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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에 욕설에 협박에…정말 도를 닦아요”

강원랜드 카지노의 빛과 그림자

  • 조성식 기자 | mairso2@donga.com

“반말에 욕설에 협박에…정말 도를 닦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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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년 스몰카지노로 출발한 강원랜드는 연매출 1조5000억 원에 3600억 원대의 순익을 내는 공기업이다. 카지노 외에 호텔과 콘도, 골프장, 스키장 등을 운영하며 복합 리조트로 성장했다. 주 수입원인 카지노에는 연평균 300만 명이 드나든다. 카지노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직원들의 노고를 빼놓을 수 없다. 딜러로 대표되는 카지노 직원은 일종의 감정노동자다. 화려함 뒤에 가려진 그들의 애환을 살펴봤다.
“반말에 욕설에 협박에…정말 도를 닦아요”
수백 명의 사람이 입장권을 들고 서성거린다. 전날 혹은 며칠 전부터 게임해온 손님과 새로 도착한 손님이 뒤섞여 새벽 인력시장처럼 시끌벅적하다. 밤새워 게임하고 폐장시간(오전 6시)에 잠시 물러났던 사람은 표가 난다. 까칠한 얼굴에 지친 기색이 뚜렷하다. 정각 10시. 안내방송에 따라 1~60번까지 먼저 입장한다. 한번에 몰리는 혼잡을 막으려 번호 순서대로 들여보내는 것이다. 메르스 사태로 설치한 열화상감지기 앞에 잠시 섰다가 신분증과 입장권을 내밀고 들어간다. 음주 측정에 걸리는 사람도 있다. 평일엔 7000명, 주말엔 1만 명 안팎이 매일 이런 검문소를 통과해 ‘환상의 나라’로 입국한다.

강원랜드 카지노는 동화 속 왕국 같다. 겉은 궁전처럼 화려하고, 안은 고급 미술관처럼 우아하다. 영업장 바로 아래 3층 특설무대에선 바이올린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영화 ‘여인의 향기’ 주제곡이다. 동유럽 출신 미녀 바이올리니스트는 외모와 의상이 그리스 여신을 연상케 한다.

카지노에 들어가 붉은색 카펫을 밟노라면 흡사 구름 위에서 노니는 듯하다. 여기저기서 금화와 은화가 나뒹구는 듯한 마법의 세계가 펼쳐진다. 머신들이 뿜어내는 전자음은 영화 ‘스타워즈’의 레이저 총격처럼 현란하다. 빛과 소리와 돈의 향연이다. 자본주의의 적통인 배금주의와 한탕주의의 최전선. 행운을 좇아 불나방처럼 모여든 인간군상. 기어코 ‘파랑새’를 잡아 새장에 넣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한국인’들. 탄식과 분노와 환희가 꽃가루처럼 허공에 흩날린다.

도박하는 사람의 기분은 종잡을 수 없다. 일희일비하고 자그마한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돈 잃은 고객 중 일부는 직원들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다. 인격비하 발언과 욕설을 퍼붓고, 더러는 성희롱과 폭력까지 행사한다. 송혜교가 딜러로 나와 멋진 사랑을 하는 드라마 ‘올인’은 드라마일 뿐이다.

“그날인가 보네”

미혼인 여성 딜러 이화정(33) 씨에게 일부 고객의 성희롱 발언은 감당하기 힘들다. 부산 출신인 이씨는 대학에서 호텔카지노학을 배우고 2003년 강원랜드에 입사했다.

“손님들끼리 게임 용어를 저속하게 표현하는데 듣기에 영 거북하다. 예를 들어 하우스(카지노 측)가 자주 이기면 손님들이 ‘딜러 오늘 그날인가 보네’ 한다. 블랙잭에 스플릿(split)이라는 용어가 있다. 스플릿을 하면 딜러에게 ‘한번 벌려보라’고 한다.”

스플릿은 딜러에게서 받은 두 장의 카드 숫자가 같을 경우 카드를 나눠 두 패로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베팅도 한 번 더하게 된다.

‘카지노의 꽃’이라 하는 딜러는 8시간씩 3교대로 근무한다. 쉬지 않고 팔을 움직이고 말을 하면서 고객과 게임을 해야 하므로 피로감이 엄청나다. 특히 밤샘 근무에는 강한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하다. 이씨는 “여성 딜러는 신체 바이오리듬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호소했다.

강원랜드 카지노 테이블은 총 200대로 일반 영업장이 180대, 회원(VIP) 영업장이 20대다. 딜러는 한 테이블에 20분씩 두 테이블을 돌고, 20분 쉰다. 한 시간 단위로 끊어지기 때문에 식사는 쉬는 시간에 해결해야 한다. 식당까지 이동하는 거리가 제법 돼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먹어야 한다. 소화불량, 위장장애에 시달리는 딜러가 많다는 말이 이해된다. 이씨는 “겉모습은 멋있고 프로페셔널해 보이지만 내면엔 외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저마다의 아픔이 있다”고 말했다.

여성 딜러의 경우 ‘딜러 반점’이라는 게 생기기도 한다. 일종의 피로골절로, 테이블과 자주 마찰하는 옆구리 아래에 일정한 자국이 생기는 것이다.

고객이 풍기는 입냄새와의 전쟁도 버겁다. 담배 피우고 커피 마시면서 몇 시간씩 게임을 하니 악취가 안 날 수 없다. 트림도 예사다. 냄새가 심해지는 시간대는 자정 이후. 돈을 잃은 고객이 ‘푸’ 하고 한숨을 내쉴 때마다 딜러는 속으로 한숨을 삼켜야 한다. 어떤 딜러는 간부한테 허락을 받아 고객들에게 껌을 나눠주기도 한다.

딜러 서세광(37) 씨에 따르면 그나마 형편이 많이 나아진 것이다. 영업장 내 흡연이 가능했던 스몰카지노 시절 딜러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현재 일반 영업장은 지정구역에서만 담배를 피울 수 있다. 다만 회원 영업장은 여전히 흡연이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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