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호

한형선의 우리집 푸드닥터

세포를 살리는 지름길

태양 에너지를 먹자!

  • 입력2018-03-11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지구상에 태양 없이 살 수 있는 생명은 없다. 태양은 생명의 근원이자 지구상 모든 생명체를 살아 있게 하는 가장 큰 에너지다. 모든 생명은 생명을 유지하는 근본 에너지를 태양에서 얻는다. 그렇기 때문에 만성이 된 난치성 질환 등을 치료하려면 태양 에너지를 충분하게 흡수해야 한다. 그래야 생명의 최소 단위인 세포가 살아나 몸이 근원적으로 회복된다. 세포를 살리는 태양 에너지를 제대로 흡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로 태양을 직접 ‘만나는’ 방법이 있다. 태양을 쬐며 그 따뜻한 온기와 밝음, 그리고 그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것을 일광욕이라 한다. 질환을 앓는 환자든 건강한 사람이든 하루 일정 시간을 할애해 일광욕을 충분히 해야 한다. 특히 햇빛을 통해 얻은 비타민D는 뼈 건강을 향상시키고 해마의 신경세포 성장을 활성화해 뇌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 

    태양을 충분히 받으면 자외선이 피부 기저에 있는 콜레스테롤을 자극함으로써 태양 에너지가 우리 몸에 도착했음을 알리면서 생명 활동이 개시된다. 우리 인체의 신장과 간에서 비타민D가 생성된다. 비타민D는 소장과 부신에서 칼슘과 인 등 영양분을 흡수하도록 신호를 보내 뼈가 튼튼해지도록 돕고, 면역 기능이 강화될 수 있도록 각종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한다. 또 갑상샘은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를 활성화한다. 태양 에너지를 통해 우리 몸에 ‘생기(生氣)’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든 암 환자든 바깥에서 햇볕을 쬐고 나면 자신감이 상승하고 기운이 생겨나는 것을 느낀다. 그것이 바로 생기의 힘이다.

    세포를 살리는 태양

    겨울철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은 상태에서 40~60분 이상 햇볕을 쬐어야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봄, 가을에는 적어도 20~25분, 여름철 햇빛이 강할 때는 10~15분가량 피부를 햇볕에 노출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로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는 방법은 햇빛을 ‘먹는’ 것이다. 햇빛을 받아 저장하고 영양분을 만드는 식물을 통해 태양 에너지를 섭취하는 것이다. 식물은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을 한다. 즉 태양, 공기, 물, 흙만을 원료로 모든 영양 물질을 만들고 저장한다. 참으로 위대한 ‘생화학 공장’이다. 엽록소가 풍부한 식물을 통해 태양 에너지를 섭취함으로써 우리는 피를 만들고 세포를 살아나게 해 건강해질 수 있다. 



    생명의 최소 단위인 세포가 건강해야 몸도 건강해진다.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약품이 힘들고 지친 세포에 일시적 도움을 줄지 몰라도, 그것이 세포가 좋아하고 원하는 일은 아니다. 우리 인체에는 60~70조 개가량의 세포가 모여 생명 활동을 한다. 이 중 약 300~500억 개의 세포가 매일 우리가 숨 쉬고, 먹고, 마시는 물을 재료로 해 새로 생성된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 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셈이다. 병들고 쓰러진 세포가 있는 반면 새롭게 만들어지는 세포도 있다. 건강한 세포가 많아야 우리 몸이 건강해진다. 이를 위해서는 생명의 근본 에너지인 태양 에너지를 충분히 받고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비상구가 녹색인 까닭

    사람이 위급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색깔은 녹색이다. 그래서 비상구 표지판이 녹색인 것이다. 사람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을 때 녹색 채소와 과일 등에서 다시 생명력을 얻을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광합성에 이용되는 햇빛은 식물의 잎 속에 있는 엽록소만이 흡수할 수 있다. 엽록소 없이 광합성은 일어나지 않고, 식물은 생명 작용을 할 수가 없다. 그런 엽록소를 만들어내는 색이 바로 녹색이다. 식물이 녹색을 띠는 이유다. 엽록소는 햇빛으로부터 흡수한 에너지를 이용해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CO₂)를 포도당으로 만들고, 그 부산물로 신선한 산소를 내뿜는 광합성 작용을 한다. 다시 말하면 엽록소는 ‘태양의 기운을 저장하는 공장’이다. 

    엽록소는 녹색 식물의 엽록체 속에서 빛 에너지를 흡수해 이산화탄소를 유기화합물인 탄수화물로 동화하는 데 쓰인다. 엽록소의 주요 작용은 조혈 작용과 새로운 세포를 만드는 세포 부활 작용, 항암 작용이다. 상처 치유도 돕는다. 

    엽록소는 우리 혈액의 주성분인 헤모글로빈과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헤모글로빈의 중심 원자는 철분(Fe)이다. 엽록소는 그 중심에 마그네슘(Mg)을 둔다. 그런데 마그네슘과 이를 둘러싼 바깥의 구조가 혈액의 철과 이를 둘러싼 구조와 매우 비슷하다. 그리하여 동물이 엽록소를 섭취하면 마그네슘 자리에 철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혈액이 만들어진다. 이렇듯 엽록소의 주요 작용 중 하나가 바로 우리 몸에서 피를 만들어내는 조혈 작용이다. 엽록소의 핵심 마그네슘이 소장에서 철분으로 바뀌면서 혈액 속의 혈구가 만들어져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항암에도 뛰어난 엽록소

    실제로 엽록소가 많이 들어 있는 해조류나 무청, 보리 새싹 등을 잘 숙성된 간장이나 된장과 함께 꾸준히 섭취하면 빈혈 예방은 물론 치료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엽록소의 주성분인 마그네슘은 우리 몸에서 없어서는 안 될 미네랄 중 하나로, 혈관을 확장시키고 마음을 진정시키며 심장 기능을 돕는다. 특히 만성 통증을 없애고 근육을 이완시키는 작용에 효과가 있다. 이 마그네슘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식품이 바로 해조류다. 

