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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정’도 없고 ‘천·신·정’도 없고

‘헌정 사상 최약체’ 여야 초선 의원들

  • 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남·원·정’도 없고 ‘천·신·정’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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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선진화법 세대’는 처세술 달인?
  • ● 무기력, 무능력, 무소신 3無
  • ● 유승민 파동 때도 면벽수행
‘남·원·정’도 없고 ‘천·신·정’도 없고
2012년4월 11일실시한19대 총선을 통해 처음 금배지를 단 초선 의원은 전체 의원 300명의 절반에 달하는 148명(49.4%)이다. 18대 총선 때의 134명(44.8%)에 비해 4.6%포인트 늘었다.

이후 각종 재보선이 치러지면서 초선 비율에 약간의 변동이 있었지만 큰 줄기는 그대로다. 7월 15일 현재 전체 의원 298명(지역구 246명, 비례대표 52명) 가운데 초선은 146명(49.0%)이다. 여전히 절반을 차지한다. 새누리당(53.1%)이 새정치연합(46.9%)보다 조금 높다.

19대 국회의원은 임기가 10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은 초선 의원의 이름도, 성도, 얼굴도 모른다. 무엇이 19대 초선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19대 국회는 ‘식물국회’로 불린다. 주요 법안 처리 때마다 회의장을 난장판으로 만든 ‘동물국회’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회선진화법(일명 ‘몸싸움방지법’)이 태어났다. 그 부작용으로 식물이 된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은 2012년 5월 2일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19대 초선 의원들은 ‘선진화법 첫 세대’로 불리기도 한다.

선진화법 탓에 집권 여당은 어떤 법률도 소신껏 통과시킬 수 없었다. 이 때문인지 여야 막론하고 상당수 19대 초선 의원은 ‘헌정 사상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전 초선들에 비해 존재감이 없고 무기력, 무능력, 무소신 3무(無)의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당 쇄신을 외치며 선배 의원에게 대들고 정풍, 쇄신운동을 치열하게 벌이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여야 충돌과정에서 상대당 지도부에 직격탄을 날리며 ‘저격수’ 노릇을 하는 초선 의원도 드물다.

“자기 이름 걸고 말 못해”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되기 전 초선 의원들에게 주어진 역할이 하나 있었다. 국회에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을 때 ‘돌격대’로 나서는 일이다. 초선 의원은 아무리 나이가 많고 경륜이 풍부해도 대부분 국회 본회의장의 맨 앞줄에 앉는다. 단상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면 초선들이 앞장서 뛰쳐나간다. 상대당 의원들의 발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우~” 하고 야유를 보내거나 “그만해!” “때려치워!”라고 고함을 지르는 것도 초선의 몫이다.

새누리당 3선 중진인 A 의원은 “내가 초선 때는 의욕이 넘쳐나서 물불 가리지 않고 덤벼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오버한 때도 있었지만 선배 의원들은 귀엽게(?) 봐줬다. 요즘 초선들은 너무 얌전하기만 하다”고 했다.

일부 초선들은 이상한 방식으로 사고를 쳤다. 김형태 전 새누리당 의원은 제수 성추행 의혹으로 물의를 빚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었다.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인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은 논문표절 시비에 휘말려 탈당했다.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탈북자에게 막말을 했다가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이석기·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부정 경선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일이 아니면 대체로 새누리당 초선들은 무력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새정치연합 초선들 중 일부는 막말 논란을 일으켰는데 이들 역시 당내 최대 현안인 극심한 소용돌이 속에 밀어 넣은 ‘유승민 사퇴 파동’ 때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보기만 했다.

청와대의 심상찮은 기류를 읽던 차에 김무성 대표의 ‘묵언(默言)’ 지시가 나오자 이들은 일제히 입을 닫았다. 심지어 이들은 자신에게 공천을 준 박근혜를 지지하는지, 아니면 내년에 공천권을 행사할지도 모르는 김무성·유승민을 지지하는지도 불분명해 보였다.

오히려 재선 의원 20명이 ‘유승민 사퇴 불가’ 연판장을 돌리는 소신 있는 행동을 했다. 초선들은 뒤를 받쳐주지도, 반대하지도 않았다. 청와대, 유승민 원내대표, 김무성 대표의 눈치를 살피느라 바빠 보였다.

당 관계자는 “사실 유승민 파동은 초선 의원들이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정의감과 개혁정신에 불타는 초선이라면 이런 중차대한 일이 터졌을 때 뭐라고 한마디 정도는 해야 하지 않나. 그러나 대부분 면벽수행만 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초선 B 의원도 이런 지적에 동의하면서 필자에게 자성의 말을 했다.

“우리 당 초선 의원들은 무슨 일이 터지면 일제히 숨을 죽인다. 개인 소신은 찾아볼 수 없다. 당 지도부와 청와대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기 이름을 드러내고는 말 한 마디도 못 한다. 그러나 사적인 자리에서는 온갖 말을 한다.”

실제로 유승민 파동 기간에 필자가 만난 초선 의원들은 ‘비보도’를 전제로 자기 견해를 쏟아냈다. 하지만 언론에 실명으로 기사화되는 건 극도로 꺼렸다. 두 차례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초선들은 그다지 많은 발언을 하지 않았다. 수위도 극히 조심스럽게 조절했다고 한다.

대구의 초선 의원 7명 중 대부분은 2월 원내대표 경선 때 유승민 당선을 위해 똘똘 뭉쳤다. 그러나 유승민 파동 때 그나마 존재감을 드러낸 초선 그룹은 대구 출신 김희국·김상훈 의원 등에 그친다. 김희국 의원은 파동 초기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할 이유가 없다. 끝까지 간다”고 말했다. 7월 8일 의원 총회 직후 김무성 대표가 유 원내대표를 찾아 의원들의 ‘사퇴권고’ 결정을 전했다. 그 자리에 김희국 의원은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와 함께 배석했다. 김의원은 그날 저녁 김포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고별 생맥주 회동에도 참석했다. 그는 끝까지 의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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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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