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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 ‘직장갑질119’로 본 직장갑질 백태 |

“해고할지 감봉할지 너희가 정해라…‘죄 없다’ 하면 전 직원 임금 삭감”

  • | 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해고할지 감봉할지 너희가 정해라…‘죄 없다’ 하면 전 직원 임금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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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들의 해방구

직장 갑질에 고통받는 직장인 ‘을’들의 자화상. [직장갑질119 제공]

직장 갑질에 고통받는 직장인 ‘을’들의 자화상. [직장갑질119 제공]

1987년 노동자대투쟁 당시 현대자동차 노조가 내건 요구가 ‘두발자율화’와 ‘출근시간에 지각했다고 조인트까지 마라’였다. 같은 해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후 우리 사회는 대통령 탄핵이 이뤄질 정도로 ‘민주주의’가 성숙했는데, 직장은 왜 그대로일까. 

박점규 운영위원은 “어용노조라도 있는 곳은 갑질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노조 조직률이 100명 이상 300명 이하 사업장은 15%, 30명 이상 100명 미만 사업장은 3.5%, 30명 미만 사업장은 0.2%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노조가 없는 직장에 다니거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갑질을 당해도 호소할 곳이 마땅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직장갑질119는 갑질에 시달리는 ‘을’들의 해방구가 되고 있다. 이곳에 제보된 갑질 백태를 살펴보았다.
 
직장갑질119에 들어오는 ‘을’들은 닉네임부터 다르다. ‘당한 자’ ‘을도 사람’ ‘부장살의’ ‘회사쭈구리’ ‘돈떼먹지마라’ ‘디자인 노비’ ‘을오브을’ 등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분노를 반영한 ‘웃픈’ 이름이 많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보 열기가 식지 않았을까 했는데,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공개 카톡방은 새로 입장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수용인원 1000명이 꽉 찼다. e메일, 밴드 등을 통한 제보도 늘고 있다. 

처음부터 갑질 제보가 활발했던 것은 아니다. 현직에 있으면서 자신을 드러내고 제보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 갑질 실태를 처음으로 사회 이슈화한 한림성심병원 간호사들도 처음엔 갑질을 토로할 뿐 나서기를 꺼렸다. 하지만 운영위원들 설득으로 하나둘 용기를 내면서 놀라운 결과로 이어졌다. 한림성심병원의 갑질은 단순히 선정적인 춤 강요만이 아니었다. 새벽 출근 강요는 물론 시간 외 수당을 미지급하기 일쑤였다. 비번인 날에도 출근을 강요하고, 캠페인 참여라는 미명으로 병원 영업까지 강요했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다른 병원에서도 비슷한 제보가 이어졌다. A병원에서는 부서별로 주차 관리를 시킨다, 병동에서 체온계 같은 의료기구가 분실되면 간호사가 개인 돈으로 채워 넣어야 했다는 제보가 올라왔다. B병원에서는 직원들에게 특정 물품을 강매한다는 제보도 올라왔다. 



과거 문제가 되었던, 간호사들이 동시에 임신하지 않도록 순번을 정해서 한다는 이른바 ‘임신순번제’도 여전하다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한 간호사는 “동시에 두 명이 임신하면 부서 분위기는 살얼음판이 된다”며 “육아휴직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임신을 확인하면 가장 먼저 할 일이 ‘임신을 해도 나이트(야간) 근무를 하겠다’는 각서에 사인하는 것이었다”고 토로했다.


“회사에 불만 있느냐”

대기업 계열사인 한 버스회사는 서류-면접-인성검사에 합격한 사람들에 대해 7주간 합숙교육을 하는데, 이게 신입교육이 아니다. 여기서도 탈락을 시킨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합숙교육에 온 합격자들로서는 황당할 따름이다. 더 황당한 건 합숙훈련이 사실상 군대식이라는 점이다. 운동장에 집합시킨 후 교관들이 반말을 하며 ‘앞으로 굴러’ ‘뒤로 굴러’를 시키는가 하면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제보자는 맞아서 병원 치료까지 받았다고 한다. 영화 ‘1987’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생활가전 회사는 수도권지국 직원 210여 명 가운데 70% 이상이 마라톤 동호회 회원이다. 매년 5회 이상 마라톤대회에 참가하고, 자비로 참가비와 동계훈련 합숙비를 해결했다. 가입하지 않은 직원은 압박을 받기 때문에 억지로 가입할 수밖에 없고, 본사 임원들이 SNS 단톡방에 들어와 연습 상황을 감시했기 때문에 영하 12도 강추위에도, 장맛비와 천둥이 몰아쳐도 야외로 연습을 나가야 했다. 

직원을 하인 부리듯 하는 갑질 사례도 다양하다. 한 병원 직원은 “병원장 아들 결혼식에 직원을 조직적으로 동원해 안내·주차 관리·화환 관리·VIP 안내·축하금 명부 작성을 시켰다”며 “심지어 결혼식이 끝난 후 비용을 정산해서 엑셀로 출력, 신혼집에 갖다 주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당연히 별도 수당을 주지 않았다. 

김장을 강요한다는 제보도 많다. 한 병원은 해마다 배추 1만 포기를 김장하는데 언제나 비번인 간호사들 몫이라고 한다. 대전에서 캐디로 일한다는 C씨는 “겨울철만 되면 추가 업무가 발생한다. 회장님 지시로 김장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면 제설 작업에도 투입된다”고 했다. “사무실 안에 화장실이 있는데도 냄새가 난다며 건물 지하 화장실로 가라고 하고,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문자로 보고하게 한다”는 제보도 있었다.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D씨는 회장이 가족여행을 가니 별장을 관리하라며, 닭 모이와 개 사료를 챙기라는 황당한 지시를 받았다. 이를 거부하자 “회사에 불만 있느냐”는 회장 아들의 전화까지 받았다고 한다. “사무실에서 먹을 물을 약수터에 가서 떠오라고 한다” “호텔에서 일하는데 사장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당에 가서 숯불 올리는 일을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하라고 한다”는 제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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