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호

연쇄정상회담 이후 북미는 어디로Ⅰ

단독확인 | 바그다드 함락 미 3사단, 한국 배치 완료

“3월 야간·휴일 없이 강도 높게 전쟁준비훈련”

  • 입력2018-03-19 09: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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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5전쟁 이후 처음 온 부대

    • 개전 3주 만에 이라크 중심부 점령

    • 전투 경험 풍부한 주력 기갑전투여단 배치

    • “9개월 미만 순환배치로 주한미군 가족동반 제한”

    • “정상회담 전후 해상차단·봉쇄 가능”

    • “동해는 이미 ‘잠수함 천국’ 됐다”

    • “北 전역 비행금지구역 선언설”

    • 독수리훈련 이후 미 전력 남는다?

    • “북·미 정상회담 결렬 시 충돌 위험 더 커져”

    2003년 4월 1일 이라크 바그다드로 진군하는 미·영연합군. [이훈구 동아일보 기자]

    2003년 4월 1일 이라크 바그다드로 진군하는 미·영연합군. [이훈구 동아일보 기자]

    잔인한 4월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급반전되고 있다.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메가톤급 훈풍 때문이다. 한반도의 냉전을 녹여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그러나 난관도 적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핵문제와 관련된 북한과의 대화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이번에 대화가 잘돼 비핵화가 되면 좋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엔 회담이 결렬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위험은 더 커질지 모른다. 최근 미군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알아봤다.

    “천재이거나 공산주의자”

    영국 BBC 방송은 2월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회담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21세기 정치 도박(The political gamble of the 21st Century)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북·미 대화를 중재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외교의 천재이거나 자신의 나라를 파괴하는 공산주의자 중 하나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의 북미 중재 노력이 실패하면 다시 벼랑 끝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전망도 뒤따랐다. 

    외신에 따르면, 이 도박의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는 김정은이다. 그는 올리브 가지(평화의 메시지)를 흔드는 프로파간다의 달인인지 모른다. 그러나 김정은이 대화의 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게 만든 주역은 아마 트럼프 대통령일 것이다. 탈북자들은 경제제재로 인해 북한 내부 사정이 최악으로 가고 있다고 전한다. 1000여 개 장마당을 터전으로 사는 주민들은 물론이고 이들에게 기생하는 간부들도 삶이 급격히 피폐해졌다는 것이다. 

    노동당 간부 대부분은 월 10~20달러의 임금 소득으로는 부족해 뇌물을 받아 생활을 영위한다고 한다. 역대급 대북제재로 돈줄이 막히자 이들을 비롯한 지배엘리트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고 한다. 

    사회주의 체제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이런 체제에선 독재자와 지배엘리트 간 역학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평상시엔 독재자가 재화를 지배 엘리트에게 선물로 주고 충성으로 보답받는 거래 구조를 갖는다. 김정은도 간부들에게 벤츠 승용차 같은 사치품과 무역 권한을 준다. 봉건시대의 왕이 내탕고를 채워주는 상단 운영자에게 무역 권한을 준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 이런 거래 구조가 깨지면 지배엘리트의 일부는 독재자에게 불만을 갖는다. 그러다 독재자는 내부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고 결국 제거된다. 



    현재 김정은은 심각한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의 지배엘리트에게 재화를 제대로 공급해줄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있다. 체제를 지탱하는 거래 구조가 잘 작동하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김정은 체제가 안으로부터 균열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4개의 유엔 제재를 받으면서 북한 무역의 90%를 차지하는 북·중 무역은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났다. 김정은과 북한은 굶어 죽거나 맞아 죽거나 할 형국에 처했다.

    안으로부터 균열?

