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호

총력특집 | ‘한반도의 봄’ 기회 혹은 함정 |

대북특사 秘스토리

“맹경일, 19일간 한국 잠행하며 정상회담 설계”

  • 입력2018-03-25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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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 사전합의 후 대북특사에 추인” 추정

    • 청와대 내부회의서 “한반도평화 속도 내자”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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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의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이뤄진 남북대화가 4월 말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질 조짐이다. 악화일로의 한반도 정세가 대화 모드로 전환되고 있다.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전쟁 위기감이 감돌던 때와는 달라진 상황이다. 낙관하기엔 이른 상황이지만, 벚꽃의 4월과 장미의 5월에 두 번의 정상회담이 잘 치러질지 주목된다. 

    북한은 문 대통령 취임 후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12차례에 걸친 도발을 감행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이 ‘대화’의 문을 열도록 해야 했지만,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 간 호전적 언사가 오가면서 일촉즉발의 양상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국무회의에서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며 한계를 토로하기도 했다.

    “레드라인 밝힌 건 오점”

    여기에 문 대통령의 ‘레드라인(Red line·금지선)’ 발언은 스스로를 더 힘들게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레드라인에 대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 검증해야 할 사항이 남아 있지만, 북한은 지난해 9월 역대 최대 위력의 제6차 핵실험을 단행했고 이후 미국 전역을 사정거리에 두는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내몰렸다. 청와대 내에선 “레드라인을 밝힌 건 오점”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 베를린에서 △흡수통일이 아닌 평화 추구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추구 △한반도 신(新) 경제지도 추진을 밝혔다. 그는 “북한이 핵 도발을 전면 중단하고, 비핵화를 위한 양자 대화와 다자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전북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 당시 북한의 반응은 시큰둥했지만, 문 대통령의 지속적인 대화 메시지는 북한이 닫힌 문을 여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에게 “문 대통령 대북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신뢰와 인내”라며 “문 대통령이 북한의 잇단 도발에 ‘분노한다’고 언급할 정도로 단호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크게 보면 일관된 메시지를 내면서 북한 내부에 문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때까지 기다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저서 ‘운명’에서 “그 긴 과정 동안 끊임없이 인내하면서 북한과 신뢰를 쌓아나간 것의 결실이 정상회담이었다. 서로 믿지 못하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가 없다”고 썼다.

    “소시지 만드는 법 공개 않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대북특사단이 3월 5일 평양 노동당 본관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 [동아DB]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대북특사단이 3월 5일 평양 노동당 본관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 [동아DB]

    청와대는 ‘대북특사단이 평양에 도착한 당일 김정은 위원장과의 한 시간 접견 때 합의 내용이 다 나왔다’고 했다. 정부 소식통의 말과 청와대의 이 발표를 종합하면, 남북이 사전 합의를 해놓고 김정은이 대북특사단에게 이를 추인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확인할 수 없겠지만, 그런 추론이 합리적인 게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핵심 인사는 “소시지 만드는 법과 외교는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그런 과정이 없었다고 하면 무능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사되는 ‘기적같이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3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응하겠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기적처럼 찾아온 기회를 소중하게 다뤄나가겠다. 성실하고 신중히 그러나 더디지 않게 진척시키겠다”고 했다. 청와대 내부 회의에선 “살얼음판에서는 스피드가 생명이다. 머뭇거리면 얼음장이 깨진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살얼음판에선 스피드가 생명”

    그러나 북한은 대북특사단이 전한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 외에 정상회담이나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북·미 정상회담이 실제 이뤄지기까진 많은 협상이 필요하다.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은 모두 정치적 필요에 의해 회담을 수용한 측면도 있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CVID)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선 1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북한이 언제든 합의를 파기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북한이 북·미 대화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나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경우 협상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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