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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에 욕설에 협박에…정말 도를 닦아요”

강원랜드 카지노의 빛과 그림자

  • 조성식 기자 | mairso2@donga.com

“반말에 욕설에 협박에…정말 도를 닦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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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러 7~8년 하면 스님”

뭐니뭐니 해도 가장 힘든 점은 고객과의 신경전이다.

“돈을 잃으면 굉장히 거칠게 나온다. 눈빛, 말투, 행동이 달라진다. 딜러에게 왜 카드를 빨리 안 돌리느냐, 왜 칩을 세게 놓느냐, 왜 내 말에 대꾸를 안 하느냐는 둥 온갖 시비를 건다. 온갖 불평에 협박에…. 딜러는 그저 게임을 진행하는 사람일 뿐인데 자기 돈을 빼앗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모든 딜러는 기본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손님들이) 하대와 반말과 욕설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딜러의 기술에 따라 판이 좌우되는 건 아닐까. 서씨가 고개를 내저었다.

“기술을 쓸 이유가 없다. 카지노가 무조건 따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카지노가 다 그렇다. 그렇지만 딜러도 프로이니만큼 승부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만 한편으론 회사를 대표해 손님과 게임을 하는 것이니….”



딜러가 많이 잃어 ‘균형’이 무너지면 카지노 측의 견제가 시작된다. 진행 속도를 조절하거나 딜러를 교체한다. 고객의 페이스를 흐트러뜨리는 것이다. 반대로 고객이 요청해 딜러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

딜러는 고객에게 팁을 받기도 한다. 팁은 딜러 개인이 갖지 않고 모든 직원이 공평하게 나눠 가진다. 주로 돈을 딴 고객이 기분 좋아 건네는 것이지만, 이화정 씨에 따르면 더러 잃고도 팁을 주는 고객도 있다고 한다.

“매너 있는 손님들은 돈 잃었어도 ‘너희가 진행 잘해서 기분 좋게 놀았다’면서 팁을 주고 떠난다. 대체로 테이블 분위기가 좋았을 때다.”

강원랜드 카지노 딜러는 1300여 명. 딜러가 되려면 먼저 3개월간 양성교육을 받는다. 이어 3개월 실습교육을 거쳐 6개월간 인턴으로 일한다. 이 과정에서 탈락자도 꽤 나온다고 한다. 1년간의 수련기가 끝나면 비정규직으로 1년 근무한 뒤 정규직 딜러가 된다. 초창기엔 딜러 이직률이 높았다고 한다. 전문직 종사자로서의 포부를 안고 왔다가 비인격적 대우에 실망해 떠난 것이다. 12년차 딜러인 서씨의 분석이다.

“어린 나이에 뭐든 할 수 있겠지 싶어 왔다가 기대한 바와 다르니 많이들 떠났다. 딜러는 고객과 충돌해도 표정을 밝게 해야 한다. 딜러 7~8년 했다면 도 닦는 스님이 됐다고 봐야 한다.”

2013년 신축한 5층 영업장에는 머신이 없다. 오로지 테이블 게임만 한다. 기계소리가 없어선지 4층보다 한결 쾌적한 느낌이 든다. 최대 베팅액이 30만 원인 테이블 게임에선 사이드 베팅(정원 외 베팅)이 허용되지 않는다. 게임을 하지 않는 빈 테이블에 마스크를 쓴 중년 여성 몇 명이 죽치고 앉아 수다를 떤다. 무표정한 여성 딜러와 웃는 남성 딜러의 표정이 대조적이다. 간혹 딜러와 인사를 나누는 고객도 있다. 한 여성 딜러가 하품을 한다. 업장 내 은행에는 돈 찾는 사람이 줄 서 있다. 12시 45분. 낮이 아니라 밤이다 .

“반말에 욕설에 협박에…정말 도를 닦아요”
조폭과의 기 싸움

김희수(34) 씨는 카지노 안전팀 소속이다. 직무 특성상 김씨와 같은 여성 요원은 소수다.

“주로 돈 잃었을 때 거친 언행이 나오지만 습관적으로 그러는 고객도 많다. 욕설이 가장 많고, 밤길 조심하라거나 밖에서 보지 말자는 둥 협박을 일삼기도 한다. 손으로 때리려는 시늉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제재를 피하려 굉장히 지능적으로 행동한다. 고객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출입제한 조치다. 중독성이 강한 손님일수록 그렇다. 그래서 딜러에게 욕을 해놓고도 발뺌한다. 상담해보면 속상해서 혼잣말했다는 식으로 둘러댄다.”

딜러에게 욕설·폭행을 하거나 사기도박을 한 사람은 출입제한 조치를 당한다. 김씨와 같은 안전팀 직원은 고객 간 싸움을 말리다 맞기도 한다. 입장을 제지당한 음주 고객이 입구에서 거세게 항의할 때 달래서 돌려보내야 하는 것도 안전팀 업무다. 폭력행위가 도를 넘은 경우 경찰에 넘기기도 한다.

안전팀 매니저 서형일(40) 씨는 2000년 스몰카지노 개장 때 입사한 베테랑이다. 서씨는 안전팀을 “강원랜드의 파출소”라고 규정하면서 “고객의 신변과 회사의 자산을 보호하는 것이 주 임무”라고 했다. 듬직한 체구와 부드러운 인상이 돋보이는 그는 “15년간 온갖 손님의 행패를 봐왔는데, 다행히 맞은 적은 없다”고 털어놓았다.

”난폭한 고객을 제지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신체 접촉이 생긴다. 그러면 고객이 소송을 건다. 먼저 때렸으면서도. 고소를 당하면 수사기관에 출두해 조사받아야 한다. 이런 일을 개인적으로 처리해야 하니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지금은 주로 법적으로 대응한다. 그런데 회사 법무팀에 찾아가 상담하는 것도 결국 내 시간 뺏기는 일이다. 그러니 웬만하면 참는다. 가벼운 폭력은 눈감아주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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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기자 |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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