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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과 미래

알파고 쇼크, 그 후 2년

뛰는 AI, 기는 정책, 막는 정부

  • |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알파고 쇼크, 그 후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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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쇼크, 그 후 2년
2016년 3월 9일. 역사에 기록될 세기의 대결이 시작됐다.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와 한국의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이다. 대국 결과는 인간의 패배. 바둑에서 AI가 인간을 넘어서는 순간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에릭 슈밋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의 진정한 승자는 사실 인류”라는 말을 남겼다. 실제로 이 대결을 계기로 인류는 AI가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에 도래했음을 실감하게 됐다. ‘알파고 쇼크’ 이후 2년, 강산이 꽤나 변했다. 

알파고 개발사인 딥마인드(알파벳의 자회사)는 이세돌 9단과의 대국 이후에도 꾸준히 바둑 AI를 발전시켰다. 지금까지 개발된 알파고는 총 4가지. 2015년 10월 중국의 판후이 2단을 이기고, 2016년 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데뷔한 알파고 판(Fan),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 리(Lee), 지난해 5월 커제 9단을 꺾은 알파고 마스터(Master) 그리고 지난해 10월 개발된 ‘끝판 왕’인 알파고 제로(Zero) 등이다. 딥마인드는 알파고 마스터를 끝으로 더 이상 인간과 대국을 펼치지 않았고, 알파고 제로의 개발과 함께 바둑 AI를 개발해온 2년 역사의 종지부를 찍었다.


배우는 AI에서 독학하는 AI로

알파고의 은퇴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애초부터 알파벳은 바둑 같은 특별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범용 AI’의 실현을 위해 알파고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알파고는 바둑계를 떠나 신약, 자연과학 등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 

그렇다면 은퇴하기 전까지 알파고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바둑 측면에서는 인간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경지에 올랐다. 바둑 실력을 수치화한 점수인 ‘엘로(ELO)’로 살펴보면 알파고 리는 3797점, 알파고 제로는 5185점이다. 점수 차가 800점 이상일 때 승률은 100%다. 실제로 알파고 제로는 36시간의 학습만으로 알파고 리를 넘어서는 실력을 갖췄고, 3일 뒤 펼친 대국에서 100대 0 압승을 거뒀다. 

AI에게 바둑을 가르칠 인간 스승도 사라졌다. 알파고 제로는 인간에게 바둑을 배우지 않았다. 알파고 리는 인간 바둑기사의 기보 16만 건을 학습했지만, 알파고 제로는 바둑 규칙 말곤 아무런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셀프 바둑’을 두며 바둑의 이치를 스스로 터득했다. 알파고 제로의 개발을 소개한 ‘네이처’ 논문 제목 역시 ‘인간 지식 없이 바둑을 마스터하기’였다. 딥마인드의 수석과학자인 데이비드 실버는 “인간의 지식에 속박되지 않은 점이 오히려 알파고 제로를 강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알파고가 2년간 남긴 발자취는 AI 개발의 방향성에도 꽤 큰 영향을 미쳤다. 이정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선임연구원은 “그간 AI와 ‘빅데이터’는 불가분의 관계로 다량의 데이터 확보가 AI 개발의 성공 조건이자 장애물로 작용했다”며 “알파고 제로로 인해 AI가 데이터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이 증명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AI에 데이터를 입력하며 스승을 자처하던 인간의 역할이 무의미해지고, 인간조차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에서 AI가 스스로 해결책을 낼 수 있음이 확인됐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데이터 중심 AI가 알고리즘 중심 AI로 변하는 세대교체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딥마인드는 이러한 중심 이동이 AI가 복잡한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령 인류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 단백질의 3차원(3D) 구조를 밝혀 신약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 재난 현장에 투입된 로봇이 생전 처음 보는 구조물을 해체하거나 조립할 수도 있다. 실제로 구글은 2016년 로봇 팔이 데이터 없이 스스로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여는 법을 터득하게 하는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다. 스마트 공장의 에너지 관리에도 적용할 수 있다. 알고리즘 중심 AI는 날씨, 생산량, 습도 등의 데이터를 얻지 않아도 건물이나 공장의 전력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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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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