    북한이 평화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징후는 지난해 말 포착됐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29일 미국 동부까지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을 발사했다. 그러나 이는 고각발사였으며,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완전히 확보하진 못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대기권 재진입을 위해서는 탄두 마찰을 줄이기 위해 수직에서 20~30도 경사지게 진입하는 자세제어기술, 6000~7000도의 열과 탄두가 일정 부분 깎이는 것을 견디는 내열 합금 및 삭마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원하는 목표지점과 시간에 핵분열 및 융합반응을 일으키는 기폭장치가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기술을 아직 완성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사일 제원과 관련한 북한의 상세한 발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계측장비와 낙하지점에서의 분석선단을 이용해 화성-15형을 정확하게 분석한 결과를 밝혔어야 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지난해 11월 북한이 재진입 기술을 완성하려면 3~6개월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6개월의 시점은 올해 5월이다. 북한은 이 6개월의 기간 안에 사력을 다해 미사일을 완성해야 한다.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하라고 압박하면서 5월 데드라인에 맞춰 정상회담을 수락한 것이다. 북한이 가진 핵·미사일이 아직 완성품이 아니므로 그 가치는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29일 정부 성명을 통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이것은 핵무기를 가지려는 국가가 그 목적을 달성할 능력을 갖게 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선언은 핵 무력의 기술적 완결 입구에서 내놓은 정치적 선언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북한은 핵보유국 행보를 내딛고 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국가 핵 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성취했다”면서 “그 어떤 핵 위협도 봉쇄 대응할 수 있으며 미국이 모험적 불장난을 할 수 없게 제압하는 강력한 억제력으로 됐다”고 자평했다.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한다”고 자신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재일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3월 10일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했다. 이 신문은 “분단의 주범인 미국이 일삼아온 북침전쟁 소동에 영원한 종지부를 찍는 평화 담판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배경에 대해 “그동안 트럼프는 조선에 대한 군사 행동의 가능성을 내비쳐왔으나 실제로는 무력 충돌을 피하고 핵보유국 조선과 대화를 하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완성하는 바람에 미국이 대화를 미룰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조선신보의 글은 하루 만에 전문이 삭제됐다.

    뮌헨 신드롬

    1939년 9월 29일 아서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는 독일에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데텐 지방을 넘겨준다는 내용을 담은 뮌헨협정문을 들고 왔다. 그는 아돌프 히틀러가 서명한 뮌헨협정문을 놓고 “영광스러운 평화”라고 치켜올렸다. 이에 대해 윈스턴 처칠은 “나치의 폭력 위협에 굴복한 것” “이리떼에게 작은 고기 한 덩어리를 던져주고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착각”이라고 했다. 

    독일은 뮌헨협정 체결 이듬해 3월 체코의 나머지를 병합했고 4월 폴란드를 침공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시작이었다. 체임벌린의 이 오판은 유화정책의 한계를 뜻하는 ‘뮌헨 신드롬’으로 불린다. 

    몇몇 안보 전문가는 이번 대북 특사단의 합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뮌헨 신드롬을 상기시킨다. 독재자와의 협상엔 이런 위험이 늘 수반되기 때문이다. 체임벌린은 문서라도 들고 왔지만 이번 남북 합의엔 문서조차 없다. 북한 당국이나 언론 매체는 합의가 나온 지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합의 내용에 대해 확인해주지 않았다. 한국은 김정은의 말만 믿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개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하도록 했다. 잘되면 노벨평화상감이다. 그러나 BBC의 말대로 잘못되면 북한은 물론이고 한국도 더 깊은 벼랑 끝으로 몰릴 것이다. 필자는 이 점이 우려된다. 

    사실, 김정은의 급반전엔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북한은 과거 중요한 합의를 자주 어겼다. 1972년 체결된 7·4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가 휴지조각이 됐다. 1991년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도 헌신짝처럼 취급됐다. 1994년 제1차 핵 위기를 타결한 제네바 합의도 파기됐다. 2005년 6자회담의 결실로 나온 9·19 공동성명도 이후의 핵실험으로 무용지물이 됐다. 이후 2·13 합의와 10·3 합의는 구체적으로 핵시설을 표시하고 봉인하고 신고하고 폐기하고 검증하기로 했다. 2008년 6월 북한은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다. 그러나 이런 합의와 폭파도 쇼로 끝났다. 

