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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상의 회장 직접 돌린 ‘제언집’ 속사정

“말은 해야겠는데, 눈치는 봐야 하고…”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박용만 상의 회장 직접 돌린 ‘제언집’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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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학계, 컨설팅사, 시민단체 등 각계 목소리 담아 ‘신선하다’ 평가
    ● ‘적폐’ 몰린 전경련·경총…대한상의 존재감 커져
    ● 상반된 시각 동시에 수록…열린 태도? 보호색?
    ● “진짜 하고픈 얘기는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정부 및 국회 리더들에게 경제 현안에 대한 전문가 제언집을 직접 전달했다. 왼쪽위부터 이정미 정의당 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동연 경제부총리, 정세균 국회의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에게 제언집을 전달하는 박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정부 및 국회 리더들에게 경제 현안에 대한 전문가 제언집을 직접 전달했다. 왼쪽위부터 이정미 정의당 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동연 경제부총리, 정세균 국회의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에게 제언집을 전달하는 박 회장.

2017년 11월 16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간담회를 갖고 ‘최근 경제 현안에 대한 전문가 제언’(이하 제언집)을 전했다. 일주일 후인 같은 달 23일에는 국회를 찾아 정세균 국회의장,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광림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 의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여야지도부를 각각 만나 같은 제언집을 전달했다. 

26쪽짜리 이 소책자에는 학계, 컨설팅사, 시민단체 등 전문가 50여 명으로부터 취합한 경제 관련 제언이 담겼다. 대·중·벤처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취업준비생 등 현장의 목소리도 실었다. 기존의 ‘소원수리형’ 건의에서 벗어나 현장과 전문가 의견을 청취해 합리적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제언집은 언론으로부터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언집은 대한상의 홈페이지(www.korcham.net) 메인화면에도 게재돼 있어 누구나 내려받아 볼 수 있다.


부드럽고 산만하다

이 제언집에 참여한 전문가 중 상당수는 대한상의 정책자문단에 소속돼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정책자문단에 계신 전문가들, 그리고 외부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취합해 만들었다”고 했다. 

박용만 회장은 2013년 대한상의 회장 취임 이후 회장 직속 기구로 정책자문단을 만들었다.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더욱 공신력 있는 목소리를 내자는, 박용만식 소통 전략의 일환이다. 7개 분과에 40여 명의 전문가가 포진해 있는데, 재계에 상당히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는 전문가도 다수 포함돼 있다. 

대한상의는 정책자문단 위원들이 평소 회의 때 하는 발언들을 취합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따로 찾아가 면담하는 방식으로 제언집을 만들었다. 제언집은 경기 하방리스크, 산업의 미래, 고용노동부문 선진화, 기업의 사회공공성 강화 등 4개 장(章)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그 내용을 보자면 부드럽고 산만하다. ‘고용노동부문 선진화’ 파트를 보자. 

제언집은 대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이렇게 소개한다. “저임금근로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건 이해해요. 하지만 연봉 4000만 원 직원까지 최저임금 수혜를 받는 건 취지가 아니지 않나요?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바꾸려 해도 노조의 반대로 못 하고 있어요.” 

정규직 전환대상자의 목소리도 담았다. “계약연장 못 할까봐 휴가도 제대로 못 갔는데, 정규직이 되면 아이들과 함께 여름휴가를 가고 싶어요.” 

이에 대한 전문가 진단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구성원의 희생 위에 유지되어온 측면이 있습니다. 그간 정부는 ‘어렵다’는 기업의 하소연에 얽매였습니다.”(김유선 노동사회연구소 박사), “역대 정부 모두 노동시장의 안정성과 유연성이 조화되는 유연안정성(Flexicurity)을 추구했지만, 고용불안 계층의 안정성도 확보하지 못했고,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제고하지 못했습니다.”(이상희 산업기술대 교수) 등을 나란히 열거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드라이브를 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필요성을 인정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대한 기업 책임론을 수용하는 동시에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 재계의 당면 과제를 환기시킨다. 노(勞)와 사(使)의 입장이 한 그릇에 담긴 듯한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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