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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가족 外

  • | 권재현 기자, 강지남 기자, 최호열 기자, 권영필 AMI(아시아뮤지엄연구소) 대표

이상한 정상가족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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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가에 들어온 한권의 책 |

이상한 정상가족
차별·배제 온상 가족주의 해체하다
김희경 지음, 동아시아, 284쪽, 1만5000원.

김희경 지음, 동아시아, 284쪽, 1만5000원.

가족이 화목해야 만사가 잘 된다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이 말을 뒤집으면 만사가 헝클어지면 반드시 가족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다. 가족이야말로 한국 사회 만악(萬惡)의 온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은 한국 사회의 ‘성역’으로 존재한다. 압축근대화와 각자도생의 한국사회에서 그나마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는 신화(‘믿을 건 가족밖에 없다’)가 공고하기 때문이다. 
 
신화에는 항상 희생이 수반된다. 헌신적 어머니의 희생, 가족을 위해 돈만 벌어주는 기러기 아빠의 희생, 거기에 보답하려 ‘자기 인생’을 포기하는 자녀의 희생. 이런 희생의 악순환에서 정작 빠져 있는 단어가 있다. 행복이다. 가족 구성원 중 누구도 행복한 사람은 없는데 그들의 인생은 늘 저당 잡혀 있다. 

이런 희생 메커니즘을 깨부수기 위해선 가족 신화의 허구성부터 폭로해야 한다. ‘이상한 정상 가족’은 그 신화의 가장 약한 고리라 할 수 있는 아동과 여성의 문제를 통해 한국 가족주의의 일그러진 초상을 그려낸다. 신문기자를 거쳐 아동인권운동가로 활동해온 저자는 구체적 사례와 촘촘한 수치를 통해 한국 사회의 가족주의가 차별과 편견을 확대재생산 하는 무한루프에 걸려 있음을 고발한다. 중산층 핵가족만을 정상 가족으로 신성시하면서 그 범주에서 벗어난 한 부모, 이혼, 재혼, 다문화, 장애인 가정을 ‘비정상’으로 차별하고 배제하는 그 집단심성에 아동학대와 ‘왕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육아와 교육처럼 한국사회에선 가족이 떠맡은 짐을 국가나 사회에서 짊어지고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저마다 인생을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선택하게 하자는 것이다.


출산율 하락을 걱정한다면서 혼외출산으로 태어난 아기를 대부분 나이 어린 ‘미혼모’ 처분에 맡겨두면서 그 아기들이 살해되거나 버려지면 ‘비정한 모정’을 운운하는 나라. 주로 그 미혼모가 낳은 아기를 한때 한 해 1만 명씩, 지금도 300명 넘게 ‘수출’하는 나라. 아이를 부모의 소유물로 간주해 ‘체벌’이라는 이름으로 학대를 포장하고 ‘친권’이라는 이름으로 방치를 은폐하는 나라. 그러면서 ‘내 식구 감싸기’의 외연을 확대해 ‘우리’와 ‘저들’의 편을 가르고 차별과 모멸을 당연시하는 나라.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1979년 세계 최초로 부모의 체벌을 법으로 금지한 스웨덴이 채택한 해법, ‘삶은 개인적으로, 해결은 집단적으로’를 제시한다. 육아와 교육처럼 한국 사회에선 가족이 떠맡은 짐을 국가나 사회에서 짊어지고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저마다 인생을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선택하게 하자는 것이다. ‘기·승·전·북유럽’인가 하는 허탈감이 살짝 드는 건 사실이다. 그보단 먼저 어른이 되자고 말하고 싶다. 결혼하고 부모가 됐다고 다 어른이 아니다. 남들 인생 곁눈질하지 않고 ‘인간답게 사는 길’을 고민하며 살다 보면 ‘내 아이’든 ‘남의 아이’든, 기혼모든 미혼모든 저마다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게 되지 않을까.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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