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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에 빠지다

강원 정선 ‘삼탄아트마인’

폐광에서 예술을 캐다

  • | 글·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사진·홍중식 기자 free7402@donga.com

강원 정선 ‘삼탄아트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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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마파크는 하나의 주제(theme)로 꾸민 ‘환상의 공간’이다. 그곳에는 비루한 일상과 동떨어진 신비한 이야기가 흐르고, 건축양식과 배경 음악, 종사자들이 입는 의상까지 이 ‘테마’를 뒷받침하도록 철저하게 관리된다. 최근 한국에서는 현대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정점으로 불리는 테마파크 산업이 급성장 중이다. 특히 지역적 특수성과 공명하는 개성 만점 테마파크가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신동아’는 2018년 2월호부터 도시인을 매혹하는 전국 각지 테마파크 박물지를 연재한다.
2001년까지 운영된 삼척탄좌 정암광업소 조차장. 삼탄아트마인은 작업 현장을 보존하고 곳곳에 광부 마네킹을 설치해 당시 풍경을 짐작할 수 있도록 했다.

2001년까지 운영된 삼척탄좌 정암광업소 조차장. 삼탄아트마인은 작업 현장을 보존하고 곳곳에 광부 마네킹을 설치해 당시 풍경을 짐작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제공·삼탄아트마인]

[사진제공·삼탄아트마인]

1 53m 높이의 권양기와 사무동 건물을 재활용한 아트센터가 어우러진 삼탄아트마인 전경.
2 현재 한국미술국제대전 수상작가 초대전이 열리고 있는 아트센터 3층 
CAM(Contemporary 
   Art Museum) 내부. ‘캠’으로 발음되는 CAM에는 ‘석탄 또는 예술을 캐내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3 삼탄아트마인 아트센터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벽화들.


‘우리는 이 나라의 산업의 용사/ 캐내자 무진장의 기름진 탄을/ 조국의 근대화에 이바지하자/ 갱마다 발파 소리 맑게 울린다/ 지하에 묻힌 자원 겨레의 보물/ 나르라 벨트여 쉬임이 없이/ 조국의 심장에 열을 보내자’ 

시인 박목월이 쓴 대한석탄공사 사가(社歌) 가사 중 일부다. 행진곡풍의 이 노래를 떠올리며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왕복 2차선 도로 위를 달렸다. 한때 ‘무진장의 기름진 탄’을 캐려는 이들이 모여 살던 곳. 이제는 눈 덮인 산등성이와 삐죽한 침엽수 외엔 무엇 하나 시선을 끌지 않는 풍경 속을 얼마나 달렸을까. 저 멀리서 하늘을 뚫고 오를 듯 솟은 거대한 기계장치가 눈에 들어왔다. 1970년대 삼척탄좌 정암광업소 탄광에서 사용하던 53m 높이의 권양기(捲揚機·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내리는 기계)다. 

한때 이 장비는 최대 초속 11m로 ‘케이지’를 이동시키며 한 번에 400명씩 광부를 채굴 현장에 투입했다. 연간 40만t에 이르는 석탄도 지상으로 끌어올렸다. 2001년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거대한 고철덩어리가 돼버린 이 장치를 새롭게 되살린 현장을 보러가는 길이었다. 2011년 정선에 들어온 문화사업가 고(故) 김민석·손화순 부부는 약 10년간 버려졌던 탄광을 ‘예술 광산(art mine)’으로 바꿔놓았다. ‘삼척탄좌’ 자리에 둥지를 튼 아트 테마파크, 곧 ‘삼탄아트마인’ 얘기다. 

권양기를 바라보며 계속 차를 달리자 붓글씨로 ‘아빠! 오늘도 무사히’라고 쓴 하얀색 간판 아래 갱도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 맞은편, 삼척탄좌 시절 종합사무동으로 쓰였던 건물이 지금은 삼탄아트마인 본관이다. 

미술관을 연상케 하는 빨강 초록 노란색 조형물이 문 앞에 있어 그나마 ‘여긴가 보다’ 싶지, 아직은 그저 옛 탄광 느낌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지상주차장에서 이어지는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완전히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탄가루를 뒤집어쓴 선량한 눈망울의 광부를 그린 권학준의 작품 ‘세월’이 ‘예술 공간’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그 뒤로는 탁 트인 강원도 풍경과 회화 작품이 어우러진 카페 ‘850L’이 펼쳐져 있다. 알고 보니 이곳은 서울 북한산(836m)보다도 높은 해발 850m 지점, 4층 건물의 꼭대기다. 카페 이름이 ‘850L(level)’인 이유다. 

비스듬한 지형을 따라 흐르듯 지어진 이 건물이 삼척탄좌의 사무동으로 쓰이던 시절, 지하 탄광 작업을 마친 광부들은 1층 ‘세화장’에서 작업용 장화를 씻고, 2층 ‘샤워실’에서 탄가루로 범벅이 된 몸을 닦은 뒤, 탄광 시설의 동력을 관리하던 3층 ‘종합운전실’을 지나쳐, ‘세월’ 작품이 걸려 있는 4층의 바로 그 출입문을 통과해 퇴근했다. 오늘날 삼탄아트마인 방문객은 이 동선을 거꾸로 밟아 점점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역사와 예술을 만난다. 각각 ‘마인갤러리1’ ‘마인갤러리4’ ‘삼탄자료실’ 등으로 변모한 옛 공간들은 현대 예술가의 설치 작품과 어우러져 과거와 현재 그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 매혹적인 장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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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사진·홍중식 기자 free74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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