    또한 엽록소는 효소를 만들고 활성화하며 인체 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 세포를 젊어지게 한다. 가장 좋은 해독제로서 중금속 등 독소를 체외로 배출하고 화농을 제거하며 항궤양 작용이 있어 상처 치유를 촉진하고 위·십이지장 궤양, 췌장염 등에도 효과가 있다. 또 혈액을 맑게 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상으로 만든다. 

    엽록소는 항산화 작용과 세포의 돌연변이를 억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항암 효과도 뛰어나다. 알레르기 질환, 당뇨병 등 생활 습관병 치료에도 근본적으로 도움이 된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콩, 땅콩, 옥수수, 곡류 등에서 발견되는 진균 독소인 아플라톡신에 의해 유발되는 간암 발병률을 엽록소가 크게 낮춘다고 한다. 

    같은 식물이라도 양지에 사는 식물보다 응달에서 사는 식물이나 바다에 사는 해조류에 더 많은 엽록체가 들어 있는 점은 흥미롭다. 햇빛을 받기에 불리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식물들의 생존 전략 덕분이다. 거듭 말하지만 지구의 모든 에너지는 그 뿌리를 태양 에너지에 두고 있다. 그러한 태양 에너지를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것은 오로지 식물뿐이다. 엽록소를 풍부하게 가진 채소를 우리가 즐겨 먹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요리하는 약사 한형선의 음식 치유 노트

    제철 채소 | 땅의 기운, 태양의 에너지를 섭취하자
    추운 겨울에 자라나는 보리 싹에는 비타민C와 생리활성물질이 많이 들어 있다. 한여름에 자라나는 여름 채소에는 항산화물질과 자외선을 차단하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짧은 기간에 뿌리가 깊게 자라나는 우엉에는 성장 발육을 활성화하는 성분과 미네랄이 듬뿍 들어 있다. 산과 들에서 자생하는 식물은 혹독한 자연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살아가면서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게 된다. 같은 채소라도 바닷가에서 바람을 이겨내면서 자라거나, 추운 곳이나 더운 곳에서 자란 것에 유효 성분과 생명력이 더 많이 들어 있다. 이처럼 제철 채소는 땅의 기운과 태양 에너지가 농축돼 있어 우리에게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준다.

    김 | 초간장에 찍어 드세요
    김은 영양이 매우 훌륭한 해조류 중 하나다. 김을 꾸준히 섭취하면 인체에 침투한 병원균을 제거하고 종양 세포를 파괴하는 작용이 최고 4.5배까지 높아진다. 갑상샘 건강에도 좋다. 

    김에는 양배추의 16배, 귤의 30배에 해당하는 풍부한 식이섬유가 들어 있다. 인체의 면역성을 높여 암세포에 저항할 수 있게 도와준다. 대장 운동을 촉진해 배변 활동을 돕고 포만감을 주어 비만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또 김의 타우린과 칼륨, 마그네슘 등은 혈압을 정상으로 유지시키고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탁월하다. 비타민 B12는 신경과 뇌의 작용을 좋게 해 건망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또한 김에는 비타민C가 토마토나 레몬보다 더 풍부하게 들어 있다. 생김과 같은 해조류에는 우리가 섭취하는 다른 음식물(채소나 육식 등)의 체내 대사 활동을 도와 글루타치온 등을 생성, 항산화력과 항암력을 높이는 작용이 있다. 

    우리는 보통 김에 소금과 기름을 가미해 구워 먹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생김에 함유된 아미노산이나 비타민 등이 파괴된다. 따라서 되도록 소금 양념을 하지 말고 굽지 않은 생김 상태로 먹는 게 좋다. 초간장과 함께 먹으면 영양 흡수 효과가 더 높아진다.

    상추쌈 | 식초+된장과 제대로 먹기
    대표적인 잎채소 상추는 그냥 먹으면 소화·흡수되는 것이 20~30%에 불과하다. 따라서 상추의 엽록소를 분해하고 쪼갤 줄 아는 ‘능력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바로 식초와 된장, 간장 등 우리의 전통 발효 식품이 능력자 역할을 한다. 

    이들은 이미 발효 과정을 통해 식물을 깨뜨린(분해한) 경험이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힘이 센 것은 식초와 된장이다. 식초는 산소와 헤모글로빈의 친화력을 높여 뇌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해 머리를 맑게 해 주고 기억력을 증진시킨다. 특히 일명 ‘회춘 호르몬’이라 하는 파로틴의 분비를 촉진해 세포의 노화를 막고 뼈를 강하게 한다. 

    자, 이제 상추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약간의 식초를 섞어 양념한 된장을 살짝 얹는다. 상추만 먹는 것보다 흡수율이 높아진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다. 식물성 기름이 잘잘 흐르는 밥을 한 숟갈 얻는다. 흡수율이 더 높아진다. 

    이게 또 다가 아니다. 좋은 목재, 철근을 다 갖다놨더라도 훌륭한 목수가 없으면 집을 지을 수가 없다. 우리 몸의 목수는 미네랄이다. 미네랄은 주로 바다에 있다. 해조류를 통해 섭취할 수 있다. 따라서 상추쌈 옆에 미역국 한 그릇이나 바지락을 넣고 끓인 된장국을 한 그릇 갖다 놓자. 완벽하게 궁합이 맞는 한 끼 식사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