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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號 70돌 신동아-미래硏 연중기획/ 국가미래전략을 묻는다

‘산업화 거인’ 존중하고 ‘민주화 청년’ 기억해야

‘국제시장 그후’ 구상하는 영화감독 윤제균

  • 구해우 |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산업화 거인’ 존중하고 ‘민주화 청년’ 기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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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화합 외치는 영화

▼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산업화 · 영남을 대표하는 박정희, 민주화 · 호남을 상징하는 김대중 간 역사적 대화와 화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 감독은 “보수우파와 진보좌파가 문화의 영역에서든 정치의 영역에서든 두 진영의 대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한국 사회가 경직된 것은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못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이 대담에 나오기로 하면서 꼭 메시지로 남겼으면 좋겠다 싶은 한마디가 역지사지예요. 진영 다툼뿐 아니라 지역갈등, 빈부갈등 등도 역지사지에서부터 해법이 나온다고 봅니다. 역지사지가 안 돼 편을 갈라 다투는 거예요. 사안을 반대편의 처지에서도 한번 생각해보는 게 일상화했으면 좋겠어요. 일개 상업영화 감독일 뿐이지만 저만 해도 촬영할 때 끊임없이 관객의 위치에서 영화를 생각합니다. 관객이 관심 갖지 않는 영화를 만들어 어디에 쓰겠습니까.

우파에 공적과 허물이 있듯, 좌파에도 공적과 허물이 있습니다. 예수는 ‘너희 중에 죄 없는 자 저 여자에게 돌을 던지라’고 했습니다. 누구나 공과(功過)가 있습니다. 그런데 과만 갖고 물고 뜯는 겁니다. 역지사지하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해야 해요. 경영자는 노동자의 처지에서, 노동자는 경영자의 처지에서, 다수는 소수의 처지에서, 소수는 다수의 처지에서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예컨대 사회 시스템에 불합리한 부분이 있대서 그 나름대로 노력해 부를 일군 사람을 무조건 폄훼해서는 안 되겠죠. 기업의 논리는 이윤 극대화잖아요.

‘국제시장’의 부모님 세대가 지금 70~80대예요. 젊은 세대가 그분들더러 뭐라고 합니까. ‘꼰대’라잖아요. 올바르게 인정하지 않는 겁니다. 누구에게나 ‘치열했던’ ‘거인 같았던’ 삶과 시절이 있습니다. 젊은 세대가 역지사지해야 해요.



젊은이들이 영화 시장의 메인 타깃입니다. 20~30대가 역지사지해봤으면 좋겠다는 게 ‘국제시장’을 연출한 이유 중 하나예요. 투자받는 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부모님 세대 이야기를 100억 원 넘게 들여 찍겠다니 투자자들이 ‘과연 될까’ 의구심을 가졌죠.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를 만드는 분도 많잖아요. 소통과 화합을 외치는 영화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 그런 영화를 많이 찍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易地思之 달인’ 앙드레 김

▼ ‘국제시장’에서 남진, 나훈아를 비교하는 장면 있잖아요. ‘덕수’는 남진이 좋다는데, 다른 이들은 경상도 사투리로 나훈아가 좋다고 합니다. ‘남진’이 베트남에서 ‘덕수’의 생명을 구해주고요.

“동서 간 화합을 말하고 싶었어요. 경상도 사람은 다 나훈아고, 전라도 사람은 다 남진인가요. 영화에서 경상도 사람 ‘덕수’의 목숨을 전라도 사람 ‘남진’이 살려주잖아요. 전 세계에 지역갈등 없는 나라가 없습니다. 시아파, 수니파 다툼을 보세요. 죽고, 죽이잖아요. 광주에서의 비극이 없었으면 지금과는 달랐을 겁니다. 얼마 전 남진 선생을 만났어요. 박정희 대통령 시절 가수로 활동했는데, 그때는 지금 같은 식의 영호남 갈등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어느 순간부터 뭔가 잘못된 거예요.”

▼ 보수우파 일부에서는 산업화의 상징 격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영웅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모든 것을 잘했다는 식으로 말해요. 민주화 세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잘했다면서 상대 쪽에서 한 일을 부정하는 식으로 말합니다. 공적과 과실을 실제대로 보면서 미래를 꾸려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게 현실인 듯합니다. ‘국제시장’을 통해 민주화 세대가 산업화 세대를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누구에게나 공과가 있는 거죠. 역지사지는 상대에 대한 인정으로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역지사지를 쉬운 말로 풀면 ‘칭찬’입니다. 민주화 세대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적을 칭찬하고, 산업화 세대가 민주주의를 위한 헌신을 기억하고 칭찬하면 화해와 소통이 가능하겠죠.

여담인데, 문화예술계에 칭찬만 하는 분이 계셨어요. ‘판타스틱하다’ ‘유니크하다’면서 함께 일한 연예인의 장점만 말합니다. 앙드레 김 선생 얘기예요. 누구와 작업하더라도 그 사람 장점만 얘기해요. 정말 단점이 없었을까요? 단점은 속으로만 생각하는 거죠. 연예인들이 앙드레 김 선생과 작업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 것도 칭찬만 해서 그런 거예요. 앙드레 김 선생을 보면서 배운 게 많아요. 역지사지는 상대를 인정하고 칭찬하는 거예요. 보수와 진보가 그런 태도를 본받으면 좋겠어요”

▼ 윤 감독은 어때요? 작업할 때.

“주로 칭찬해요. 장점만 보려고 노력하고요. 단점은 알고만 있으면 됩니다. 도저히 용납하지 못할 단점을 가졌다? 그때도 다른 데 가서 그 사람 욕할 필요 없어요. 안 보면 됩니다. 우리 사회가 칭찬에 너무 인색한 것 같습니다.

여야, 좌우, 노사, 부부가 상대의 장점을 칭찬해주면 좋겠어요. 연애할 때는 장점만 보이잖아요. 살면서 단점이 보이니 다투는 거고요. 나중에는 장점은 볼 생각도 안 하면서 죽이네, 살리네 하면서 이혼하고요. 어떤 사람이든 어떤 조직이든 어떤 지역이든 어떤 나라든 장단, 공과가 고루 섞여 있기에 좀 더 긍정적인 시선으로 장점을 많이 봐주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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