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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이식 개척자’ 이종수의 독일 편지

그리스인 호마타스 교수와의 50년 우정

아테네여, 델포이여, 친구여~ 영원하라!

  • | 이종수 독일 본대 의대 종신직 교수

그리스인 호마타스 교수와의 50년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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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폴리스와 우소 술

“저기 보세요. 저것이 그 유명한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예요. 해가 저물어갈 때의 경치가 아름답죠.” 

샤샤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아크로폴리스는 언덕 아래에서 솟아오르는 광선 속에 번쩍이고 있었고, 파르테논 신전이 지중해 해안의 맑고 푸른 저녁하늘에 우뚝 솟아 있었다. 그녀는 “닥터 리, 아테네에서 이 야경을 볼 때는 반드시 ‘우소’를 마셔야 해요. 우소 석 잔!” 하며 그리스 액센트가 섞인 영어로 나에게 설명했다. 

“우소는 그리스에서만 양조할 수 있어요. 이것은 포도주를 양조하기 위해 포도를 으깨서 짜고 난 찌꺼기를 발효시켜 증류한 것입니다. 오늘날 우소 술을 모르면 그리스를 모른다고 해야죠.” 

우소를 마신 뒤 오후 9시반경 우리는 아크로폴리스 옆에 있는 식당가 프라카로 갔다. 이 시간이면 독일에서는 저녁식사가 끝나는데 그리스에서는 저녁식사가 시작된다. 프라카는 수백 개의 식당이 밀집해 있음에도 관광객으로 초만원이었다. 샤샤는 나에게 스브라키를 들라고 권했다. 이것은 돼지고기살 숯불구이다. 양의 젖으로 만든 치즈 냄새가 식당 내에 넘쳐흘러 나는 비위가 상했다. 하지만 그리스 사람들에게는 양의 치즈가 우리나라 김치와 마찬가지다. 서민들에게는 양의 치즈와 빵만 있으면 그만이다. 나온 음식은 모두 올리브유로 조리됐고 식탁 위에는 여러 종류의 올리브가 놓여 있었다. 호마타스 박사는 올리브는 특히 심장혈관 질환 예방에 좋은 식품이라며 권했다. 

다음 날 나의 강의는 오전 10시 반부터 90분 동안 예정돼 있었다. 나는 인체 간이식에 대해, 특히 이식에서 혈액형과 장기 보존의 문제 등에 대해 강연했다. 그때만 해도 새로운 분야의 학문이기에 질문도 많았고 박수도 많이 받았다. 



이어서 나는 외과교수들과 같이 점심을 들기 위해 피레우스항으로 갔다. 아테네의 남쪽 사로니코스만 연안에 있는 피레우스항은 아테네의 관문이며 그리스 최대 항구다. 지난날 강대국의 지배하에 있을 때 얼마나 많은 그리스인이 이 항구에서 해외로 도피했을까 하고 생각해봤다.


포세이돈 신전

약 30분 자동차로 달리니 미크로리마노에 닿았다. 아테네의 혼잡도 소음도 아랑곳없고 바닷바람이 여름의 태양열을 받아 뜨거운 내 이마를 식혀줌과 동시에 비릿하면서도 상쾌한 바다냄새를 실어왔다. 해변에는 식당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밀집해 있었다. 우리는 바닷가에 놓인 한 식당의 큰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지중해에서 잡힌 생선을 전문적으로 요리하는 집이었다. 

“닥터 리, 이리 와요. 먹고 싶은 생선 하나 골라요.” 

나는 서울이나 인천의 활어 가게처럼 물속에서 요동치는 생선을 보러 가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식당 주인은 나를 식당 안으로 끌고 가더니 수십 칸의 서랍을 하나씩 열어서 내게 얼음 속에 보관돼 있는 생선을 보여주며 무엇을 들겠느냐고 했다. 서랍마다 종류가 다른 생선이 들어 있었다. 호마타스 박사의 권유에 따라 한 놈을 골랐다. 다른 교수들도 고르고 있었다. 약 30분 후에 숯불에 구운 생선이 나왔는데, 아무런 양념을 하지 않은 생선 숯불구이였다. 거기에 올리브유와 레몬을 뿌려서 와인과 같이 먹는다고 했다. 

“우리 그리스인은 수천 년 전부터 신선한 생선을 섭취해왔고, 생선에 다른 조미료는 사용하지 않아요.” 

이것이 고대로부터 내려온 그들의 식생활이다. 올리브나무와 레몬나무는 그리스와 같이 돌산이 많은 지역에서도 잘 자란다. 거기에 바다가 있고 돌산에는 염소가 잘 살 수 있으니 여기에서 이 민족의 이와 같은 건강한 자연식 식생활이 발달했다. 

이날 오후 나는 호마타스 교수와 같이 아테네에서 남쪽으로 약 70km 지점에 있는 발칸반도의 최남단, 즉 아티카반도의 끝에 있는 스니온곶의 포세이돈 신전 유적을 방문했다. 그리스 어디를 가나 유적 대부분이 파괴되고 돌기둥만 몇 개 남아 있었는데, 스니온곶의 포세이돈 신전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신전은 34개의 기둥으로 이뤄졌는데 수천 년간 격렬한 전쟁의 포화에서 파괴되고 남아 있는 몇 개의 기둥만이 석양에 반사돼 그 긴 세월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었다. 에게해역에서 적이 그리스를 공격해올 때 이곳은 최전방 방어진지였다고 호마타스 박사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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