    북한은 원론에 합의한 뒤 각론에서 시비를 붙는 공산주의자들의 전형적인 협상 수법을 써왔다. 2012년 미국과 북한은 북한의 영유아를 지원하는 2·29합의를 도출했다. 이후 북한은 두 달도 안 돼 장거리미사일을 쐈다. 이렇게 북한과 체결한 모든 합의는 결국 무산됐다. 국제법상 조약의 성격을 갖는 정전(停戰)협정도 하루아침에 백지화하는 북한이다. 북한의 합의 파기 역사는 너무나 찬란하다. 이번 합의를 파기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특사단에 따르면, 김정은은 비핵화를 이야기하면서 ‘군사위협 해소’ ‘체제안전 보장’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것은 북한이 반복해 주장한 말이다. ‘어떻게 군사적 위협을 해소하고 체제의 안전을 보장할 것인가’에 대해 북한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이 대목이 지뢰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지금 북한은 내부 사정상 핵을 쉽게 포기할 수도 없다. 북한은 2012년 개정헌법에서 ‘핵보유국’이라 칭했고, 2013년 ‘자위적 핵보유국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에 대한 법’이라는 이른바 ‘핵보유법’을 제정했다. 북한 주민들 뇌리에 박히도록 핵 보유를 선전해왔는데, 갑자기 핵을 버리겠다고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북한 매체들은 정상회담 합의에 대해선 침묵하면서 “핵 무력은 정의의 보검” “100년이 지나도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겠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유화책은 늘 시간 벌기 전략의 일환이었다. 이번에도 그랬을 정황이 있다. 지난해 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2대 전략 방향이 채택됐다. ‘핵보유를 어떻게 기정사실화하느냐’ ‘제재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라는 것이었다. 제재를 무력화하고 시간을 벌기 위해 평화 국면으로 전환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어려울 때마다 한국을 이용했다. 1990년대에 소련이 붕괴해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태도를 바꿔 남북 기본합의서를 채택하고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했다. 이후 고난의 행군을 무사히 넘겼다. 현재까지 유엔 안보리가 통과시킨 대북제재 결의안이 11개에 달한다. 무지막지하게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다. 이 제재가 북한 목에 턱턱 차올라서 북한은 궁지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3사단 소속으로 한국 왔다”

    2월 16일 동중국해에서 북한 선적 유조선과 소형 선박이 유류 밀거래를 하는 장면. [일본 방위성]

    2월 16일 동중국해에서 북한 선적 유조선과 소형 선박이 유류 밀거래를 하는 장면. [일본 방위성]

    이런 점에 비춰보면, 특사단의 발표도 중요하지만 북한이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핵 폐기 행동을 보일 때 겨우 믿을 정도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수용했음에도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3월 9일 “미국은 북한에 최대 압박을 이어갈 것이고, 북한이 비핵화 의지와 일치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으면 회담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현재 북한과 협상 단계에 있지 않다”며 “미국은 북한이 약속한 사항을 지킨다는 전제하에 북한의 대화 요청에 응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예정해놓았다 하더라도 미국의 대북 압박은 지속되고 있다. 전쟁도 불사하는 징후가 이완되지 않고 있다. 

    주한미군 2사단에 근무하다가 지난해 여름에 미국 본토로 전속 간 미군 부사관인 A씨는 1년도 안 된 지난 3월 첫째 주 한국으로 돌아왔다. ‘신동아’ 3월호에 ‘이번엔 가족을 동반하지 못하고 혼자 한국에 오게 됐다’는 그 A씨다. 필자는 최근 A씨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그는 “미 2사단이 아니고 3사단 소속으로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필자가 확인해보니, 미 육군 3사단 소속 부대가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 온 것은 사실이다. 미국 조지아주의 포트 스튜어트 기지에 주둔한 미 육군 제3사단 제1여단이 9개월간 한국에 순환배치된 것이다. 이는 미국 AP가 1월 13일 미국 조지아주의 미 육군 탱크여단이 한국에 순환 배치된다고 보도한 점과도 부합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한미군 하면 미 2사단을 떠올리는데, 지상전을 주로 맡는 3사단이 한국에 온 것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통상 9개월 미만으로 순환 배치되는 부대(Rotation Unit)는 가족 동반이 금지된다. 그래서 주한미군인 A씨는 이번에 가족 동반 없이 혼자 한국에 왔다. 신규 배치 주한미군 가족 동반 금지 논란과 관련해, 9개월 미만 순환배치라는 미군의 인사 방식 중 하나가 이번에 한국에 오는 부대에 적용됐다는 점이 확인된다. 

    A씨는 필자에게 “한국에 배치되자마자 야간에 이르기까지 훈련을 전쟁 준비 수준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훈련은 휴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다음 주 일요일에 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필자의 미군부대 근무 및 훈련 참여 경험에 의하면 미군들은 휴일에는 거의 쉰다. 만일 연속해서 휴일까지 훈련하면 평일에 훈련 공휴일을 두어 쉰다. 그러나 3월 들어 주한미군의 병력과 정찰기는 휴일과 심야와 새벽에도 훈련과 활동을 한다. 반드시 전쟁을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만일을 대비해 전쟁을 바로 수행해도 되는 수준으로 실전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주한미군에 순환배치된 미 3사단은 2003년 3월 이라크전쟁 때 주공격 사단으로서 대담한 우회 접근으로 바그다드를 함락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당시 3사단이 바그다드로 진격하는 주변에는 이라크군 6개 군단, 15개 사단이 있었다. 그러나 이 이라크 군대는 해·공군과 합동작전을 벌이며 진격하는 3사단을 전혀 막아내지 못했다. 장비와 작전에서의 현격한 차이 때문에 이라크 군대는 처음부터 무너져 내렸다. 바그다드를 개전 3주 만에 함락시킨, 전투 경험이 풍부한 3사단의 주력 기갑전투여단이 한국에순환배치된 것이 예사롭지가 않다.

