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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업무용車’ 탈루 ‘무늬만 세제개혁’ 미봉

도로 위에 세금이 줄줄 샌다!

  • 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nate.com

‘무늬만 업무용車’ 탈루 ‘무늬만 세제개혁’ 미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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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업무용車’ 탈루 ‘무늬만 세제개혁’ 미봉
문제는 개인 지출금액의 경비 산입을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법률만 있고, 업무상 사용분과 사적인 사용분을 명확하게 구분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이 없다는 데 있었다. 운행일지 등의 증빙자료 작성과 이를 기반으로 업무상 사용분에 한해 경비 처리하도록 강제하는 하위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없어 업무용으로 등록된 차량을 개인 용도로 운용하더라도 마땅히 확인할 방법이 없었던 것.

사업자 처지에서는 조세정책이 허술한 상황에서 세금감면 혜택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비싼 차를 살수록 절세액이 커지는 구조인 것이다. 고가의 외제 스포츠카가 업무용으로 둔갑하게 된 까닭이다.

자동차 판매사들의 상술도 조세 불평등을 조장하는 데 일조했다. 일부 수입차 판매사들은 업무용 차량의 세제혜택을 강조한 ‘절세 가이드’까지 제작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허술한 법망을 이용해 과세 불평등을 조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경실련이 BMW 520d와 제네시스 330 프리미엄을 사업자들이 업무용으로 구입하고 운용하면서 받는 세제 혜택을 분석한 결과 대당 5년간 각각 1억800만 원, 9017만 원을 경비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용 차량 총 판매금액을 기준으로 사업자가 받는 세제혜택을 추정하면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가 차량 구입비만으로 탈세 혹은 절세한 세금만 연간 4930억 원, 5년간 2조4651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 경실련의 분석이다.

차량 가격이 높을수록 사업자들이 받는 세제 혜택의 폭이 크다보니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관세철폐 등 가격인하 요인이 발생했는데도 상당수 수입차 판매사가 의도적으로 차량 가격을 내리지 않은 정황도 포착됐다. 이런 문제점은 상대적으로 차량 구입과 유지에 따른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없는 개인소비자의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법인이나 고소득 개인사업자가 세제혜택을 등에 업고 비싼 가격에도 차량을 구입하므로 가격을 인하할 요인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이번 세법 개정안은 지금껏 지적돼 온 업무용 승용차 세제 혜택에 따른 조세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의 일환인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에 직면했다. 경실련은 정부가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8월 6일 당일 “정부는 단순히 여론을 의식해 허울뿐인 개정안을 내놓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 이대로라면 사업자가 과도한 세제 혜택을 받는 반면 성실한 개인납세자는 무시당하는 현실을 개선하지 못하리라는 것.

‘무늬만 업무용車’ 탈루 ‘무늬만 세제개혁’ 미봉
“서민만 힘들게 됐다”

행정 여건상 차량의 개인적 사용에 대해 일일이 감시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만큼, 임직원 전용 자동차 보험가입 요건만 충족하면 50%는 무조건 경비로 처리되고 나머지 50% 역시 사용 여부만 입증하면 되는 소극적 방식으로는 부당한 특혜를 뿌리 뽑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가령 운행일지를 허위로 작성한들 현재로서는 이를 일일이 확인해서 진위를 가려낼 방법이 없다.

사업자 로고를 부착한 승용차에 대해 100% 경비 처리를 허용하는 방안에도 허점이 많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튜닝 등으로 불법 개조한 승용차도 개조한 부분을 떼어내었다가 다시 붙이는 방식으로 차량검사를 통과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가 정한 사업자 로고 부착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된다 해도 로고를 떼었다 다시 붙이는 것은 불법 개조 차량을 원상 복구하는 것보다 가격이나 기술적 측면에서 훨씬 용이하다”고 말했다. 사업자 로고 부착으로 업무용차의 사적 사용을 막겠다는 발상 역시 실효성이 낮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구체적 문제 제기와 국민 불만 가중에도 정부는 여전히 사업자 특혜를 보장하는 세법 개정안을 내놓아 국민을 또다시 실망시켰다”면서 “정부가 조세 형평을 바로잡으려는 의지가 있는 지 강한 의문이 든다”고 실망감을 표출했다. 참여연대도 “정책 효과가 불확실하고 당면한 세수 문제를 해소하기엔 부족한 정책”이라고 논평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 개정안대로 시행된다면 예컨대 작은 꽃집 등을 운영하는 서민들을 운행일지 작성, 사업자 로고 부착 등으로 옥죄는 반면 고소득 개인사업자의 합법적 세금탈루 수단을 막는 효과는 거의 없다.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5억 원짜리 업무용 자동차 구입자가 받는 혜택이 3000만 원짜리 업무용 차량 구입자가 받는 혜택보다 훨씬 큰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권태환 간사는 “차량 운행일지 작성은 미국, 캐나다 등 해외 선진국에서도 세금 탈루 방지를 위해 시행되는 정책으로, 허술한 현행 세법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도입돼야 할 사항”이라고 했다. 하지만 “세무조사 형식을 차용한 무작위 추출 방식 등으로 차량운행 일지를 점검하고 강력한 법적 제재를 가하는 등의 행정적 보완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는 업무용 차량과 관련한 세금 탈루를 막고자 자동차 구입 금액에 따라 업무용 차량의 경비 처리를 제한한다. 항공기, 선박 등과 달리 자동차는 사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업무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 명확하게 입증될 때만 경비 처리를 허용하는 등 세금 감면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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