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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 뭉개고 포기각서 되살리고

양육비이행관리원 ‘양육비 전쟁’ 百態

  • 박은경 객원기자 | siren52@hanmail.net

법원 판결 뭉개고 포기각서 되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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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엄마가 신청서 냈나요?”

남편의 폭력과 알코올 중독 문제 등으로 가정불화를 겪는 경우 한시라도 빨리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양육비를 포기한 채 이혼하는 경우도 있다. 폭행을 일삼는 남편과 시어머니 때문에 두 자녀를 두고 쫓겨난 민모(38) 씨는 아이들을 되찾기 위해 남편을 형사 고소하는 한편 이혼 소송을 청구했다. 그는 양육권과 친권을 갖는 조건으로 형사 고소를 취하하는 대신 양육비는 포기했다. 그러다 이행원을 통해 매달 100만 원의 양육비를 받게 된 민씨는 “이행원이 없었다면 양육비 받아낼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협의가 진행되는 중에 전남편과 한 번도 만날 일이 없어 마음이 편했다”고 했다.

이행원 양육비상담팀 노현선 팀장(변호사)은 “지금 초·중학생을 키우는 부모 중엔 2000년대 초반에 이혼한 사람이 많은데, 당시엔 ‘이혼에 이의 없다’며 도장만 찍으면 곧바로 협의이혼이 이뤄져 양육자가 양육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가족 중 모자(母子)가구는 63.1%, 부자(父子)가구는 36.8%다. 이혼 후 어머니가 자녀를 맡는 경우가 훨씬 많고, 아직 우리 사회는 남자가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양육비=아버지 몫’이라는 사고가 보편적이다. 이 때문에 양육자가 아버지인 경우 전 부인에게 양육비를 요구할 생각을 않거나, ‘양육비는 여자가 남자한테 청구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못 받는 경우가 많다.

재혼한 남편의 전처 자녀 양육비 문제로 남편과 다퉜다는 여성은 이행원에 전화를 걸어 “여성가족부는 왜 이행원을 만들어 사람을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가뜩이나 남편 벌이가 시원찮은데 전처 자식들 양육비까지 주고 나면 우린 뭐 먹고사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지난해 이혼한 뒤 유치원생 자녀를 기르는 김모(32) 씨는 이행원이 생기자 곧바로 신청서를 냈지만 얼마 뒤 보류를 요청했다. 그는 “이행원 설립과 관련된 신문기사를 본 전남편이 6개월치 양육비 300만 원을 한꺼번에 입금했다. 양육비를 안 주다 이행원 개원 소식에 겁이 난 모양”이라고 했다. 지레 “애들 엄마가 혹시 신청서를 냈느냐”고 물어온 남편도 있다.

“연락을 끊고 살던 이혼 부부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오전에는 남자가, 오후에는 여자가 상담 전화를 걸어온 경우도 있다. 비양육 부모의 연락처를 양육자가 모르면 법을 통해 정보를 얻어야 하는데, 그런 수고 없이 두 사람을 연결해서 협의를 끝냈다. 비양육 부모 중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많지만 공무원, 변호사, 의사, 교사, 대기업 직장인 등 번듯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일수록 양육비를 떼먹는 파렴치한 아빠로 낙인 찍힐까봐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노현선 양육비상담팀장)

이렇듯 자발적으로 양육비를 주겠다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마지못해 협의에 응하다 갑자기 연락을 끊거나 시간을 끌기도 한다. 이 경우 신청인이 소송과 채권추심 등 법적, 강제적 절차를 원하면 이행원은 법률 지원, 채권 추심 지원에 나선다. 그러나 채권 추심 과정의 어려움도 크다. 정홍길 채권추심지원팀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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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거부 = 악성 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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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행원은 법무부, 검찰, 경찰 등 관계기관에 인력 파견을 요청하는 등 채권 추심을 위한 ‘현장기동반’을 꾸리는데, 기동반이 만들어질 때까지 손놓고 기다리기에는 당장 몇 십만 원이 아쉽고 절박한 사람이 너무 많다. 지방의 한 채무자는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었는데, 재산도 없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양육비를 지급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 법적 구속력을 갖추려면 양육비 이행 합의서를 작성하고 공증을 받아야 하지만, 채무자를 너무 압박하면 숨어버릴 수도 있기에 시간을 두고 몇 차례 만나볼 생각이다.”

현재 추심지원팀이 맡은 사건은 2200여 건에 달한다. 그 가운데 70% 가량은 이행원과 업무협약을 맺은 법률구조공단,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등 외부 법률구조기관에 위탁했다. 정 팀장은 “양육비를 안 준다는 것 자체가 악성 채무다. ‘할 테면 해봐라’ ‘배 째라’고 막무가내로 나오거나 ‘당신들이 뭔데 돈을 주라마라 하느냐’며 고함치는 사람도 있다. 악성 채무자 상대의 채권 추심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 나갈 때마다 채무자를 자극하지 않으려늘 대비하고 조심한다”고 했다.

이행원 실무자들이 답답해하는 부분은 양육비에 대한 잘못된 인식. 이행원에서 연락했을 때 비양육 부모들이 보이는 가장 흔한 반응은 “이혼한 여자(남자) 생활비를 왜 내가 대줘야 하느냐”이다. “아이한테 쓴다는 핑계로 돈을 받아 딴 데 쓰는지 어떻게 아나” “양육비를 매달 부담하겠다는 조서를 써내야 이혼 판결이 난다고 해서 억지로 써줬다. 애초부터 양육비를 줄 마음이 없었다” “양육비 안 주려면 내가 키우면 되는 거냐” 등 반응도 다양하다.

이행원 협의성립지원팀 홍소은 전문위원(변호사)은 “양육비를 이혼한 전처 또는 전 남편에게 주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홍 위원은 “양육비에 대해 처음부터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는 비양육 부모는 10명 중 1~2명에 불과하다. 양육비는 자녀 복리와 직결되는 만큼 양쪽이 동반자적 관점에서 해결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지선 팀장은 “엄밀히 따지면 양육비는 자녀에게 필요한 돈이기 때문에 부모가 ‘준다’ ‘안 준다’고 할 권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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