    최정예 기갑부대와 해·공군 합동작전 방식

    최근 미군 주변에선 “북·미 정상회담 결렬 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유지하면서 해상차단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은 과거의 해상차단 작전이 별 효과가 없었던 점을 고려해 국제적 역량을 결집하려 한다. 구체적으로, 유엔군사령부 전력 제공국들을 최대한 규합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은 1월 15~16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6·26전쟁 참전국들을 포함한 20개국 외무장관 회담을 열었고, 이들을 밴쿠버 그룹으로 묶었다. 해상차단이 본격화하면 이들 나라의 해군은 미군과 공동으로 작전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2월 23일 밝힌 ‘포괄적 해상차단’은 북한, 중국, 싱가포르, 홍콩, 파나마 국적의 선박 28척과 해운사 등 기업 27곳, 개인 1명을 대상으로 삼는다. 이는 군사 행동을 빼고 가장 강력한 압박 조치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해, 영국 재무부는 지난해 말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관련된 북한 개인 16명과 기관 1곳을 제재 목록에 올렸다. 호주는 3월 8일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둔갑시켜 선적해 대북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자국 부동산 회사인 ‘브리트 오스트레일리아’를 조사했다. 인도는 3월 7일 대북 경제제재에 품목을 추가했다. 

    미국의 해상차단은 사실상 시작됐다. 미국은 인공위성과 정찰위성을 동원해 환적하는 북한 선박들을 촬영해 공표하면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2017년 10월 19일 촬영한 북한 금별무역 소속 례성강 1호의 환적 사진을 2017월 11월 22일 재무부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도 했다. 위성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지역에는 잠수함이 투입된다. 여기엔 밴쿠버 그룹의 해군력이 동원되고 있다. 

    “캐나다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도움을 주는 해상 교역을 감시하는 작전에 잠수함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캐나다 공영 CBC 방송이 2월 6일 보도했다. CBC에 따르면 캐나다 해군 소속 디젤·전기 잠수함인 ‘HMCS 치쿠티미함’은 2월부터 한반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박들을 감시하는 작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 이 잠수함은 군함은 물론 상업용 선박까지 추적하면서 북한이 즐겨 쓰는 공해상 환적을 관찰한다. 

    지금 한반도 주변엔 레이건 항모 전단과 칼빈슨 항모전단이 배치돼 있다. 그러나 보이는 전력이 다가 아니다. 해상차단을 위해 얼마나 많은 나라의 잠수함이 동해 일대에서 활동하는지 알 수 없다. 몇몇 전문가는 “동해는 ‘잠수함 천국’이 됐다”고 말한다. 해상차단이 강화될수록 북한 경제가 입는 손실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북 미사일 요격’에 이지스함 8척 동원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불상의 미사일 4발을 발사한 2017년 3월 6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키리졸브(Key Resolve·KR)와 독수리(Foal Eagle·FE) 훈련에 참가한 주한미군이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불상의 미사일 4발을 발사한 2017년 3월 6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키리졸브(Key Resolve·KR)와 독수리(Foal Eagle·FE) 훈련에 참가한 주한미군이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면 미국은 직접적인 물리적 제재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표적인 조치가 해상봉쇄다. 이 조치는 북·중 접경지역에 대한 밀무역 차단과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고 한다. 

    이 해상봉쇄에 1차적으로 나설 나라는 미국, 일본, 영국, 호주, 캐나다다. 인도도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어정쩡한 태도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의 동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미국의 양해를 구하는 수준에서 참여는 하되 실력행사에는 나서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다. 

    해상봉쇄는 북한을 고사(故死)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심리적으로도 더욱 조인다. 해상봉쇄 과정은 북한을 오가는 선박에 대한 차단인데 강제력을 동원해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 북한을 입출항하는 모든 선박을 참가국들의 해군력으로 정선시킨 뒤 검색한다. 이 과정에서 북한 선박에 있는 무장요원들이 저항할 것이다. 주로 북한 군인들인 이들과의 교전이 불가피하고 희생자도 발생할 수 있다. 

