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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 페란테’를 아시나요

힐러리 예찬 HBO 드라마 제작 ‘독한’ 이탈리아 소설

  • | 최창근 객원기자 caesare21@hanmail.net

‘엘레나 페란테’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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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성의 투쟁적 삶 다뤄

레누와 릴라. ‘나폴리 4부작’은 동갑내기 두 소녀의 평생에 걸친 우정과 갈등을 다룬 소설이다. [한길사 제공]

레누와 릴라. ‘나폴리 4부작’은 동갑내기 두 소녀의 평생에 걸친 우정과 갈등을 다룬 소설이다. [한길사 제공]

‘얼굴 없는 작가’ 엘레나 페란테에 관해 확인된 사실은 작품 출간 이력이 유일하다. 1992년 ‘성가신 사랑’으로 데뷔했다. 10년 공백 끝에 2002년 ‘버려진 나날들’을 발표했다. 4년 후 ‘어둠의 딸’을 출간하며 이른바 ‘나쁜 사랑 3부작’을 완간했다. 

엘레나 페란테가 본격적인 필명을 얻게 된 것은 2011년이다. 그해 나폴리 4부작의 1권 ‘나의 눈부신 친구’를 냈다. 연이어 2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3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4권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를 1년에 한 권씩 출간하며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1권은 ‘레누’와 ‘릴라’라는 두 여성의 유년기와 사춘기 우정이 주제다. 주인공 레누와 친구 릴라는 한 동네에서 나고 자란 동갑내기 소꿉친구. 시청 수위의 딸 레누는 순종적인 성격의 노력파 모범생. 구두 수선공의 딸 릴라는 거칠고 도발적이지만 천재성을 타고났다. 

늘 노력하지만 친구의 명석함을 따라갈 수 없는 레누에게 릴라는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자 영감을 주는 뮤즈(Muse)다. 릴라는 가정 형편으로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독학한다. 레누는 이에 자극받아 공부하지만 친구의 탁월함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 학업뿐만 아니다. 릴라는 자랄수록 아름다워지고 아우라까지 발하며 뭇 남성의 이목을 끈다. 이를 보며 레누는 뚱뚱한 데다 안경까지 낀 자신을 자책하며 열등감을 느낀다. 경제력 탓에 상급학교 진학이라는 꿈이 좌절되는 릴라와 꿈을 이루는 레누,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은 환경에 반응하며 요동친다. 둘의 우정은 사랑과 미움, 동정과 질투가 한데 뒤섞인 흙탕물 같다. 

2권은 릴라의 불행한 결혼과 이혼이 주제다. 가정 형편 때문에 릴라는 구두 수선공 아버지 일을 돕는다. 그녀는 일에서도 눈부신 재능을 발휘해 집안의 성을 딴 ‘체룰로 구두’를 만든다. 식료품점 주인 스테파노는 릴라에게 행복한 미래를 약속하며 구혼한다. 한데 그에게 릴라의 열정이 담긴 구두는 사업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스테파노는 구두를 나폴리 마피아 조직의 일원에게 팔아넘긴다. 결혼식장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 릴라는 신혼여행에서 분노를 표출한다. 돌아온 것은 스테파노의 폭력. 릴라는 첫날밤 신랑에게 강간당하는 신부 신세가 된다. 부유하지만 천박한 스테파노와의 결혼 생활 속에서 릴라는 세속적이고 영악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반면 학업을 지속한 레누는 피사의 아르노강을 가로지르는 솔페리노 다리에서 릴라의 흔적이 담긴 공책을 모두 버린다. 레누는 자신과 릴라를 비교하지 않고 진정한 ‘엘레나 그레코’ 본연의 모습을 찾고자 한다. 엘레나 그레코는 작가이자 평론가로 데뷔한 레누의 필명이다. 



3권은 새로운 이름, 새로운 자아를 찾은 레누의 성공과 일탈이 주제다. 대학을 졸업한 레누는 피렌체에서 명문가 출신 대학교수 피에트로와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첫 출간한 소설도 호평받는다. 두 딸도 얻는다. 작품 활동과 육아를 병행하게 된 레누의 몸과 마음은 지쳐간다. 겉보기에는 행복한 결혼 생활은 하루하루가 권태의 연속일 뿐이다. 결국 레누는 가정을 버리고 첫사랑을 찾아가 일탈을 벌인다. 같은 시기, 스테파노와 이혼한 릴라는 외아들을 데리고 나와 햄 공장에서 일하며 힘든 나날을 보낸다. 명석한 릴라는 당시만 해도 낯선 컴퓨터에 눈떠 ‘시대를 앞선 여성’이 되고, 노조를 조직해 햄 공장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투쟁에 나선다. 

4권은 중년을 거쳐 노년에 접어든 레누와 릴라 이야기다. 피에트로와 결별한 레누는 나폴리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녀에게 나폴리는 곧 부모를 의미하지만 한편으로는 릴라를 더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릴라와 레누는 한 지붕 아래 살게 되고, 둘의 사이는 다시 가까워진다. 둘은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출산한다. 새로운 우정을 회복했지만 사랑과 미움, 동정과 질투의 감정은 여전히 교차한다. 양립할 수 없는 감정들은 용수철처럼 팽팽하게 두 사람 사이를 가까워지게도 멀어지게도 한다. 레누는 자신의 딸 임마와 릴라의 딸 티나를 비교하며 다시금 열등감에 사로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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