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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물렀거라 신토불이 멜론 나가신다

최초 전국연합 브랜드 ‘케이멜론’ 성공신화

  • 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empas.com

무더위 물렀거라 신토불이 멜론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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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른 무더위와 계속된 가뭄에 몸도 마음도 일찌감치 지쳐버린 여름.
  • 찬물 샤워도, 달달한 아이스크림도 좋지만 달콤한 과즙 입안 가득 배어나는 멜론 한 조각이면 남태평양 시원한 야자수 그늘도 부럽지 않은 호사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농산물의 국내 최초 전국연합 브랜드화 선언 5년, 사시사철 달고 맛있는 멜론을 생산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케이멜론 산지를 찾았다.
무더위 물렀거라 신토불이 멜론 나가신다
“국내산 멜론이 어딨어? 죄다 수입이지.” “멜론? 비싸기만 하고 밍밍하니 맛도 없더만.”

몰라도 한참 몰라서 하는 소리다. 7월 7일, 전남 나주의 케이멜론 농업인 교육장은 이른 아침부터 모인 30여 명의 열기로 뜨겁게 달궈졌다. 이들은 2015년 케이멜론 시험농장 품종별 평가회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에서 달려온 케이멜론 산지농가 대표들.

이날 시험대에 오른 멜론은 모두 24종. 멜론 산지농가 대표들은 그간 교육장 내 시범포에서 재배한 멜론을 일일이 맛보면서 당도와 육질, 육색, 과형, 무게 등을 체크하고 의견을 교환했다. 지역별로 재배에 적합한 품종을 선별해내기 위한 과정이다.

이들은 오는 9월 15일 또 한 차례 품평회를 열어 품종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케이멜론 전국연합사업단은 2013년 첫 품평회를 통해 시범포에서 재배한 한국과 일본, 미국계 멜론 144품종을 평가한 이래 매년 두 차례 평가와 품종개발을 거듭해왔다.

케이멜론은 곡성과 익산, 나주 등 전국 16개 시군 26개 농협 1000여 농가가 참여하는 최초의 품목단위 전국 연합 브랜드다. 잘못된 생산방식과 유통구조 때문에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던 품목을 고품질 신토불이 농산물로 특화한 첫 번째 사례이기도 하다.

1000여 정예 농가의 작품

출범 5년. 2010년 6월 공식 출범 이래 케이멜론은 재배 품종과 재배 방법을 매뉴얼화하고, 파종 시기부터 수확에 이르는 재배 전 과정을 관리하는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이력추적) 시스템을 도입해 전국 각지에서 산발적으로 재배되던 멜론을 전국 단일 브랜드화하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소비자 처지에서는 맛도 제각각, 껍질을 까서 맛을 보기 전까지는 도저히 품질을 가늠하기 어려웠던 농산물을 브랜드 하나만으로도 믿고 사 먹을 수 있는 시대를 맞은 것이다.

“처음 설명회에 참석했을 때만 해도 확신이 없었어요. 반신반의했죠. 잘되면야 농가 소득도 높아지고, 농민들이 직접 판매나 유통에 나서지 않아도 되니까 좋긴 하지만 농사가 어디 내 맘대로 되는 건가요. 시장 상황이나 날씨, 작황 같은 변수가 너무 많으니 말만 번지르르한 일에 괜히 끼어드는 건 아닌지 내심 우려도 됐습니다. 저뿐 아니라 농민 대부분이 같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케이멜론 익산원예농협 공선출하회 윤주형(58) 씨. 지금은 익산원예농협 공선출하회 총무로 활동할 만큼 케이멜론 사업에 적극적이지만 그도 사업 초기에는 어디 두고나 보자, 싶은 마음이 더 컸다고 한다.

멜론은 특성상 한번 수확을 시작하면 시차를 두지 않고 2~3일 내에는 출하를 마쳐야 하는 작물이다. 출하 시기만 잘못 판단해도 한 해 농사를 망쳤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손해의 폭이 커진다. 이 때문에 케이멜론 연합사업단에서 제시한 것처럼 알맞은 품종의 멜론을 좋은 시기에 출하해 제값 받고 팔 수만 있어도 승산은 충분히 있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껏 계획만 거창하고 실효성이 적어 빛 좋은 개살구로 끝난 일이 한둘이 아니었기에 선뜻 신뢰를 보내기는 어려웠다.

한 번도 ‘조직화’에 성공한 적이 없던 농업인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도 미지수였다. 농협에서 제대로 된 ‘매뉴얼’을 준다 한들 백이면 백, 제 식대로만 해오던 농사일을 하루아침에 바꿀 리도 만무했다. 농사를 어찌 짓고 있나 밤낮으로 따라다니며 감시하고 다그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조직화의 성공은 농민들의 책임감과 자율성에 맡겨야 했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항상 유혹에 노출돼요. 특히 금전적인 유혹이 큽니다. 출하를 내가 하면 바로 현금으로 돈을 만질 수 있는데 공선출하회를 통하면 유통과 판매를 직접 하는 게 아니니 그만큼 자금회전이 늦어지거든요. 사업의 가치와 명분에는 동의하면서도 당장 눈앞에 보이는 금전적 유혹 때문에 실패한 사례가 종종 있었습니다.”

케이멜론은 공동생산·공동출하를 위해 농협에서 지역별로 조직한 ‘공선출하회’ 단위로 생산된다. 하지만 케이멜론의 성공 이전에는 나름의 회칙과 규약이 있어도 무시되기 일쑤였다고 한다. 케이멜론 역시 사업 초기에는 매뉴얼대로 농사를 지어놓고도 공동 출하시기를 기다리기 힘들어 개인적으로 농산물을 몰래 내다 파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물론 그런 회원은 공선출하회에서 자체적으로 제명했다. 서로 아는 사이라고 슬쩍 눈감아주기 시작하면 브랜드 가치가 땅에 떨어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그 피해를 다른 농가들이 입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 해 농사만 망치는 것이 아니라 ‘케이멜론’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까지 급락하게 되니까요. 나 하나쯤 괜찮겠지 하는 얄팍한 생각으로 규정을 어겼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걸 이제는 농민들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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