    북한은 이러한 해상봉쇄에 반발할 것이다. 만일 우발적 충돌이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 발생한다면 남북 정상회담을 낙관할 수 없다. 북한이 한국과 일본에 무력도발을 하거나 핵·미사일 실험을 단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완성하지 못했다면 북한은 결국 남북 정상회담에 응하면서 5월까지 시간을 벌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4월로 유예되든 5월로 유예되든 북한의 무력 반발은 해상봉쇄를 더 강하게 만든다. 4월과 5월에는 키리졸브와 독수리 연습에 참가하는 미 전략자산을 비롯한 최강의 전력들이 이미 한반도 해역과 근해에 전개해 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상봉쇄가 단행되면 칼빈슨 항모 강습단과 레이건 항모 강습단도 참여할 것이다. 

    만약 북한이 해상봉쇄에 반발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실험을 단행하는 경우, 미국은 이번엔 이 미사일을 요격하거나 발사 전에 원점을 타격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이런 도발이 이미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이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로 금지돼 있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수많은 경고를 해왔다. 미국으로선 이러한 국제적인 공감대를 활용할 소지도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한미합동군사훈련 때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발사대를 무력화할 전력을 동해에 진입시킬 것이다. 북한 미사일 요격엔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이 적어도 8척 이상 동원될 수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현장을 타격하기 위해선 전략폭격기 B-1B와 수직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를 동해 상공에 수시로 비행시킬 수 있다. 

    연쇄 정상회담에 따라 국내에선 한미연합훈련 축소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러나 미국은 오히려 참가 전력과 규모를 강화하는 추세다. 독수리 훈련의 일환으로 실시될 한미연합상륙훈련에 F-35B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한 미 강습상륙함이 처음으로 참가한다. F-35B는 북한의 레이더망을 피해 평양 주석궁 등 전략 목표물을 정밀 타격할 수 있고, 6~20대의 F-35B를 탑재하는 와스프함은 예방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군의 핵심 전력이 된다. 상륙훈련 규모도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커지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비핵화가 실질적으로 진전되기 전까지는 대북제재와 ‘최대의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미국 측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B-1B 폭격기와 F-15 전투기를 비행시켜 선제타격에 대한 사전예행연습을 마쳤다. 특히 F-35B는 은밀하게 이륙해 북한 상공에 침투하는 점에서 위력적이다. 미국의 항공모함 함재기들도 일부 F-18E/F에서 F-35B로 교체된 듯하다. 이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국회 연설에서 나타난다.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군사작전 신호탄

    2017년 12월 6일 한국공군 F-16 2대, F-15K 2대, 美 B-1B 1대, F-35A 2대, F-35B 2대(왼쪽부터)가 편대를 이루어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위) F-35B 수직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공군 제공]

    2017년 12월 6일 한국공군 F-16 2대, F-15K 2대, 美 B-1B 1대, F-35A 2대, F-35B 2대(왼쪽부터)가 편대를 이루어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위) F-35B 수직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공군 제공]

    “현재 한반도 주변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모함 3척이 F-35 및 F-18 전투기를 탑재한 상태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미국의 함재기들이 F-35로 바뀌고 있다면 북한으로선 엄청난 부담이 된다. 

