들어 기업 자산이 2조 원 이상이면 이사회 멤버를 구성할 때 50% 이상을 사외이사로 해야 하는 것이나 감사위원을 주총을 통해 따로 뽑도록 한 것 등은 오히려 선진국보다 더 센 규정이다. 반면 주총의 권한은 너무 작다. 이사회가 대부분의 안건을 처리하는데, 그런 이사회조차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곳이 많다. 이 때문에 주주로서 속수무책일 때가 자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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