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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 개척자’ 이종수의 독일 편지

독일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결혼식

30년간 청첩장 한 번 받지 않아

  • | 이종수 독일 본대 의대 종신직 교수

독일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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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민주당 빌리 브란트 총리가 간통죄를 폐지한 뒤 결혼 문화에 큰 변화가 밀려왔다. 이혼수속이 복잡해졌고, 우선 동거부터 하고 보자는 커플이 늘어났다. 요즘엔 결혼식 자체도 거의 올리지 않고 시청에 신고하고 끝내는 커플이 대부분이다. 간통죄가 폐지된 한국도 그런 길을 걸을까.
독일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결혼식
2010년 10월 첫 일요일 오후였다. 뮌헨에서 열린 맥주축제인 ‘10월제(옥토버페스트)’의 200주년 행사를 알리는 소식이 TV에 요란스럽게 방영되고 있었다. 1810년 10월 12일 바이에른주의 황태자 루드비히 결혼식을 축하하면서 시작된 10월제가 바이에른주 200년 역사와 나란히 유구하게 이어져 온 것에 감탄하며 초가을 햇볕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무심코 받았더니 수화기 저편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서울에서 살고 있는 큰아들이었다.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아들에게 무슨 급한 용건이 있나 싶어 정신을 집중했다. 의대를 다니는 손자가 결혼을 하는데 결혼식에 와서 축사를 해달라고 했다. 의대 졸업 전 결혼이라니 조금 이르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 “생각해보겠다”고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독일에 반세기 이상 거주하는 동안에 결혼식이란 단어가 내 머리에서 사라져버렸다. 최근에는 결혼한다고 초대장을 보내는 사람도 거의 없다. 대부분의 남녀가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며 애도 낳고, 동성연애자는 남남, 또는 여여가 동거생활을 한다. 필요하면 소문 없이 시청에 가서 결혼신고서에 서명을 한다. 그러면 법적 부부가 된다. 교회에서 행해지던 성스럽고 경사스러운 결혼식은 잊힌 지 오래다. 간혹 유럽 왕족의 결혼식이 TV로 중계될 뿐이다. 최근 약 30년간 독일에서 타인의 결혼식에 가본 적이 없다. 늦가을 아침 햇볕에 사라지는 안개처럼 나는 어느덧 결혼식이란 단어를 잊고 말았다. 유럽 사회의 생활관습 변화가 너무 빠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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