    몇몇 미군 관계자의 입에선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 비핵화에 실패하면 미국은 북한 전 지역에 대해 비행금지 선언을 할 수 있다”는 설 또한 흘러나온다. 2003년 이라크전쟁 때 미국은 이라크에 대해 비행금지구역(No Fly Zone)을 미리 설정해 이라크 내에서 비행하는 전투기를 격추하고 이라크의 대공무기를 단계적으로 제거했다. 만약 미국이 북한에 대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면 이는 군사작전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미군에 의한 김정은 제거(참수작전)는 김정은이 외부 행사에 나타날 때 전격적으로 실시될 수 있다고 한다. 군 당국에 따르면, 김정은의 외부 활동은 대부분 파악된다. 한 당국자는 “1∼2개월 정도 시간을 두고 김정은의 동선을 파악하면 그의 외부 활동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참수작전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75 레인저 연대를 비롯한 델타포스나 네이비 실 등 특수부대가 가세하면 더 효과적이다.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은 네이비 실 팀과 이들을 은밀하게 침투시키는 잠수정을 탑재하고 있다. 네이비 실은 빈 라덴을 사살해 인도양에 수장시킨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실제 도발하면 그때 가서 참수작전을 할 수 있다는 쪽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미국의 강경파들은 지금껏 북한이 핵탄두를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하기 전에 참수작전을 할 수 있음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결국 미국은 참수작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문재인 정부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를 단독으로 수행할지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외과수술하듯 도려내려 할 수도 있다. 대략 6단계로 진행하는 것으로 검토된다고 한다. “△e-폭탄, EMP탄, 흑연탄으로 북한 전쟁지도부의 통신망·전력망 무능화, △토마호크 등 장거리 정밀타격 미사일로 북한의 핵·미사일 제조·저장시설 파괴, △북한의 중고고도 방공망 파괴, △글로벌 호크의 북한 상공 투입, △스텔스 전투기로 도망가는 북한 미사일 이동발사대 실시간 제거, △MOAB탄과 벙커버스터로 함경남도 풍계리 핵 실험장 파괴”가 그것이다.

    참수작전에 한·미 이견?

    북한군 장거리 포병부대의 포 발사 장면. [노동신문, 동아DB]

    북한군 장거리 포병부대의 포 발사 장면. [노동신문, 동아DB]

    이 군사 옵션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한반도 바깥의 미군 전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정전협정 때문이다. 주한미군이 개입하면 휴전선을 넘게 되고 정전협정을 정면으로 위반한다.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은 한반도 방어 임무와 정전협정 관리 임무를 동시에 맡는다. 그런 유엔군사령관 휘하에 있는 미군이 월경(越境)하면 스스로 정전협정을 어기는 셈이다. 협정 당사자인 중국에 개입할 명분을 주게 된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한반도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 핵을 국제 비확산 문제 및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주해 자위권 차원에서 대처하려 할지 모른다. 미국이 독수리 훈련이 종료돼도 참가 전력을 복귀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대부분 제거된다면, 북한의 보복 수단은 수도권 북쪽에 배치된 장사정포일 것이다. 1994년 영변 폭격론이 나왔을 때만 해도 한·미군은 북한의 장사정포를 신속하게 제압할 방도를 갖고 있지 않았다. 

    지금은 대응력이 크게 개선됐다. 군은 수도권 북방의 북한 장사정포를 340문 정도로 보고 있고 그 위치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한·미군의 포병과 미사일, 전투기가 장사정포 갱도와 사격 장소를 공격하도록 작전계획도 세워놨다. 이 대로면 장사정포는 2∼3일 내에 대부분 제거된다. 장사정포에는 한 차례 쏠 포탄만 장전돼 있고 나머지 포탄은 갱도에 있다. 갱도 입구를 파괴하면 장사정포에 다시 장전할 포탄이 없어진다. 

    작전·정보 전문가들은 유사시 북한 장사정포가 수도권으로 한 차례 쏠 수 있는 포탄을 최대 3000∼5000발로 판단한다. 이 포탄 중 3분의 1은 건물을 맞힐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건물 면적보다 도로나 공터 면적이 더 넓기 때문이다. 장사정포는 콘크리트 벽을 관통할 수 없다. 수도권엔 지하철과 지하주차장, 콘크리트 건물 뒤 등 대피할 장소가 즐비하다. 조기경보시스템이 잘 작동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북한의 전쟁지도부가 마비된다면 전면전으로 확대하기는 어렵다. 미국이 전쟁비용 문제 때문에 전쟁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전면전이나 장기전의 경우다.

    한국이 김정은 보증 서준 부담…

    필자는 양대 정상회담이 잘 진행돼 북한 비핵화가 실현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특사단이 가져온 합의에는 지뢰밭이 많다. 정상회담이 잘 진행되지 않아 더 가파른 벼랑으로 몰릴 위험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하여금 발표하게 함으로써 한국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보증 서주는 모양새를 만들었다. 이런 일이 없어야 하지만 만에 하나, 북·미 정상회담이 잘못되면 그 책임이 한국에 돌아올 수도 있다. 한국의 발언권이 약해지고 미국 주도 예방전쟁의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된다.

    김기호
    ●육군사관학교 졸업(35기), 육군 대령 전역
    ●합동참모본부 전략참모부 전략기획담당
    ●한미연합사령부 작전계획과장
    ●국방대 안보대학원 군사전략학부 교수
    ●現 KBS 객원 해설위원,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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