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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제국 심장에 핀 정교회·이슬람 문화유산

터키 이스탄불

  • 글·사진 조인숙 | 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 대표 choinsouk@naver.com

동서양 제국 심장에 핀 정교회·이슬람 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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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제국 심장에 핀 정교회·이슬람 문화유산
아야 소피아

아야 소피아 또는 하기아 소피아는 ‘성스러운 지혜(Holy Wisdom)’라는 뜻이다. 비잔티움 시대인 360년 지어진 정교회 대성당으로, 화재로 두 번이나 소실됐다가 532년 재건됐다. 이후 오스만제국 술탄 마흐메트 2세에 의해 1453년부터 모스크로 사용됐다. 이때 대성당 내부 십자가는 철거되고, 성화(Icon)는 석회칠로 덮였다. 제단에는 메카의 성전을 향하는 방향을 나타내는 미흐랍(Mihrab)이 설치되고 설교단상(Minbar)이 첨가되는 등 모스크로 전면 개조됐다. 이름도 ‘아야 소피아 자미(Ayasofya Cammi)’로 불렸고, 술탄이 금요일마다 예배차 방문해 당시 오스만제국에서 가장 고품격의 모스크로 여겨졌다.

1923년 정부를 수립한 터키공화국은 아야 소피아를 인류 모두의 공동유산으로 지정하고 박물관으로 개조해 1935년부터는 아야 소피아 박물관이 됐다. 내부에선 모든 종교적 행위가 금지된다. 아야 소피아는 현존 비잔티움 건축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보수공사 중이라 경내가 다소 복잡했다. 경내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우측에 있는 팔각형의 화려한 건물에 들어가 손발을 깨끗이 씻어야 하는데, 이 의식용 세면소(Fountain)는 18세기에 지어졌다. 이스탄불에서 같은 종류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한다. 튤립 모양의 황동 배너에는 ‘우리는 물로 모든 것을 만들었다’는 경구가 쓰여 있다.

팔각 세면소 옆에는 18세기에 건립된 초등학교 건물이 있다. 현재는 문서 관리 센터로 이용되는데, 벽돌의 수평선 띠가 돌과 잘 어우러져 이슬람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돌과 벽돌이라는 같은 재료를 문화권마다 어쩜 이렇게 달리 구사하는지 흥미로웠다.



아야 소피아 대성당 내부에서 괄목할 만한 것들로는 나무판에 새겨 넣은 황금색 이슬람 문자(Calligraphic panel of Ayasofya), 상층의 모자이크와 다양한 타일 등이다. 하나하나가 너무 정교해 눈을 뗄 수가 없다. 1층 출구 근처 익랑에는 소원을 비는 기둥이 있다. 구멍에 엄지손가락을 넣고 360도 돌리면서 소원을 말하면 이뤄진다고 한다. 남서쪽 출구로 나오다가 뒤돌면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자이크를 볼 수 있다.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유스티아누스 1세가 대성당의 모형을 손에 든 그림이다.

대성당 안에서 눈여겨봐야 할 문은 세 개다. 6세기에 지어진 황제의 문(The Emperor Door)과 마치 목조를 조각한 것 같은 상층 갤러리의 백색 대리석 문(The Marble Door), 남서쪽 출구에 있는 청동으로 된 나이스 도어(The Nice Door 또는 The Vestibule Door)다. 대리석 문은 양면의 마감이 다른데 한 면은 천국을, 반대쪽 면은 지옥을 상징한다는 설도 있다. 나이스 도어는 기원전 2세기경 만들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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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프카프 궁

15세기 건립된 토프카프 궁은 오스만 술탄들이 그들의 전체 통치기간 624년 중 약 400년(1465~1856년) 동안 머문 대규모 궁전이다. 현재는 아야 소피아와 마찬가지로 박물관으로 이용되며 이슬람교의 성물(聖物)이 보관돼 있다. 토프카프 궁은 처음에는 ‘예니 사라이(Yeni Sarayı)’라고 불렸지만 궁전 입구 양쪽에 대포가 비치된 데 연유해 이름이 바뀌었다. ‘토프(top)’는 대포, ‘카프(kapi)’는 문이란 뜻이다.

영국 작가 에릭 클리포드 앰블러 경은 1962년 소설 ‘토프카프’로 에드가상을 수상했다. 이 소설을 바탕으로 에메랄드가 박힌 메흐메트 2세의 단검을 훔치려는 도둑 신사의 모험을 희화화한 코미디 영화 ‘토프카프’(1964)가 제작됐다. 영화는 토프카프 궁에서 촬영됐다.

토프카프 궁전 단지에는 ‘아야 이리니(Aya Irini·성 이레네 교회)’가 있다. 아야 이리니는 ‘신성한 평화’란 뜻. 이 교회는 옛 비잔틴제국 때 세워진 첫 번째 교회로 아야 소피아가 건설되기 전까지 대주교가 있는 대성당으로 사용됐다. 이후 화재로 재건을 거듭했고, 오스만제국 시절에는 예니체리 부대의 무기창고로도 사용됐다. 현재 건물은 유스티아누스 황제가 재건한 교회 모습 그대로다. 일반인에게 공개되진 않지만, 클래식 공연장으로 드물게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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